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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트는 불신, 배신의 계절 오나?
노무현·정동영·김근태 불협화음
개각·차기 놓고 갈등 양상, 집권 2기 국정서 파열음 커질 수도


노무현 대통령의 '상춘곡'(賞春曲)은 초장부터 어긋났다. 두번의 봄(총선 승리, 탄핵 기각)을 맞아 화려하게 업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첫 출발로 야심만만하게 '개각'을 띄었지만 체면만 구겼다. 노 대통령만이 아니다. 개각 대상에 오른 '차기 주자' 정동영 전 당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도 개각 풍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노-정-김으로 이어지는 집권 여당의 핵심라인이 흔들린 데는 '강한 대통령'에 집착한 노 대통령 못지않게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의 대권 야망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노 대통령은 당ㆍ정ㆍ청(열린우리당, 정부, 청와대)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했고, 그 과정에 차기 주자들의 조기 대권 경쟁이 장애가 될 것을 우려해 '입각'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입각 경험을 대권 가도에 유용한 훈장으로 여긴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도 나름대로 '계급' 경쟁을 벌였다. 결국 노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구심력과 정ㆍ김으로 대표되는 원심력이 충돌해 '비극'만 연출한 꼴이 됐다.





- 정치적 뿌리 다른 태생적 한계

노무현-정동영-김근태 세 사람의 불협화음을 두고 정가에서는 ‘태생적 한계’를 거론하기도 한다. 정치적 뿌리와 성장 과정이 달라 궁극적으로 ‘동행(同行)’하기 어려운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정치 입문부터 다르다. 노 대통령은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에 입문한 뒤, 97년 대선을 앞두고 그가 속한 국민통합추진위(통추)가 DJ 쪽으로 선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근태 전 대표는 83년 민청련을 결성한 후 YS와 오랫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87년 대선 때 고 문익환 목사와 함께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 깃발의 선두에 서면서 DJ 사람으로 분류됐다. 정동영 전 의장은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DJ가 총재로 있던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세 사람은 97년부터 국민회의라는 공간에서 정치적 인연을 쌓아갔지만 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는 YS로, 정치 속성상 DJ와 가까운 김 전 대표나 정 전 의장과 구별된다. 또한 김 전 대표가 재야 출신인데 반해, 노 대통령과 정 전 의장은 각각 변호사와 방송인으로 재야 경험이 없는 전문가 그룹이란 점도 다르다.

세 사람은 대선후보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을 계기로 경쟁 관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 대통령과 정동영ㆍ김근태 두 최고위원은 개혁세력의 차기 주자로 부각됐다. 세 사람은 그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002년 대선, 신당 창당, 최근의 개각 논란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경쟁과 갈등의 단면들을 드러냈다.


- 노·김, 의외로 높은 불신의 벽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표간에는 재작년 대선 과정에서 적잖은 앙금이 쌓였다. 특히 노 대통령이 2002년 8ㆍ8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당내 ‘노무현 흔들기’가 한창일 때 김 전 대표가 보인 태도에 불만이 많다. 노 대통령의 한 386 측근은 “김 전 대표에게 선대위 요직 참여를 거듭 요청했지만 그는 오히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주장해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노 후보와 재벌의 아들 사이에서 등거리 스탠스를 취한다거나, 보다 정확히는 재벌의 아들쪽에 한발 더 나아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측은 “당시로서는 후보단일화 없이 평화개혁 세력의 정권 창출은 불가능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노 대통령측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진 못했다.

대선 이후 신당 창당과 관련,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에서 여대야소의 ‘전(全)통령’이 되기 위해 개혁세력에 신당 창당을 주문했지만 맏형격인 김 전 대표는 분당형 창당에 반대하다 막판에 합류했다. 당연히 노 대통령측은 김 전대표가 당 대표를 노리고 동교동계와 개혁파의 양측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막판에 할 수 없이 ‘명분’을 따른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측도 노 대통령측에 불만이 적지 않다. 대선 과정은 물론 최근 개각 파동에 이르기까지 김 전 대표를 견제 내지 무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1ㆍ11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에서 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을 밀어 김 전 대표가 불출마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나 (통일부 장관) 입각을 전제로 원내대표 재도전을 포기했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설’이 흘러나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 노·정, 동지에서 적으로?

노 대통??정동영 전 의장과의 관계는 ‘동지에서 적’으로 변해가는 듯한 양상이다. 정 전 의장은 재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 ‘노풍(盧風)’을 견인한 1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노 대통령은 그에 대한 화답으로 대선 직전인 12월18일 종로 유세에서 “국민경선을 끝까지 지켜주고 내 등을 떠받쳐 주었다”며 정 전 의장을 차기 주자로 치켜세웠다. 대선 후 정 전 의장은 여당내 개혁세력을 대변하는 ‘천(천정배)ㆍ신(신기남)ㆍ정(정동영)’의 리더로 신당 창당을 주도해 노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노 대통령도 비록 총선을 위한 전략이었지만 1ㆍ11 전대에서 직계그룹에게 정 전 의장 지지를 전달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이 1ㆍ11 전대와 4ㆍ15 총선을 통해 다져진 입지를 토대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노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조기에 대권 레이스가 점화될 것을 우려한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을 입각 대상에 올려 친노세력의 당 장악을 뒷받침했다.

입각을 둘러싼 노 대통령과 정 전 의장의 힘겨루기도 양측의 간극을 넓혀놨다. 정가에서는 정 전 의장이 ‘김혁규 총리-김근태 통일부장관 내정설’에 반발, 당 의장 고수를 내세워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에, 김 전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리가 된 데는 정 전 의장 특유의 ‘몽니’가 통했다는 후문이다.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는 줄곧 경쟁관계를 유지했다. 표면적인 출발점은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대회다. 세력이 미미했던 정 전 의장은 당초 예상을 깨고 5위로 최연소 최고위원이 돼 6위를 한 김 전 대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이후 2002년 대선과 신당 창당 과정에서 정 전 의장은 ‘개혁’의 이니셔티브를 놓고 재야의 대부인 김 전 대표와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1ㆍ11 당 의장 경선과 5ㆍ11 원내대표 선출에서 정 전 의장이 두 차례나 김 전 대표측을 눌러 대권 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평이 중론이다.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입각을 둘러싸고 정 전 의장측과 김 전 대표측이 감정 대립 양상까지 보여 두 사람이 화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인3색(三人三色). 돌아온 왕과 차기 왕을 꿈꾸는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앞으로 노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과 대권 레이스에서 어떤 파열음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6-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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