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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혁규에 목매는가
상극의 정치로 몰아가는 '김혁규 카드', 권력 핵심부 딜레마에
"지역주의 극복'"배신자"여야 대립각, 또 하나의 영남전쟁


김혁규 전 경남지사(현 대통령 경제특보)가 여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차기 총리 지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4ㆍ15 총선이후 여야 대표회담(5월3일)에서 합의된 ‘상생의 정치’도 김 전 지사로 인해 깨졌다. 대표회담 이튿날 ‘김혁규 총리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시작된 여야 공방은 정치권을 ‘상극의 정치’로 되돌리고 말았다.

여야의 대립은 탄핵정국 후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새 총리에 김 전 지사를 고집하면서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은 5월29일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전ㆍ현직 지도부 190명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총리지명을 누구로 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6ㆍ5 지방 재보선뒤 당 지도부와 상의해 확정한 뒤 지명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경영 마인드 갖춘 CEO 지도자” 평가

노 대통령이 끝까지 ‘김혁규 총리’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은 5월20일 전ㆍ현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 전 지사가 총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언급한 바 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김 전 지사가 CEO(최고경영자)형 지도자로 경남지사 재직시 외국에 직접 나가 외자 유치에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어렵게 돈을 번후 꾸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계발해 온 점, 당이 어려울 때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지사직을 버리고 입당한 점을 총리 지명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9일 만찬에서는 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총리감으로 여기는 배경을 더 뚜렷이 밝혔다. 그는 “김혁규 당선자를 거론한 것은 우리당의 목표 때문”이라며 “전국의 고른 지지를 받아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게 우리당 목표로서, 그것을 위해 정무직과 정부 주요직에 전국의 여러 지역 인재를 고르게 안배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밝혀 김혁규 카드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1990년 민정ㆍ민주ㆍ공화당 3당 합당이 ‘호남 고립과 민주전선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정치질서를 3당 합당 이전 상태로 재편하고 싶다는 ‘민주대연합’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서 열린 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한나라 등 야당은 김혁규 총리 카드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김 전 지사 카드가 오로지 ‘6ㆍ5 재보선용’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김혁규 총리 기용이)국민통합이나 지역 안배와는 거리가 먼 권력기반 강화책”이라고 비판한 뒤 “최근 ‘영남발전특위’를 발족시키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6ㆍ5 재보선을 겨냥한 선심 정책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끌어들인 것은 4ㆍ15 총선에서 동남풍(東南風)을 일으키려는 계산에서 나왔고, 이번에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에 기용하겠다는 것은 ‘영남 올인’ 행보로 동진(東進)정책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김혁규 카드가 ‘개혁 총리’와는 거리가 멀다며 “다른 총리 후보를 물색하라”고 가세했다.


- 영남권 지분다툼 시각이 지배적

정치권에서는 ‘김혁규 총리론’을 둘러싼 여야,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결의 본질은 영남 지분 쟁탈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남(특히 PK)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이자 한나라당의 존립 기반으로 지난 대선과 17대 총선의 지형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지역이기 때문에 양당이 벌써부터 생사를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김혁규 카드의 배경으로 내건 지역주의 극복이나 전국정당화 명분은 한나라당 입장에선 텃밭에 대한 도전이고 6ㆍ5 재보선용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노 대통령의 영남에 대한 집착은 상상 이상으로 집요하다는 평이다. 청와대의 한 386 참모에 따르면 4ㆍ15 총선에서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영남 참패가 예상됐을 때 노 대통령은 침통한 모습으로 측근들에게 “압도적으로 제 1당이 되는 것보다 영남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론분석가이자 소장 정치평론가인 K씨는 “17대 총선은 차기 대선의 ‘길목’이란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 입장에선 ‘차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모나 호남표의 부동성(不動性) 등을 고려할 때 차기 대선에선 영남이 지역주의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이 새 총리에 김혁규 카드를 고집하는 것이나 6ㆍ5 재보선에서 여야가 부산시장ㆍ경남지사 선거에 전력하는 것, 4ㆍ15 총선에서 여권의 ‘올인’ 전략이 영남에 집중된 것 등이 모두 ‘영남 지역주의’를 겨냥한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따라서 차기 대선까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엔 ‘영남 전쟁’이 계속될 게 분명하다.


- 여권내 반대론, 인사청문회 등도 난관

노 대통령의 김혁규 총리 카드가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총리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299명 당선자 중 15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 당선자 152명 중 반란표가 3표만 나와도 총리 인준이 어려운 상황이다. 29일의 청와대 만찬을 계기로 열린우리당 내 ‘반대론’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최종 선택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만만찮은 관문이다. 한나라당은 김 전 지사를 철저히 검증해 ‘총리 자격’을 문제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철새ㆍ배신자론을 중심으로 ‘실패한 CEO’(자질론)와 재산형성 과정의 불투명 등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가 YS 차남 김현철씨의 ‘막후 정치’의 중심이었던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총괄기획실장을 지낸 전력과 과거 이중국적 시비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6ㆍ5 재보선 결과가 김혁규 총리 카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부산시장ㆍ경남지사 선거 결과는 김 전 지사의 총리 기용 여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총리 지명을 6ㆍ5 재보선 이후로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집권 2기와 17대 국회의 첫 출발 앞에 가로놓인 ‘김혁규 딜레마’에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 김혁규 누구인가

- 경남 합천 출생(39년), 부산 동성고ㆍ부산대, 내무부 지방국 재정과 주사(69년)
- 71년 도미, 뉴욕 한인경제인협회 초대 회장(78년), 86년 미국 방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 만나 정치 입문, 청와대 민정비서관ㆍ사정비서관(93년)
- 27대 경남도지사(관선, 93년), 28대 민선 경남도지사(95년, 이후 3선)
-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2003년),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2004년)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6-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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