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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박정희 딜레마'로 곤혹
대권레이스 본격화 땐 박정희 논란 가열될 수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2007년 대선까지는 ‘살아있는 박정희’가 될 것이다”.

최근 ‘국가 정체성’ 문제로 여야가 극한 대치정국으로 치달은 것에 대해 정치평론가이자 여론분석전문가인 이흥철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화두가 된 ‘정체성’ 전쟁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력한 대권 주자로 남는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매개로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 덕에 현재처럼 대권레이스에서 앞서 나갈 경우 여권의 ‘박정희 때리기’를 통한 ‘박근혜 흠집내기’ 가 점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정치권의 ‘박정희 논란’ 의 중심에 박 대표가 놓인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 '죽은 박정희'로 박 대표 집중공략

여권은 박 대표가 7ㆍ19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야당 대표가 되고 대권 주자로 우뚝 서자 ‘죽은 박정희’를 불러내 박 대표를 집중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이유로 대여 전면전을 경고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를 내세워 반격하는가 하면, 친일 시비까지 거론하며 박 대표를 아버지의 ‘그늘’에 묶어두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친일 진상규명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는 한편 박 대표를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7월 29일 노무현 대통령까지 정체성 논쟁에 정면에 나서 “지금 정치 전선은 유신이냐, 미래냐의 기로에 서있다” 며 박 대표를 유신으로 대표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몰았다.

여권이 집요할 정도로 박 대표를 박 전 대통령과 연계시키는 것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숙명적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박 대표의 최대 무기인 ‘박정희 향수’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요소를 부각해 박 대표에게 부메랑으로 작용케 하려는 계산에서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역사적 자산과 부채를 함께 지닌 ‘양날의 칼’이다. 박 대표의 정치 입문에서 성장, 오늘날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 있다. 박 대표가 20여년의 ‘은둔’ 생활을 깨고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디딘 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 일성으로 “아버지가 못다 이룬 뜻을 이루겠다”고 한 것은 많은 상징성을 함의한다.

이후 박 대표는 초선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여성 몫 부총재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1년 반 뒤 재선에 성공한 후 치뤄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부총재 후보로 나서 최병렬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 초년생에 잇따른 영광은 박 대표의 정치적 감각과 절제된 언행이 한 몫 했지만 아버지의 ‘음덕’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 대표가 당 간판으로, 대권주자의 입지를 분명히 한 지난 3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보에는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이 뚜렷하다. 박 대표는 3ㆍ23 대표 경선에서 “부모도 잃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대의원의 감성에 호소해 경쟁자인 홍사덕 전 의원을 가볍게 제쳤고, 대표 취임 후에는 박정희 시대의 ‘잘 살아 보세’를 상기시키는 민생ㆍ경제 행보를 주요 총선 전략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모친의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가 하면, 구미ㆍ창원 등지에서는 아버지의 산업화(경제부흥)를 상기시키는 식으로 아버지 카드를 활용, 4ㆍ15 총선에서 난파 직전의 한나라당호를 구해냈다. 이후에도 박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는 민생행보로 6ㆍ5 재보선 압승을 거뒀고, 7ㆍ19 전대에서 筠돛?표차로 대표에 재선출됐다.


- 정수장학회 등이 아킬레스 건 될 수도

박근혜 대표가 지난 재·보선 때 경남지사 후보 지원 중 한 지지자가 들고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아래 사진은 열린우리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 간담회에 참석한 고 김지태씨 유족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그러나 박 대표에게 아버지의 후광이 빛을 발할수록 어두운 그림자도 강하게 뻗쳐왔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전력과 암울한 시대를 강조해 박 대표를 공격했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반 박근혜 세력 뿐만 아니라 일부 친박그룹에서도 ‘박정희 부채’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전 대통령의 전력에서 여권이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친일과 유신시대다. 7월14일 의원 171명 명의로 제출된 친일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만주군 소위 전력은 역사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소속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정희의 만주군 전력에서 핵심 쟁점은 조선인(독립군)들에 대한 것인데,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가 속한 부대가 조선 독립군과 싸운 흔적이 엿보여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정희에 대한)국민적 공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친일 전력은 박근혜 대표가 태어나기 이전 문제여서 ‘박정희 그림자’의 방점은 유신시대에 맞춰져 있다. 노 대통령이 정체성 논쟁에서 직접 ‘유신’문제를 건드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8월 1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제안한 ‘진실, 화해 그리고 미래위원회’나 2일부터 본격 조사활동에 들어간 ‘정수장악회 진상조사단’은 유신시대라는 우회로를 통해 박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는 이미 여권의 예리한 칼에 베인 상태다. 열린우리당 진상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정수장학회 탄생 과정, 박 대표의 급여와 납세문제, 박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J씨의 정수장악회 자금 관련 등이 주요 조사대상인데 상당한 성과가 있다는 전언이다.

박 대표가 총재를 역임한 ‘새마음봉사단’과 전신인 ‘구국여성봉사단’도 여권의 표적이다. 새마음봉사단은 박 대표가 실질적 퍼스트레이디로서 관여한 단체로 과거 전두환 정권이 손을 대기도 했다. 구국여성봉사단은 75년 최태민씨(94년 작고)가 창설한 단체로 최씨는 박 대표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고 유신말기 이권에 개입해 중앙정보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씨와 박 대표에 관한 보고 문제로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차지철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다툼을 벌인 일화가 있고, 박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J씨가 최씨의 인척이란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 대표에 비판적인 3선 강성 의원 뿐만 아니라 박 대표에 우호적인 의원들까지 ‘유신시대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표는 유신독재시절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권력의 핵심에서 적극적 정치행위를 했으므로 정치적 원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의 측근 브레인인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은 “박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권탄압)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 공격에 의연히 대처했던 박 대표가 요즘 부친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의연함을 잃은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정희’라는 양날의 칼을 쥔 박 대표가 과연 어떤 선택과 대처를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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