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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력지도에서 길을 찾다
2007년 대권 고지 항해 스타트
여야 헤게모니 둘러싼 당내 힘겨루기 가속화


‘국가 정체성’ 논란이 하한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7ㆍ19 전당대회 직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전면전’ 선포로 촉발된 사상전(思想戰)은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맞받아 치면서 그야말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의 전열이 지휘부에 맞춰지면서 전선은 ‘노무현 대 박근혜’ 대결 구도 양상이 뚜렷하다. 당(黨)이라는 외피 이면에 감춰진 권력의 속성이, 헤게모니를 둘러싼 세력의 흐름과 뒤엉킴이 명징하게 드러난 결과다.

삼복 더위마저 삼킬 것 같던 노ㆍ박의 대립은 노 대통령이 “미래냐 유신이냐”는 도전적 화두에 박 대표가 직답을 피하면서 다소 주춤한 형국이다. 게다가 소모적인 회고전(回顧戰)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전사들마저 뜨겁고 따가운 전선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돌출하고 있다. 여권이 노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눌려 눈치를 보는데 반해 한나라당은 거칠 것 없이 여권을 공격하고 박 대표마저 몰아 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한 목소리의 차이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내부구조 차이, 즉 당내 세력간 권력지도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린우리당이 몇 명의 빅 브라더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한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ㆍ노선 등에 따라 세력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4·15총선 계기로 세력재편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 의총. 친노무현 그룹이 당을 장악 신기남천정배 지도부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 고영권 기자



양당은 4ㆍ15 총선을 계기로 세력간 위상과 권력 재편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으로 등장했고, 초선이 108명이나 됐지만 종래 빅 브라더의 권력 분점은 여전했다. 크게 친노(親盧)그룹과 당 의장인 정동영그룹, 원내대표인 김근태 그룹으로 3분된 것.

‘친노 그룹’은 김원기ㆍ원혜영 등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동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이광재ㆍ염동연ㆍ서갑원 등 자치경영연구원(금강팀) 출신, 문희상ㆍ유인태ㆍ김진표로 상징되는 청와대 출신이 대표적이다. 또 유시민ㆍ김원웅ㆍ유기홍 등 개혁당 및 신당 추진위원회 출신과 조경태ㆍ최철국ㆍ김맹곤 등 영남 의원들도 친노파로 분류된다.

또 다른 축인 ‘정동영 그룹’은 총선 과정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인연을 맺은 이계안ㆍ정덕구 등 재계ㆍ관료 출신, 최규식ㆍ노웅래ㆍ박영선 등 언론계 출신, 최성ㆍ홍창선 등 학계 등 전문가 그룹과 김한길ㆍ정세균ㆍ채수찬을 비롯, 천정배ㆍ신기남계로 알려진 최재천ㆍ임종인ㆍ이상경 등 정당인 출신이 포함된다. 김근태 그룹은 재야 출신과 학생ㆍ노동운동 출신이 주축을 이뤘는데 옛 민주당의 이해찬ㆍ임채정ㆍ장영달ㆍ송영길, 노동 운동 출신인 이목희ㆍ이광철, 학생 운동을 이끈 이인영ㆍ임종석ㆍ오영식ㆍ우상호 등이 해당한다.

한나라당은 오로지 박근혜 대표의 공으로 총선서 121석을 얻는 성공작을 거뒀지만 특별히 ‘박근혜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세력구도는 느슨한 연대의 친박(親朴)그룹과 강성ㆍ보수성을 띤 반박(反朴)그룹, 중도그룹으로 구분된다. 친박그룹은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의원)으로 대변되는 수도권 소장 개혁파, 박세일ㆍ박재완ㆍ 윤건영 등 영입파, 이강두ㆍ김형오 등 당직자가 대표적이다. 반박 그룹으론 박 대표의 대여 투쟁에 불만인 이재오ㆍ홍준표ㆍ김문수 등 수도권 3선그룹과 영남 보수 중진들이 해당한다. 그 밖에 수도권과 영남의 초재선은 친박, 또는 중도그룹으로 분류된다.

총선체제의 연장선에 있던 여야의 권력지도는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구체성을 띠고 이전과 다른 형태로 재편됐? 특히 열린우리당은 5ㆍ10 전대에서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서 천ㆍ신ㆍ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으로 대변되는 당권파가 막강한 권력을 차지했다. 이종걸 수석부대표, 김한길 문광위원장 등 당권파의 가장 큰 정치기반인 ‘바른정치모임’출신들이 당ㆍ국회의 요직을 차지한 것이다. 이에 반해 친노그룹과 김근태그룹은 권력 중심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도 김덕룡(DR) 원내대표 체제가 되면서 친박그룹의 중심축으로 부상, 이른바 DR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복고 후배인 남경필 의원이 수석부대표에, 맹형규 의원이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민주계인 김무성ㆍ이경재 의원이 각각 국회 재정경제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장에 안착했다. 영남 중진인 김용갑 의원이 7월 13일 비공개 의총에서 “당내에 김덕룡계니 민주계니 경복고 동문이니 하는 ‘이너 서클’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DR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탄핵정국과 6ㆍ5 재보선을 거쳐 노무현 정부의 국정2기를 맞은 열린우리당과 7ㆍ19 전대를 통해 제2기 박근혜체제를 출범시킨 한나라당의 권력지도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우리당 신·천체제 당 장악력에 한계

열린우리당은 4ㆍ15 총선에서 승리하고 탄핵정국에서 탈출, 노 대통령의 국정2기 출발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정작 신기남 의장ㆍ천정배 대표 체제는 6ㆍ5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내 권력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졌다. 동시에 친노그룹과 재야파ㆍ당권파 간의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조기전대론’ 논쟁과 김근태 장관의 ‘계급장’ 발언, 문희상 의원의 ‘젖떼기’발언 등은 대표적인 예. 조기전대론은 6월 10일 당 상임위에서 신ㆍ천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놓고 김 장관이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며 노 대통령에 반기를 들자 문희상 의원이 ‘젖떼기’(당에 대한 청와대의 도움(젖)으로부터의 탈피) 발언을 하고, 다시 신기남 의장이 “젖을 먹으러 청와대에 가는 것은 아니다”며 맞받아치는 등 세 세력간 내전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당권파와 재야파의 좌장격인 정동영ㆍ김근태 두 축이 6ㆍ30 개각때 동시에 입각, 당에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친노그룹이 빠르게 당의 권력 지도를 바꿔갔다. 유인태ㆍ염동연ㆍ이광재ㆍ유시민ㆍ이강철 등 노 정권의 핵심 5인방은 선두에서 노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연구ㆍ친목 모임 등을 결성해 친노그룹의 확장을 꾀했다. 당ㆍ청이 김 장관의 ‘계급장’발언 으로 시끄러울 때 유시민ㆍ염동연 의원이 “대통령 덕에 당선” 운운하며 김 장관을 비판한 것은 그러한 예다.

문희상ㆍ유인태 의원은 ‘기획자문위원회’를 결성, 당ㆍ청의 통로 역할을 하면서 중진들의 구심체가 되고 있고, 이광재ㆍ서갑원ㆍ백원우 등 청와대와 의원 보좌관 출신은 ‘의정활동 연구센터’를 결성해 당내 소장 개혁그룹의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시민 등 개혁당과 신당연대 출신이 결성한 ‘참여정치연구모임’은 개혁과 진보를 표어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노 대통령의 영남쪽 핵심 측근인 이강철 전 특보는 ‘지역개발연구회’를, 호남쪽에서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광주ㆍ전남발전모임을 모색, 지역별로도 친노그룹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친노그룹이 당을 장악해 가면서 당권파ㆍ재야파의 위세는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한나라 박 대표 당내 기반 취약이 약점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7·19전당대회를 통해 제2기 박근혜체제가 출범하면서 친박근혜 그룹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 이종철 기자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7ㆍ19 전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제2기 ‘박근혜체제’가 출범하면서 세력 판도에 직접적인 변화가 초래됐다. 종래 친박그룹은 당내 기반을 확고히 했고, 중도그룹이 친박쪽으로 기우는가 하면 대표적 반박그룹인 3선 강경파 간에 박 대표에 대해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여전히 박 대표에 비판적이었지만 홍준표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나는 박 대표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김문수 의원은 “3인방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일단 제2기 박근혜체제는 순항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리더십이 대중성에 치우치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약점은 언제든 암초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과의 사상전에서 박세일ㆍ원희룡 등 친박그룹으로 분류된 의원들이 대응 방법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징조(암초)일 수 있다.

당내 세력지도를 바꿀 수 있는 여러 모임 중 친박그룹은 수도권 소장파가 주축인 ‘수요정치모임‘ 정도다. 3선 강경파와 초재선 40여명이 참여한 당내 최대 세력군인 ‘국가발전연구회’는 박 대표의 대여 노선에 비판적이다. 박희태ㆍ강재섭 등 중진과 맹형규ㆍ최연희ㆍ유승민 등 30여명이 참여한 ‘국민생각’과 이상배ㆍ김기춘ㆍ안택수 등 보수 성향의 영남 의원이 주축인 ‘자유포럼’은 박 대표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박 대표체제의 순항을 보장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 여야, 계파간 물밑 세불리기 가열

여야의 2기체제 출범과 함께 사실상 본격화된 대권레이스는 향후 권력 지도를 바꿀 최대 변수로 평가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친노그룹이 당 권력의 최대 분점자인 상황이지만 차기 주자의 윤곽이 뚜렷해질수록 권력의 추 또한 그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당권파와 재야파는 대선 지형에 따라 중심부로 들어설 수도, 끝까지 변방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권력 지형 또한 대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열린우리당보다 복잡한 역학관계에 얽혀 혼미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현재 외견상 박근혜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지만 독주가 계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여권의 집중적인 대권 견제가 이미 시작됐고,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유력한 경쟁자가 가까이 있다. 더구나 반박 그룹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3선 강경파와 영남 중진은 이 시장에 우호적이고, 경기권 의원과 재야 그룹에선 손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야 모두 기선을 잡기 위한 이슈 전쟁에 나서고 2007년 대권 고지를 향한 전초전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유리한 권력 지도를 그리려는 하한 정국의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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