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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화갑 민주당 대표
"민주당 재건에 일로매진하겠다"
조순형·추미애 전 의원 참여는 시기상조 "합당·통합 없다"


민주당의 영화는 4ㆍ15 총선에서 막을 내렸다. 난파선이 돼버린 민주당호의 키는 30여년의 풍상을 겪은 한화갑 선장이 잡았다. 그러나 민주당호의 항해는 높은 파고와 짙은 운무 속에서 앞날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그런 가운데 한화갑 대표는 8월 3일 처음으로 갑판에 올라 “민주당의 길을 갈 것”을 선언, 12척의 배로 사즉생의 길에 들어선 충무공이 됐다.

지난 6일 민주당 대표실에서 한화갑 대표를 만나 노련한 선장의 뱃길이 얼마나 안전한지, 주변 안개의 속성을 어떻게 꽤뚫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 정체성 논쟁은 정치 후진성 드러내는 일



■ 약력
전남 신안(39년), 목포고ㆍ서울대 외교학과, 김대중 후보 조직비서(67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운영위원, 14~17대 국회의원(4선),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민주당 대표



-최근 여야 간에 ‘국가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대한민국이 탄생한지 50년이 넘었는데 지금 ‘정체성’을 거론해서 쟁점화하는 것은 당리당략 차원에서의 다툼이지 민생이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아니다. 국가의 아젠다(agenda)에서 프라이어리티(priority, 최우선)도 아니고. 전혀 국민에게 보탬이 안 되는 논쟁으로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 후진성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시대를 혹독하게 겪은 당사자로서 소회가 있을텐데

“유신시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냐 독재냐의 차이다. 국가 정체성을 갖고 따질 게 아니다. 유신독재는 다 아는 사실이고 민주화를 이룬 상황에서 죽은 박정희 대통령을 놓고 지금 다시 재판하는 것이 무슨 득이 있는가.”

-최근 행정수도이전 문제로 국론분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본래 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일 때 제기했는데.

“민주당의 공약으로 실천에 반대하진 않지만 지금 민생문제가 산적해 있고 경제가 어려운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행정수도를 결정했다고 해도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끝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현재 국가 빚이 200조원에 이르고 정부 발표에 의하면 행정수도 이전에 46조원이 든다고 한다. 그 돈이면 1억원짜리 아파트 46만채를 지어 인구 2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국민의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국민의 합의 속에 하는 게 정책의 지속성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당 대표가 된 뒤 “당의 재건을 위해 앞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을 재건할 복안은 있는가.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주당 재건이다. 그런 충정을 몰라주고 당내에서 발목을 잡는 점에 대해서는 섭섭함도 있지만 정치 현실로서 외면하지는 않겠다. 당의 중장기 전략 및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당 재건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8월 말까지 당 재건 로드맵을 도출해낼 생각이다. 총선 참패의 원인부터 찾아내 철저히 반성하고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 위에 어떤 비전으로 살아날 수 있는지 모색하겠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존립 조건인 당내 결속과 재창당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연 민주당이 부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김대중 정부 이후 권력사이클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은 50년 야당의 전통을 이어왔고,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한 저력 있는 정당이다. 앞으로 4년 뒤, 또는 8년 뒤에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대통령이 만든 정당, 임기와 함께 끝날 것

-당 일각에선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내지 통합을 주장하는 소리가 있는데.

“당장 당의 어려운 현실 때문에 그런 소??나오는 모양인데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만든 정당은 대통령의 임기와 더불어 끝났다. 열린우리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듯이 노무현 정부 京컥?정치는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을 갈 것이기 때문에 합당이나 통합은 없다. 설령 나 혼자가 되더라도 민주당과 끝까지 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7월 말 호남(목포)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과의 통합과 협력을 언급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의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선된 곳이니까 호남에 대한 화합적인 차원의 제스처가 아니겠는가.”

-민주당 재건과 관련해 텃밭이라고 할 호남 민심은 중요한 변수다. 6ㆍ5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당 지지율은 열린우리당에 크게 뒤지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변화’다. 4ㆍ15 총선과 6ㆍ5 재보선의 차이는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지지민심이 회복됐느냐 아니냐는 점이다. 4ㆍ15 총선은 탄핵 역풍이 전국에 미쳐 의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6ㆍ5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을 지지한 층에서 “민주당을 방치해선 안된다” “민주당을 키워야 한다”는 의식의 회복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

“4ㆍ15 총선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남도지사 선거는 후보를 잘 냈고, 소수 의원이지만 총력을 다한 점, 그리고 민주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호남 민심이 어우러져 승리했다. 4ㆍ15 총선에서 보여줬던 (호남의)섭섭함이 도지사 선거를 통해 갚아주자는 여론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반사이익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호남에만 치우쳐 ‘호남당’이란 한계가 지적되는데.

“민주당의 뿌리는 호남이다. 뿌리를 통해 지지를 확보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어떠한 정당도 지지기반이 있어야 도약할 수 있다. 지역적인 편중이라고 하지만 선거구 자체가 지역 중심이고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가 시작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호남당인 것은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다. 좋은 의미의 지역감정을 지역에 대한 대립의식으로 조장하는 것이 문제다.”

▲ 고건 전 총리 영입에 나설 예정

-민주당 재건과 관련, 고건 전 총리 등을 영입하려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얘기는 못했지만 고건 총리 같은 분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앞으로 부탁도 할 예정이다. 영입작업은 30~40대를 중심으로 추진할 것이며 그들이 당의 심장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당의 환골탈태에는 그들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조순형ㆍ추미애 전 의원 같은 중진의 역할은.

“민주당을 재건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반성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당에 갖다 놓으면 국민한테 당의 모습이 새롭게 비쳐지지 않고 민주당 재건을 위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 지난 총선에서 당의 분열에 직ㆍ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을 (당 재건에) 참여시키는 것은 환영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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