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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봇물, 몇 건이나 건질려나
의원 발의 16대에 비해 4배, 실적위주의 입법경쟁 우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보름 앞두고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7대 국회 개원 후 8월13일 현재까지 의원 발의로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총 160건. 16대 국회 같은 기간에 40여건이 발의된 것에 비하면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100대 개혁과제를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100명에게 할당해 입법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도 각종 민생법안을 중심으로 정기국회 입법 경쟁을 준비 중이고, 민주노동당도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개혁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법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제출된 법안 중에는 개별 의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성 법안이 있는가 하면, 여야의 중장기 전략이 함축된 핵심과제들이 있다. 물론 활발한 입법활동이 정책 경쟁의 시금석으로 이어질지, 또다시 정치싸움으로 변질될지는 299명 ‘금배지’들의 손에 달려 있다.


- 기존 관행 혁파냐 보완이냐

이번 정기국회의 쟁점으로 부각된 법안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우리 사회의 기존 관행에 대한 ‘혁파’냐 ‘보완’이냐는 큰 흐름에 녹아 있다. 대표적 쟁점 법안인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그렇다. 주로 ‘운동권’ 출신인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냉전이 종식된 상황에서 국보법은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다”며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상당수가 이 같은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국보법의 골격은 유지하되 문제가 되는 부분만 손질하자는 ‘부분 개정론’은 “폐지에 가까운 개정”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일부와 “일부만 소폭 개정하자”는 한나라당 다수의 입장으로 세분화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된 북한을 ‘국가’는 아니지만 협력대상인 ‘특수관계’로 인정하자는 남북관계발전기본법 제정안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치열한 이념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양대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이유로 반대 기류가 적지 않고, 최근의 정체성 논쟁과도 연관돼 있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 논란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과 맞물려 칼끝 대립이 예견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각종 기금들이 주식투자 금지규정에 묶여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연기금을 주식,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치가 경제성장 동력에 보탬이 되리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4당은 반대 입장으로 손을 잡았다. 연기금 주식투자가 이미 7조원 가까이 이르는데 전면허용하면 연기금의 부실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은 바닥 증시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업계의 ‘적극 찬성’과 정부여당의 강행시 총력투쟁을 선포한 노동계의 ‘강력 반발’이라는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금융거래 정보요구권 개정 여부가 요체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다. 출자총액제 폐지를 요구하는 재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열린우리당이 이를 주도하고 있고 한나라당 일부에서 원론적인 동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선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출자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한발 나아간 조치를 주장하는 등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노동계의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철폐 법안을 제출함으로써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이들에 대한 임금 차별을 해소하자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현실적이라는 암묵적 공감대 속에 “비정규직에 대한 시僿?대책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대체로 열린우리당은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의 ‘절충’을, 한나라당은 최대한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외에 사립학교의 비리예방과 재발방지를 목표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신문에 대한 규제와 지원에 방점을 둔 여당과 방송구조 개편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물린 언론관계법 개정안 등도 정치권이 사활을 건 정기국회의 뜨거운 쟁점이다.


- 법안 건수 보다는 생산성이 문제

이 같은 묵직한 주제 외에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아이디어성 법률안도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의원들의 본회의와 상임위 연간 출석률, 안건처리결과, 법안발의 건수 등을 공표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은 국회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때 비례대표의원 승계를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환경오염범죄 신고포상금을 최대 5,000만원까지 높이는 환경범죄단속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1년에 2차례 내는 자동차세를 없애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토종개인 삽살개 보호지구 지정 등의 조치가 포함된 삽살개 보호 육성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맹곤 의원은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입법경쟁에 대해선 일단 ‘정책국회’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 시각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법안 내용이 중복되는 법안, 충분한 공감대가 뒷받침 되지 못한 법안들도 일부 목격되고 있어 ‘실적’을 위해 “일단 내고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빈축도 있다. 또한 당과 협의 없이 개별적으로 제출되는 법안은 당의 방침과 배치될 소지가 다분해 각 당 지도부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의원들이 의욕에 앞서 반드시 곱씹어봐야 할 통계가 있다. 16대 국회 4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총 1,912건의 법안 중 부결되거나 폐기ㆍ철회된 법안수가 1,395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일하는 국회’를 평가하는 척도 중 으뜸은 결국 ‘생산성’일 수밖에 없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08-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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