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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동연·右 강철 부활
갈등·대립관계 접고 노 대통령 집권 2기 뒷받침할 '양 날개'로 복귀

지난 5월26일 인천국제공항 탑승객 코너에는 이강철 전 노무현 대통령 특보가 베이징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노 대통령과 독대를 했던 그였다. 당시 그는 이심전심으로 ‘좀 쉬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알아차렸다. 스스로도 노 대통령이 탄핵정국에서 막 복귀하고, 안희정 등 다른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비행기에 오른 이 전 특보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진 뒤 재기하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광주 서갑)이었다. 염 의원은 정무조정위원장직을 반납한 뒤 마음을 추스르고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기 위해 외유에 나섰던 차였다.



- 영ㆍ호남 대표하는 최 측근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눴지만 어색한 시간이 꽤나 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편린들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특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으로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지만 언제부턴가 묘한 경쟁과 갈등의 음영이 드리워졌다. 두 사람은 재작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자치경영연구원에서 염 의원이 사무총장을, 이 전 특보는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대선 이후 염 의원은 호남을, 이 전 특보는 영남(TK)을 대표하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4ㆍ15 총선에서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염 의원이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한 반면 이 전 특보는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따른 여파로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 고배를 마셨다. 염 의원은 단숨에 ‘노심’(盧心)을 배경으로 당내 실세로 통했지만,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의 측근임에도 당내 영향력은 염 의원에 비할 바가 못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져 총선을 거치면서 심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 특보측의 한 인사는 “당의장 선출을 위한 전대(1월11일)에서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의 뜻(총선 승리)을 헤아려 영남 출마자 대신 정 전 의장을 밀었는데, 염 의원은 노 대통령보다 정 전 의장과의 이해, 또는 개인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를 보이곤 했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에 대해 염 의원측은 “이 전 특보측이 근거없이 경계하거나 악의적인 얘기를 퍼뜨린다”며 반박했다.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두 특보는 뚜렷한 갈등양상을 보였다. 원내대표 선출을 며칠 앞둔 5월 초의 일이다. 노 대통령 직계인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 염동연 의원, 이강철 전 특보, 서갑원(전남 순천)ㆍ백원우(경기 시흥갑) 의원 등 5명이 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을 때 이 전 특보는 집권 2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이해찬 후보가 적합하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참석자 대부분이 동조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염 의원은 ‘개혁성’을 앞세워 천정배 후보를 지지하자고 했다. 더욱이 원내대표의 향배가 초선 의원들에 달린 상황에서 염 의원이 선거 직전 초선 50여명과 오찬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친노그룹은 아직도 ‘노심과는 다른 행보’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 전 특보는 상황이 예상과 달리 돌아가자 선거 전날 영남권 의원들을 불러모으는 비상조치(?)를 취했다가 정작 자신은 신병 치료로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특보측에서는 염 의원과 정 전 의장 간에 ‘호남 맹주-차기 지원’의 빅딜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열린우리당 안팎에선 “두 왕특보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갔다” 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386 참모들을 중심으로 “염 의원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처럼 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불만이 쏟아졌다.

양측은 ‘김혁규 총리카드’와 ‘영남발전특위’ 문제를 놓고도 파열음을 냈다. 당사자인 염 의원과 이 전 특보는 당 훈팀?위상과 시선 때문에 조심스런 행보를 취한데 반해 양쪽 당사자들의 공방은 치열했다. 김혁규 총리카드에 대해 이 전 특보측은 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 ‘영남 진출’ 등을 내세워 힘을 실어 준 반면, 염 의원측은 염 의원의 옹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영남 독주, 호남 차별’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전 특보측은 염 의원이 호남권 인사들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지 못해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영남특위에 대해서도 이 전 특보측이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염 의원측은 “호남 민심에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특히 이 전 특보가 특위 위원장이 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다 못한 청와대가 양 진영에 ‘두 사람의 처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다’는 노심을 전하면서 두 사람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갔다는 소문도 나온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조우한 것은 그러한 초심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갈등설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 당ㆍ청간 주요 역할 확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주변에서는 6ㆍ5 재보선 이후 두 사람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염 의원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정무조정위원장직을 내놓은 것과 관련, “자중 자애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며 “지역구인 광주에 벤처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염 의원이 호남의 좌장으로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지난달 말 민주당 이정일 사무총장 등과 만나 양당 간 채널을 열어놓은 것은 그러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영남특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 전 특보는 대통령 정치특보제가 페지된 것과 관련, 문희상 전 정치특보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무수석을 부활시켜 이 전 특보가 청와대에 입성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당ㆍ청 간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 확실시 된다. 또한 당내에서는 논란이 된 영남특위를 당내 기구인 지역균형발전특위로 흡수해 이 전 특보를 중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그룹에서는 두 사람이 민주당과 신당 창당 과정,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면서 동고동락한 정신적 리더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뒷받침할 당의 중심을 잡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주변에선 벌써부터 ‘左동연 – 右강철’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6-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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