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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호' 출범
넘버 쓰리의 서릿발 올인정치
대야 강경노선 천명으로 정치권 긴장, 당 노선 등으로 갈등 소지도


정국현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부영 의장.

우여곡절 끝에 열린우리당 ‘ 이부영 체제’가 닻을 올렸다. 재야 출신이자 당내 비주류에 속한 이 의장의 등극으로 여야 관계는 물론, 당내 역학 관계까지 일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 졌다. 이 의장이 ‘ 과거사 정국’에 대해선 ‘ 대야 강경 노선’을,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선 ‘ 독자 노선’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신기남 전 의장의 낙마 후 이 의장이 중진들의 비상대책위 구성 방안을 물리칠 때만 해도, 아니 의장직을 승계한 직후만 해도 당권파에선 “ 넘버 쓰리가 하루 아침에 넘버 원이 됐다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느냐”는 소리가 들렸다. 전당 대회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9월 정기국회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관리형 의장’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나름의 분석이 곁들여진 평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쉽게,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다. 이 의장은 취임 일성부터 ‘ 과거사 청산’, ‘ 언론 개혁’을 강조하며 “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입장 때문에 내가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올인을 선언했다. 이 의장이 양대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재야시절 5차례의 투옥 중 4차례가 국가보안법에 의한 것이었고,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인 경력과 결부시켜 봤을 때, 과거사 청산과 언론 개혁은 자신의 역할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현안이 된다. 더욱이 두 가지 과제는 여권에서 오래전부터 핵심 개혁 과제로 상정하고 추진해오던 터라 총력전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 "박정희는 군내 프락치" 직격탄

하지만 이 의장의 과거사 정면 대응 방침에 따라 여야간의 경색 국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신기남 전 의장을 속죄양으로 삼아 ‘ 전화위복’을 도모하는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 친북용공’ 카드로 맞불을 놨다. 이 의장도 이에 질세라 “ 박정희 전대통령은 일본 육사에 들어가 엘리트 장교로 중위까지 됐다가 해방 후에는 광복군에 합류했고 또 그 뒤에는 공산주의자로 변신해 군내 프락치의 총책이 됐다”고 거침없이 맞받아 쳤다. 얼마 전 “ 친일 진상 규명 대상에서 필요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뺄 수도 있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더욱이 이 의장은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서도 “만난다는 의미만 가지고는 만나지 않겠다. 만난 다음의 결과가 장밋빛 같지만은 않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게 좋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장이 한나라당 출신인 점을 감안해 여야 유화 국면이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의장이 ‘ 과거사 정국’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정국 흐름을 자신을 중심으로 급류로 만들어 당 안팎의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겠다는 복안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당권파가 다져놓은 당 색깔도 이 의장 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 의장은 그 동안 천신정 당권파가 실용주의 노선을 강하게 투영시켜 왔던 민생 경제 문제에서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계와 만남이 빈번했던 이전 지도부와 달리, 노동계와의 접촉을 강조하며 노사 문제 해결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의장은 시급한 당무가 정리되는 대로 노동계와 정부측을 직접 나서서 접촉할 방침이다.


- 활동반경 넓히며 리더십 구축

이 의장의 리더십 구축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시선을 국외로 돌려 정당 외교에도 시동을 걸었다. 9월 초, 원외 의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정기 국회가 시작되면 이 의장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 아시아 정당 대회’ 참석차 중국을 疫??예정이다. 체류 기간 동안 아시아 안보와 지역 협력을 주제로 한 정당 대회 연설,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10개국 정당 대표와의 양자 회담 등 굵직한 일정을 계획해 두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열린우리당의 행보는 당분간 이 의장이 좌우하는 방향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의장은 당내 계파 대표들을 참여시켜 層돎罐?보강하자는 일각의 ‘ 집단 지도 체제’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며 ‘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신기남 낙마 파동 후 지도 체제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계보의 측면 지원이 큰 힘이 됐다. ‘ 김근태계’의 입장에서 봐도 이 의장은 적어도 내년 전당 대회까지는 당권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어서, 양측의 ‘ 윈 - 윈 전략’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을 진화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둔 임채정 문희상 의원 등 중진들도 이 의장 체제를 암묵적 승인함으로써 힘을 보탰다.



이부영 신임의장이 첫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와 얘기를 하고 있다.
/ 홍인기 기자



또한 한나라당 탈당파인 ‘독수리 5형제’도 이 의장의 친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 전의장이 계파 포용 차원에서 김부겸 비서실장, 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 등을 당직 요로에 포진시켜 놓은 것은 결과적으로 이 의장에게 큰 선물이 됐다. 김 비서실장은 신 전의장과 함께 동반 사직서를 낸 상태이긴 하지만, 이 의장은 “ 당직 인선은 신 의장이 썩 잘해 놨다”고 평가하며 큰 틀의 변화는 꾀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 의장 체제의 열린우리당이 예상보다 빠르게 연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은 대체로 이런 근거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부영 체제 출범이 마뜩찮은 당권파의 긴장감은 역력하다. 당장은 당내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드러내 놓고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원내 사령탑인 천정배 대표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차근차근 주도권 탈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 이부영-김근태’ 대 ‘ 당권파’ 간의 대치는 내년 전당 대회를 겨냥한 당권 경쟁, 그 후 대권 경쟁 등을 의식한 신경전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일시 봉합된 여권의 계파갈등이 언제, 어떤 계기로 표면화될지 모르는 불안정성을 배태하고 있다.


- 여권 대권경쟁 구도의 변수될 수도

만약 이 의장이 당내 갈등을 적절히 진화하고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4.15 총선에서 낙선 한 후, 꺾였던 ‘ 정치적 야망’을 재점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이 의장은 “ 내년 전당 대회를 잘 치르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렇게만 된다면)내년에 아무 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서히 달아오르는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신경전 속에 이 의장이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넘버 쓰리’ 이 의장의 재기는 ‘ 시한부 넘버 원’에 머물지 않고 향후 여권의 대권 경쟁 구도에 일대 지각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08-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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