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대립관계 접고 노 대통령 집권 2기 뒷받침할 '양 날개'로 복귀
左 동연·右 강철 부활 갈등·대립관계 접고 노 대통령 집권 2기 뒷받침할 '양 날개'로 복귀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눴지만 어색한 시간이 꽤나 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편린들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특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으로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지만 언제부턴가 묘한 경쟁과 갈등의 음영이 드리워졌다. 두 사람은 재작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자치경영연구원에서 염 의원이 사무총장을, 이 전 특보는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대선 이후 염 의원은 호남을, 이 전 특보는 영남(TK)을 대표하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4ㆍ15 총선에서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염 의원이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한 반면 이 전 특보는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따른 여파로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 고배를 마셨다. 염 의원은 단숨에 ‘노심’(盧心)을 배경으로 당내 실세로 통했지만,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의 측근임에도 당내 영향력은 염 의원에 비할 바가 못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져 총선을 거치면서 심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 특보측의 한 인사는 “당의장 선출을 위한 전대(1월11일)에서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의 뜻(총선 승리)을 헤아려 영남 출마자 대신 정 전 의장을 밀었는데, 염 의원은 노 대통령보다 정 전 의장과의 이해, 또는 개인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를 보이곤 했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에 대해 염 의원측은 “이 전 특보측이 근거없이 경계하거나 악의적인 얘기를 퍼뜨린다”며 반박했다.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두 특보는 뚜렷한 갈등양상을 보였다. 원내대표 선출을 며칠 앞둔 5월 초의 일이다. 노 대통령 직계인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 염동연 의원, 이강철 전 특보, 서갑원(전남 순천)ㆍ백원우(경기 시흥갑) 의원 등 5명이 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을 때 이 전 특보는 집권 2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이해찬 후보가 적합하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참석자 대부분이 동조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염 의원은 ‘개혁성’을 앞세워 천정배 후보를 지지하자고 했다. 더욱이 원내대표의 향배가 초선 의원들에 달린 상황에서 염 의원이 선거 직전 초선 50여명과 오찬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친노그룹은 아직도 ‘노심과는 다른 행보’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 전 특보는 상황이 예상과 달리 돌아가자 선거 전날 영남권 의원들을 불러모으는 비상조치(?)를 취했다가 정작 자신은 신병 치료로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특보측에서는 염 의원과 정 전 의장 간에 ‘호남 맹주-차기 지원’의 빅딜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열린우리당 안팎에선 “두 왕특보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갔다” 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386 참모들을 중심으로 “염 의원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처럼 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불만이 쏟아졌다. 양측은 ‘김혁규 총리카드’와 ‘영남발전특위’ 문제를 놓고도 파열음을 냈다. 당사자인 염 의원과 이 전 특보는 당 훈팀?위상과 시선 때문에 조심스런 행보를 취한데 반해 양쪽 당사자들의 공방은 치열했다. 김혁규 총리카드에 대해 이 전 특보측은 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 ‘영남 진출’ 등을 내세워 힘을 실어 준 반면, 염 의원측은 염 의원의 옹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영남 독주, 호남 차별’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전 특보측은 염 의원이 호남권 인사들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지 못해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영남특위에 대해서도 이 전 특보측이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염 의원측은 “호남 민심에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특히 이 전 특보가 특위 위원장이 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다 못한 청와대가 양 진영에 ‘두 사람의 처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다’는 노심을 전하면서 두 사람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갔다는 소문도 나온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조우한 것은 그러한 초심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갈등설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주변에서는 6ㆍ5 재보선 이후 두 사람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염 의원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정무조정위원장직을 내놓은 것과 관련, “자중 자애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며 “지역구인 광주에 벤처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염 의원이 호남의 좌장으로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지난달 말 민주당 이정일 사무총장 등과 만나 양당 간 채널을 열어놓은 것은 그러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영남특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 전 특보는 대통령 정치특보제가 페지된 것과 관련, 문희상 전 정치특보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무수석을 부활시켜 이 전 특보가 청와대에 입성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당ㆍ청 간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 확실시 된다. 또한 당내에서는 논란이 된 영남특위를 당내 기구인 지역균형발전특위로 흡수해 이 전 특보를 중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그룹에서는 두 사람이 민주당과 신당 창당 과정,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면서 동고동락한 정신적 리더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뒷받침할 당의 중심을 잡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주변에선 벌써부터 ‘左동연 – 右강철’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6-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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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