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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강남왕따'는 재집권 전략?
고교등급제·부동산정책 등 부의 편중 강조로 '강남·북 편가르기'논란
비개혁적 기득권층 부각, 사회문제 의도적 쟁점화 시각도




안병영 교육부 총리가 교육부의 3불정책 및 고교등급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손용석 기자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관계법 개정안’, ‘과거사진상규명’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우리당이 4.15 총선에서 의회 1당이 된 이후 6개월만의 일로, 당의 미래와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이 정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민주-반민주’, ‘지방-수도권’, ‘주류-비주류’, ‘특권층-서민’ 등 이분법적인 전선을 쓴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고교등급제’, 집값(행정수도 이전) 등 부동산 정책은, 부의 집중을 비판하면서 특정 지역과 계층에 대한 위화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 한나라 "대립구도 격화의도" 비판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강남을 왕따시키고 있는데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면서, “이는 여권의 신집권전략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정권이 영호남을 편갈라 반쪽 정권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데 반해 노대통령 등 신진세력들은 강남-강북 편가르기 등 절묘한 구분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즉, 한나라당은 과거 정치권이 영남·호남·충청권 지지 등으로 정권 창출에 전통적인 지역 민심을 활용하였던 것에 비하면, 현 집권세력은 지역 색채는 배제하면서도 부의 편중을 강조해 돈이 많거나 특권을 가진 자 등의 특정세력을 집중 공략하면서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이 지역균형발전을 거부하는 소수세력으로 낙인찍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을 격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왕따론’의 실체를 일단 부정하고 있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의제 설정과 운영방식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박물관에 보내야 할 유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등 특유의 표현을 구사하면서, 갈등을 빚는 정치 사회 의제에 대해 지지층과 반대층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즉 노 대통령에 대해 ‘갈등의 리더십’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그간 방치해왔던 사회갈등의 중심 테마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다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집권 초반 청와대에 근무한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통화’와 ‘조화’라기보다는 “자기편은 열광하게 하고 반대편은 자극하는 펠로우십(fellowship leadership)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 대해 “현재 지방과 수도권, 그리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라면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지난 8월 청와대는 ”일부에서 여당이 강남지역을 의도적으로 '왕따'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간 격차를) 언급하지도 말고 그냥 덮어버리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반박했다.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의 서영석 정치전문기자는 “집권당의 재집권전략은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서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강남 왕따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건 ‘전술’이지 전략은 아니다. 그런데 시대정신은 특권층이나 특정 지역을 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특정 지역과 권력에 천착하는 한나라당은 (집권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우리당 "개혁 중요성 되짚는 기폭제"주장

강남 아파트 전경.
/ 류효진 기자

또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계층, 계급간 ‘편 가르기’는 단순한 갈등의 확산을 의도하는 게 아니라 개혁의 중요성을 되짚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회가 현재 ‘닫힌’ 계급사회로 나아간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는 단순한 빈곤 대물림의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인 신분의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당은 이를 혁신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당 내부에서 편가르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여전하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지난 7월 개원국회 평가를 위해 마련된 연석회의에서 “여권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얻고도 ‘친노 대 반노’ 구도로 정국을 운영하려는 경향이 존재했다”며 반성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의 중도화와 민주노동당과의 개혁경쟁으로 ‘수구 대 반수구’의 구도가 깨지면서, 지지층이 엷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강남 왕따’와 같은 구분법이, 지지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국민의 다수를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여준 전 의원도 “여권의 대의는 적절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자꾸 꼬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수도이전 문제도 여권의 독선적인 정치행태가 낳은 결과라는 식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이념적 좌표로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내세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따뜻한 보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러한 전략은 여권에 맞서 용공?친북활동까지도 과거사 규명에 포함하자고 ‘역제안’한 여의도연구소(소장 박세일 의원)에서 나온 것으로, 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집권하려는 이른바 ‘5107 프로젝트’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야당의 ‘약자 배려’ 전략이 허구라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발전의 혜택이 특정지역 및 계층에만 집중된 것을 부각하면서, 그러한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치중해간다는 방침이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사회에 엄존하는 지역간, 계층간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개혁엔 비협조적”이라면서, “이는 건강한 의미의 사회통합과 다원성을 포기해 결국은 국가 경쟁력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권의 향후 집권 전략은 이광재 의원이 주축이 된 친노 성향의 386의원 모임인 '신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에 의해 브레인 스토밍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쟁점은 들춰낼수록 진가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모가 드러나게 되는데, 수도이전이나 고교등급제 등이 막혀 있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제기와 대안이 옳았다”고 판단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실체없는 개혁' 논란 이어질 듯

참여정부 초기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명지대 이종오 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떤 특정지역이나 계층을 물리적으로 왕따시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신은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아 균형사회를 지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이러한 국정운영을 ‘강남 왕따’라고 거두절미하여 몰아 세우는 것은 기득권층의 개혁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은 수도이전이 헌재에 의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권력분산’ 또는 ‘지방화’를 통해 재집권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 훼손됐다. 하지만 지지층이 단결해 전폭적인 후원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한나라당이 ‘표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지난번 탄핵 후폭풍을 잊지 않고 있어서이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으로 상처 입은 노 대통령과 집권당은 4대 개혁법안 국회 처리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 결정에 힘입은 야당은 이를 강력 저지한다는 태세여서 ‘실체없는 개혁’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입력시간 : 2004-10-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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