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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카드로 鄭·金 속도조절?
여권 대권레이스 3각게임
통치형태·개헌문제 등 현실화 땐 대선지형 지각변동 가능성




이해찬 국무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그들만의 전쟁일 뿐이다”.

차기 대선을 향한 잠룡(潛龍)들의 ‘소리없는 전쟁’에 대해 재미(在美) 한반도 문제 전문가 교포 C씨는 그렇게 평했다. 그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른 8월 중순, 한ㆍ중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던 중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근거해 현재의 대권레이스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암시했다. C씨는 2년 전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 움직임을 예견한 인물. 그가 여권 차기 주자들의 경쟁을 ‘그들만의’ ‘소리없는’ 전쟁으로 비유한 것은 차기 대선의 외생(外生) 변수를 간과한 레이스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탄핵정국을 거쳐 4ㆍ15 총선을 계기로 탄력을 받은 대권레이스는 열린우리당의 유력 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맞대결을 펼치면서 속도를 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6ㆍ30 개각을 통해 정ㆍ김 두 주자를 입각시키고 이해찬 의원을 총리에 임명하면서 대선 지형은 급격히 변했다. 여기에 ‘분권형 시스템’ 도입, 이해찬 총리는 일상적 국정운영을 총괄하고 정 통일부 장관은 내각의 외교ㆍ안보ㆍ국방 분야를, 김 복지 장관은 사회 분야를 ‘팀장’ 격으로 책임지도록 하면서 여권내 역학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노 대통령이 분권형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만 차기 주자들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 검증을 위해 시험대에 올려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의 입각 후 친노그룹이 당을 장악, 당-정-청에 대한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한 것도 ‘차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여권의 대권레이스는 종래 정동영- 김근태 2파전에서 이해찬 총리가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 총리는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데다 예상 밖 카드여서 노심(盧心)이 실렸다는 추정과 함께 가능성 있는 잠룡으로 주목받고 있다.


- 이해찬, 친노그룹 지원 얻을 경우 '유력'

이 총리는 취임 직후 신행정수도 이전 대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천도 반대 논리를 약화시켰는가 하면 LG칼텍스정유, 서울지하철 파업 등 노동계의 하투(夏鬪)도 잘 마무리지으면서 노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책임총리제가 아니라는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으로부터 내각 통할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여권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노 대통령과는 88년 13대 국회 때 함께 등원하면서 돈독한 신뢰를 쌓아온 터라 이 총리가 국정운영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 대통령의 후원이 계속된다면 무시 못할 잠룡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그러나 이 총리는 대권과 관련한 질문에 “청와대에 갇혀서 사는 일을 뭣하러 하느냐” “나는 대권과 전혀 관계가 없고 관심도 없다”며 손사래를 하고 있다. 친노그룹 내에서도 이 총리의 대중성 부족을 이유로 차기 주자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할 수만 있다면 (참여정부 임기) 끝까지 모시려고 한다”며 ‘장수 총리’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는데 그의 당 복귀 시점이 차기 대선후보 선출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가 총리로서 일정한 실적을 쌓을 경우 차기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리는 당과의 역학관계에서 김근태 장관 계열 인사들과 가깝지만 개인적인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나 친노그룹이 당의 최대 세력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어서 이 총리가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고 킹메이커인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가장 유력한 주자가 될 수도 있다.


- 정동영, 외교·안보라인 맡으며 내실 다져

정동영 장관은 6ㆍ30 개각과 노 대통령의 ‘분리형 시스템’ 으로 외교ㆍ안보ㆍ국방분야 책임을 맡으면서 대권 도약의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정 장관은 철저하게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는 한편 차관에 이봉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을, 정책보좌관에 북한문제 연구가인 김연철 박사를 인선해 통일부의 정책참모 라인에 내실을 기했다. 정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 후 남북관계 경색의 단초가 된 북한 김일성 주석 조문 불발과 탈북자 대량 입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 그동안 높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정 장관은 대북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로 남북화해무드를 조성해 지지층을 넓힌다는 방침인데 내년 통일부 예산을 본래보다 2,130억원 늘려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에 집중 배당해 놓은 상태다. 또한 러시아주재 한국대사관에 통일부 몫의 주재관을 내보내는, 통일부의 해묵은 민원을 해결하는 등 ‘실세 장관’의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당과의 관계에서는 천ㆍ신ㆍ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상징되는 당권파가 정 장관의 지원세력이다. 이들 주요 멤버는 ‘바른정치모임’의 주축으로 정 장관의 최대 지지기반을 이루고 있다. 최근 당권파의 한 축인 신기남 전 의장이 부친의 친일 경력 문제로 낙마해 타격을 입었지만 ‘바른정치모임’ 멤버인 정동채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각각 문화관광부장관과 국회 건교위원장 겸 당내 기획통을 맡는 등 여전히 실세그룹으로 남아 있다.


- 김근태, 국민과의 친밀도·인지도 높이기

김근태 장관은 입각 과정 뿐만 아니라 ‘분권형 시스템’에서도 경쟁자인 정동영 장관에게 밀린 상태지만 부처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국민과의 친밀도와 인지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예산을 당초 9조 6,171억원에서 6,067억원이나 늘린 것은 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 장관은 외곽그룹인 한반도재단 사무총장으로 문용식 나우콤 대표를 영입하는 한편, 당에서는 김 장관 지지성향의 ‘국민정치연구회’가 장영달 의원을 이사장으로 선출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봉주ㆍ이기우ㆍ이인영ㆍ우원식 등 재야출신 초선들도 간사직을 맡아 당내 보폭 넓히기를 시도하고 최규성 의원이 당 사무처장을 맡아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비주류인 이부영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신임 의장이 되는데 김 장관 계열 의원들이 당권파를 견제, 이 의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김 장관의 당내 기반이 더욱 확고해졌다는 평이다. 또한 김 장관과 이 의장은 2001년 5월 개혁성향의 신당창당을 목표로 여러 세력이 결집한 ‘화해와 전진 포럼’의 핵심으로 활동한 인연도 있어 이부영 체제는 김 장관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 야당 외부공세 등 변수 많아

세 잠룡과 관련, 킹메이커인 노 대통령의 행보도 주요 변수다. 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현재의 분권형 통치를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다른 통치 형태로 바꾸느냐는 차기 주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분권형 통치에 대한 개헌 논란도 현실화할 경우 대선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차기 주자들에겐 내부의 경쟁과 공격 못지않게 야당을 비롯한 외부의 공세도 관건이다. 이미 신기남 전 의장이 낙마한 상황이고 정동영 장관은 일제 때의 부친 문제가, 김근태 장관은 월북한 친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3년여 남은 대선 기간은 차기 주자들에게 대권수업의 과정이다. 누가 그 기간에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져 대권레이스에서 우세한 고지를 선점할지 궁금하다.

▲ 여권 차기 대선주자는 정동영?

“한국의 차기 대선은 콘돌리자 라이스의 ‘큰 선물’에 담겨 있다.”

부시 미 행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 한반도문제 전문가 교포 C씨의 진단이다. 부시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차기 대선에서 국내 변수 못지 않게 외생 변수가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외생 변수와 관련, “지난 7월 9일 한국을 방문한 라이스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망째活?노무현 대통령에게 언급한 ‘큰 선물’을 주목하라”고 했다. 라이스는 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깜짝 놀랄 대가’(큰 선물)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그 ‘대가’에 관심을 증폭시켰는데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의 ‘정상회담’발언과 연계시켜 연내 남북 정상회담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C씨는 “큰 선물은 (미국의)대북 로드맵으로 북한 지원을 포함한 유화정책이 핵심이고 남북정상회담은 로드맵의 하부 개념으로 가능성 있는 의제이지만 올해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철수는 ‘큰 선물’의 상징적 액션”이라며 “미국과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한반도 정책에 대한 로드맵에 합의를 끝냈으며 한반도를 미-러-일 블록에 끌어들여 중국에 대항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한은 미국이 핸들링하고 북한, 특히 군부는 러시아가 맡아 한반도를 평화체제, 나아가 연방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나 최근 북한체제를 비방하고 나선 것도 미-러-일 블록에 대한 대항조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C씨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남한과 북한에 메시지를 보낸 상태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년 초가 유력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정상회담에 ‘올인’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분권형 시스템으로 정 장관에게 내각의 외교ㆍ안보ㆍ국방 분야의 팀장이 되게 힘을 실어 준 것이 정상회담을 위한 노 대통령의 ‘올인’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C씨의 논리대로라면 정동영 장관이 대선레이스에서 가장 유리한 주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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