대통령·여당 원내대표·국회의원·청와대 비서관 배출한 법무법인

알토란 인맥, 떠오르는 '해마루'
대통령·여당 원내대표·국회의원·청와대 비서관 배출한 법무법인

법무법인 ‘해마루’가 다시 화제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당선자(경기 안산 상록을)가 한 TV 토론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를 옹호한 발언 때문인데, 임 당선자는 해마루의 대표 변호사다.

임 당선자와 함께 일한 전해철 변호사는 이미 지난 17일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서 민정비서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해마루’의 코드를 분명히 보여줬다. 민정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호철씨가 맡았던 자리다. 노 대통령의 고향 출신인 ‘부산인맥’에서 이 전비서관의 공석을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선택은 ‘해마루’ 였다. 또 11일에는 임 당선자와 함께 해마루의 공동대표인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해마루의 인맥은 짱짱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1993년 해마루에 합류해 오랜기간 인연을 맺었다. 한 법무법인에서 대통령을 비롯,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 국회의원, 청와대 핵심 비서관이 배출됐으니 관심이 모아질 만하다.

- 92년 조용한 출발, 93년 盧합류

해마루의 출발은 조용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모임)에서 활동하던 천정배ㆍ임종인ㆍ이덕우 변호사는 92년 5월 해마루(해가 돋는 산마루) 합동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이듬해엔 14대 총선에 낙선한 노 대통령이 해마루에 몸을 담았다. 천 원내대표와 민변에서 맺어진 인연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몸만 해마루에 두었지 주로 정치활동을 하느라 천ㆍ임 두 사람이 해마루를 이끌었다고 한다. 해마루의 핵심인사 3인 중 노 대통령은 13대 때, 천 원내대표와 임 당선자는 각각 15대와 17대 때 국회에 입성했다.

16대 대선에서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고, 천 원내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 때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노 후보를 지지했다. 임 당선자는 노 후보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을 때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작년 4월 서동만(상지대) 교수의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임명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일 때 노 대통령은 임종인 카드를 꺼내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만일 그때 임 당선자가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다면 4ㆍ15 총선에서 임 당선자의 지역엔 최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전해철 변호사가 나섰을 것이다.

해마루는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과 관련, 안희정ㆍ여택수씨의 변론을 맡고, 임 당선자는 최근 논란이 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줄곧 변호했다. 전해철 민정비서관은 2000년부터 이른바 ‘수지 김’ 사건을 맡아 작년 8월 ‘국가는 유족에게 4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임 당선자와 전 비서관도 모두 민변 소속이다.

- 민변 소속, 우리당ㆍ민노당으로 갈려

현재 해마루에는 천 원내대표와 임 당선자를 비롯해 13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천 대표와 임 당선자가 각각 사시 18회(76년), 군법무관 4회(80년)이고 전해철ㆍ박세경ㆍ오재창ㆍ장완익 변호사는 사시 29회(87년) 동기다. 지기룡 변호사는 사시 30회(88년), 박갑주ㆍ김수정 변호사는 사시 40회(98년)다. 이민종 변호사(사시 41회) 윤중현 변호사(사시 42회)가 최근까지 막내 변호사였으나 한경수ㆍ김미경 변호사(사시 43회)의 합류로 희색이 만면하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변호사 대부분이 민변 소속이지만, 고참급인 천정배ㆍ임종인ㆍ전해철 등은 열린우리당으로, 비교적 젊은 박갑주ㆍ김수정ㆍ이민종 등은 민주노동당으로 갈려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18:4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