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첫 정기국회 개막, 개혁 vs 노 정권 평가 첨예한 대립 예상

칼끝 겨눈 100일간의 전쟁
17대 첫 정기국회 개막, 개혁 vs 노 정권 평가 첨예한 대립 예상

17대 첫 정기 국회의 막이 올랐다. 여소야대로 변화된 정치 환경에서 치러지는 ‘100일 전쟁’에서 각종 쟁점을 둘러 싼 여야간의 양보 없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상임위별로 100대 과제를 선정한 열린우리당은 ‘민생경제’와 ‘사회개혁’을 2대 화두로 공세적 운영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 국회의 의미를 “노무현 정부 집권 1년 6개월에 대한 평가”로 규정하며 야성(野性)을 번뜩이고 있다.

메이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민주노동당도 차별화된 개혁성으로 실력을 입증받겠다는 각오다. 각 당의 출사표를 의례적인 다짐으로 넘길 수 없는 것은 이번 정기국회 성적표에 따라 17대 국회 전체의 주도권 향방이 달려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당, 개혁 총 공세 예고

따라서 각 당의 정기 국회 전략은 군대의 작전 계획을 방불케 할 만큼 치밀하다. 과반의 열린우리당은 정기 국회를 시기별로 6단계로 세분화 해 쟁점 법안의 처리 시기 등을 정해 놓다. 정기 국회 전반부인 9월초에는 2003년 세입세출 결산안, 국민소환법 등 여야 합의가 가능한 개혁 법안과 정부 제출 법안을 처리하며 ‘부드럽게’ 시작한다.

하지만 9월 중순부터는 국가보안법, 친일진상규명법, 국회법, 사립학교법 등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과제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어 정기 국회의 하이라이트인 국정 감사(10월4일부터 3주간), 교섭 단체 대표 연설 및 대정부 질문(10월26일~11월3일) 등이 집중된 10월에는 핵심 쟁점에 대한 대대적인 여론전을 전개키로 했다. 최종적으로 ‘개혁 입법 활동기’가 될 11월은 그 동안의 활동 결과를 입법으로 완성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이 시기에 개혁 ‘총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천정배 원내 대표는 “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야당과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겠지만, 합의 도출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엔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며 일찌감치 ‘강공’을 예고해 놓았다.


- 한나라, 여권 실정부각에 초점

반면 한나라당은 민생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지방 분권, 지역 균형 발전 등 경제 현안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세의 초점은 경제를 어렵게 만든 여권의 실정에 맞추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 기간동안에는 내부적으로 수집해 온 정부 기관의 총체적 무능과 위법 사항을 대대적으로 폭로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의 사회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선 적극 저지하되, 각 현안에 대한 당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맹목적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비껴 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예결위 상임위화 등의 문제에선 야 4당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과반 여당에 대한 수적 열세를 ‘명분’으로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덕룡 원내 대표는 여당의 ‘밀어 붙이기’와 관련, “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의 소지가 있는 법안들을 과반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행태는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며 당의 기본 방침을 밝혔다.


- 민노당, 진보정당 입지 확대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부유세 도입, 주택상가 임대차법 개정, 농촌기본법 등 노동자 – 농민 - 서민의 처우와 직결된 법안들을 앞세워 진보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8대 민생과제와 6대 개혁 과제를 설정, 진보적 입법 과제 관철을 위해 시민 단체들과 함께 정책 연구, 공청회 등을 실시해 직접적인 대국민 여론전을 전개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문제에서는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성향 의원들을, 기금관리기본법이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여부가 달린 주택법 개정 등의 문제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견인하는 2중 전략을 병행키로 했다.


- 각당 내부 의견조율에 골머리

입법 대결이라는 정기 국회의 속성상 이 같은 ‘당대당 대립’은 회기 내내 중심적인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선결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선 각 당이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파’와 ‘실용주의파’의 내부 대립이라는 해묵은 양상이 재연되고 있다. 민생 경제 분야 법안 추진에 있어 ‘실권’을 쥐고 있는 당내 ‘경제통’들의 보수적 입장은 개혁 성향 의원들의 불만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경제 관료 출신들을 중심으로 기업 규제 완화 차원에서 출자 총액 제한 완화나 폐지 의견이 등장하자 소장파 의원들은 “재벌개혁 의지 후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개혁파가 추진하는 각종 사회 개혁 분야는 당 내부로부터 속도 조절 요청을 듣고 있다. 안영근 이종걸 유재건 의원 등 ‘국보법의 안정적 개정을 추진하는 모임’이 386 개혁파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선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

한나라당 역시 ‘노선 차이’로 압축되는 주류 - 비주류 갈등이 언제 폭발할지 모를 위험성을 안고 있다. 당이 직면한 최대 현안인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대안을 포함한 당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내 여론조차 이해 관계에 따라 중구난방이다. 특히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가 “대안 마련 후 찬반 결정”이라는 애매한 입장만 되풀이하는 동안 비주류 의원들은 “사실상 반대가 당론”이라고 몰아 세우고 있다.

한편 비주류는 박 대표를 겨냥해 “유신 시절의 과오를 사과하라”는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어 여권에 맞선 지도부의 과거사 청산 대응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이 밖에 여권의 경제살리기 방안을 두고서도 ‘조건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당에 비하면 민주노동당은 대단히 높은 내부 결속력을 자랑한다.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소속의원 10명의 의견이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처음 진출한 소수 정당으로서 거대 양당의 주도권 경쟁에서 자칫 뒷전으로 내몰릴 지도 모른다는 고민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당이 집중키로 한 입법 과제에서조차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기국회 후 심각한 후유증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 정국 주도권 다툼 비화

이렇듯 3당간의 주도권 다툼은 물론 각당 내부의 문제까지 겹치다 보니 정치권에선 이번 정기 국회가 또 다시 ‘정치 싸움’ 양상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 이번 정기 국회야말로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여실히 보여줄 첫 무대가 돼야 한다”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당부를 정치권이 얼마나 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5:52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