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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입의 고수들 '한 방' 장전
여야 저격수 라인 새 인물로 재편, 품위있는 논쟁의 장 돼야

대표적인 대여 ‘저격수’로 손꼽히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알짜배기 당직을 맡으면서 컴백했다. 정 의원은 지난 14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 경선에서 42.2%의 득표율로 당선, 중앙위 의장에 선출됐다. 정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후보들이 출마했다는 평이 더러 있긴 하다. 그러나 정 의원이 6명의 후보 중 42.2%의 득표율로 1위로 당선된 데 대해서 벌써부터 ‘저격의 계절’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DJ정부 시절 정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의 야성(野性)을 대변했던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저격수 3인방이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비주류가 돼 대여 포문보다는 당내 개혁에 비중을 두고 있고, 대다수 초선 의원들은 실전 경험과 정보 장악력이 떨어져 당에 마땅한 공격수가 부족하다는게 대체적인 평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도 “과거 저격수를 꼽으라면 손쉽게 지목할 의원들이 있었지만 17대에는 사실 귀하다”면서 “이는 현실 정치가 이미지가 중요하게 돼 가면서 초선이나 소장파 의원이 괜한 날을 세우는 궂은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여야 각 정당의 저격수 라인 업이 새로운 인물들로 재편되고 있어 주목된다.


- 한나라 전여옥 의원, 추종 불허할 독설

우선 17대 국회에서는 초선 여성 의원들이 저격수를 자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방면에서는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과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이 단연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방송 기자 출신인 전 의원의 독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지나치게 신랄한 비판이 오히려 당의 대중적 지지도를 깍아 내린다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저격수’로 나서 정수장학회, 과거사 문제 등 유독 박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돼 있는데 무게감은 떨어진다는 평이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특유의 직설적인 달변과 거침없이 쏟아내는 튀는 발언으로 이미 여러 차례 그 능력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그는 과거 DJ 저격수로 활약한 이신범, 이사철 전 의원 등 ‘저격의 달인’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카리스마를 가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17대 국회의 저격수들이 말의 성찬으로 그 문화를 바꿔 놓는 가운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논객들도 저격수의 반열에 오르 내리고 있다. 이들 중에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김한길 의원, 한나라당에서는 이한구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은 민간 기업에서 일한 뒤 정계에 입문해 ‘정책통’으로 각각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정책위의장 등으로 당에서 대접을 받으며 상대 정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궁지에 처한 김 의원도 특히 TV방송 토론에서 치밀하고 전략적인 논리로 야권을 괴롭힌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대표적인 저격수들이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저격 방향이 U턴으로 전열이 흐트러지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은 이부영 당 의장이나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또는 청와대와 장관 등 내각이 총출동하 양상이 특징이다.

특히 이 의장은 16대 때에는 DJ 저격수였다가 지금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가보안법 논란이 계속되자 한나라당을 직접 언급하며 비판하는 등 적절하게 정치권 논쟁에 개입하면서 대야 공격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 경쟁 관계에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물론이고 실세 총리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대야 포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 초선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데리고 놀’ 정도로 강한 힘을 과시했다는 당 안팎의 평을 받고 있다.

우리당의 대야 저격수가 내각과 청와대로 넓게 포진하는 가운데, 정형근 의원의 당직 복귀에 따라 한나라당의 저격수들이 어떻게 전열을 가다듬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단은 16대 국회처럼 대여 공격의 일관된 면모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사덕, 최병렬 등 상당수의 ‘노무현 저격수’들이 탄핵 정국 속에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퇴장을 한 데다가 절치부심하던 왕년의 저격수들도 재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3인방 저격수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저격수 정치인인 홍준표 의원이 “대여 투쟁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저격수 생활을 졸업하겠다”고 선언했고, 김문수 의원도 "이제는 투사 이미지를 씻고 외교와 경제 공부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또 'DJㆍ노무현 저격수'에서 지난 8월 당 연찬회에서 ‘박근혜 저격수’로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이재오 의원은 당분간 향후 대권 및 당권 구도와 관련 내부 투쟁에 전념할 것으로 보여 ‘저격 공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당내의 ‘친박(親朴) 대 반박(反朴)’ 전선에서 반박 전선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성향이 강한 정형근 의원 등과 저격수로서 일심동체가 되긴 힘들다.


- 마구잡이 폭로전은 없을 듯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16대 국회에서는 숫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저격수가 모자랐다. 그러나 17대 국회에서는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원한 데다 상생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비등해져 과거처럼 인신 공격이나 단순한 ‘설’로 궁지에 몰아 넣는 정치 행태는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당에는 3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많이 포진해서 ‘저격’보다는 논리를 개발해 싸우게 될 것”이라며 “과거사 청산이나 낡은 법률 청산에는 이미 도덕적인 명분이 축적돼 있는 만큼 저격 공방에선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정치권에 날을 세운 저격수들의 공방은 시중에 갖가지 ‘설(說)’을 마구잡이 유포시켜, 상대 정당에 흠집을 내는 것이 다반사였다. 병풍, 안풍, 색풍, 북풍 등 정치권의 폭로전이 심화할수록 여야 저격수들간의 핏대 세운 헐뜯기가 도를 더해, 상호 명예훼손 소송전까지 불사하던 형국이었다. 특히 선거가 임박할수록 저격수들의 역할은 커지고 네거티브 전략이 확산됐다.

하지만 17대 국회는 정치 개혁을 화두로 탄생한 만큼 아직까지는 양당 저격수들이 준비한 ‘작품’이 선보이는 전면적인 폭로전은 부상하지 않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를 지양한다는 17대 국회의 정신, 즉 상생 정치가 여전히 여야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어 저격수의 전진 배치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호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일단 뒷전이고, 필사적인 자세로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정치 현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향후 정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상대를 격침시키는 살벌한 저격 문화보다 고급스런 조크나 정책 논쟁의 무대가 우대되는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정치권과 결탁해 저격 문화를 부추긴다”고 분석한다. 17대 국회에 저격수로 나선 정치인들은 이래 저래 도마 위에 오를 신세를 감수해야 될 판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입력시간 : 2004-09-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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