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제 무덤' 메우고 계속 전진?시내버스 개편·서울 봉헌 발언 등으로 최대 난국 자초측근 의원들"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애써 두둔

위기의 이명박 대권 꿈 어떻게
불도저, '제 무덤' 메우고 계속 전진?
시내버스 개편·서울 봉헌 발언 등으로 최대 난국 자초
측근 의원들"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애써 두둔


이명박 서울시장이 4일 저녁 버스체계개편과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시내버스 체제 개편’, ‘서울시 봉헌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문제는 서울시장 이명박을 넘어 정치인 이명박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어 이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이 이 시장에 대한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자질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이명박 시장 특유의 ‘밀어붙이기 행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화끈한 그의 추진력은 이명박의 장점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셈이다.

정치권은 최근의 악재에 대해 “이 시장의 위기”라는 점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과 함께 서울시 행정에 임했던 측근들과 정치적 주변에서는 “이 시장의 대권 도전 희망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대권을 향한 ‘후반 역전극’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이 ‘서울 봉헌’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는 했으나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며 ‘서울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는 것 역시 대권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수도이전 반사이익’을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역의 행정수도 반대 세력 주장과 자신의 입장을 일치시킴으로써 전국적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 수도이전 반대의 숨은 노림수

특히 이 부분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수도 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시장 사이의 ‘온도 차’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수도 이전에 대해 강경 반대론을 펴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전면적인 반대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의 경우 이러한 ‘박정희 족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수도 이전에 대한 강경발언이 가능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라인’으로 구분되는 세력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시장은 PK지역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ㆍ5 재보선 당시 최재범 행정2 부시장이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경선에 참가한 것도 이명박 시장의 PK(부산경남) 공략 전진기지 구축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는 19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한나라당의 지도부 경선 역시 이명박 시장의 대권행보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총선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재신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초점은 3선 강경파와 소장파의 ‘2위 싸움’ 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친 이명박 계보는 대부분 3선 중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야당내 야당’을 외치며 박근혜 독주에 대해 견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홍준표 의원의 경선 불참은 이명박 세력의 ‘반 박근혜 전선’ 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홍 의원의 경선준비를 진행했던 핵심 측근들은 “원희룡 의원의 출마로 홍 의원이 출마를 접은 점도 있지만, 2등을 하지 못할 경우 향후 당내 독자 영역 확보에도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한다. 즉, 이명박 계열의 3선 그룹이 ‘당당한 2인자’?되지 못할 바에야 ‘경선 김 빼기’를 통해 박근혜 체제를 무기력하게 하려는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 체제에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히딩크 감독’을 언급하며 2006년까지의 ‘시정 후반기’에 대한 의미를 중요시 했다. 정 의원은 “宕賀?감독도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냐”며 “큰 일을 하려는 사람은 흔들림 없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선주자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업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대권플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명박 시장이 자신의 취임 2주년인 7월 1일 무리하게 버스개편을 시행했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버스 개편은 청계천 사업보다 10배는 힘든일 이었고, 서울시는 한달 이상 기간을 늦출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행업체에서 7월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밀어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동안 사유화 된 버스노선을 서울시가 뺏어온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명박 시장의 공익적 시정이 부각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시장에 대해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을 인정하고 있다. 김문수 의원은 최근 이 시장에 대한 여론의 악화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은 분명하다”고 진단했으나 “(대권플랜의 경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미리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득 의원 역시 이명박 시장의 ‘추락’은 일시적 현상임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긴 안목에서는 맞다고 보고, 혁신적인 방법을 택한 만큼 문제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시장을 두둔하고 있다.


- 용산기지 공원화에 또 한번의 승부수

이명박 시장은 시정 하반기에 ‘용산기지 공원화’에 또 한번의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청계천 복원과 함께 ‘서울의 공원도시 건설’의 핵심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용산기지 이전 후 공원 외에 어떠한 시설도 넣지 않겠다”는 점을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 시청과 정부청사 등의 이전계획을 포함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완성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명박 시장의 대권플랜에 대한 세력간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예비 적수’인 이 시장에 대한 맹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이 시장에 대한 비판 논평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김갑수 부대변인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수도 서울의 과밀과 서민대중의 고통만을 염려하실 뿐 이 시장의 대권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 시장의 대권행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공세’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 시장에 대한 흠집내기와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의 ‘서울 상륙작전’을 의미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것은 서울시장과 관련한 문제를 넘어 2007년 대선에서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이은 악재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이명박 시장. 그가 정치적 위기를 탈출해 성공한 서울시장을 발판삼아 대권 플랜을 진행할 수 있을 지는 지금부터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 되고 있다.

권민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7-15 14:53


권민혁 자유기고가 sputnik4@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