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문 청장 후임 논란 가열, 허준영·이상업·이승재 3인으로 압축

차기 경찰총수, 영·호남 물밑 격돌
최기문 청장 후임 논란 가열, 허준영·이상업·이승재 3인으로 압축

행자위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기문 청장.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청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고영권 기자

폭풍전야. 경찰 고위 간부의 인사가 예정된 요즘 경찰청 분위기다.

매년 11월 인사철이면 이런저런 소문으로 술렁이던 경찰이 의외로 조용하다. 경찰 수뇌부도 이번 인사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11월에 경무관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겠지만 실시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래서 경찰 안팎에선 11월 인사가 내년 3월로 늦춰진다는 ‘ 연기설’과 함께 ‘ 파격 인사설’ 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경찰청을 휘돌고 있는 이상 기류의 진원지는 경찰청장 인사 문제다. 최기문 현 경찰청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만료돼 벌써부터 경찰청장 교체시기와 후임 청장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 11월 파격인사설·연기설 등 설왕설래

교체 시기와 관련, 경찰 주변에선 11월 교체설과 내년 3월설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11월 교체설은 11월이 인사 시즌인데다 특히 최기문 청장의 거취와 관련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른바 ‘최기문 재보선 출마설’이 그것으로 최 청장의 출신지인 경북 영천의 경우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이 지난 9월 30일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내년 4월 재보선이 유력하고, 최 청장이 ‘ 후보 1순위’ 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최 청장이 출마할 경우 여당 후보로서 ‘ 몸 만들기’를 위해 내년 3월 임기 만료 전에 퇴임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 내년 4월 재보선은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유지하느냐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거로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최 청장을 ‘최고의 카드’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청장은 4ㆍ15 총선전부터 “ 정치엔 관심이 없다. 임기를 다 채울 것" 이라고 말했고, 현재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 청장이 4.15 총선이나 내년 4월 재보선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에 불출마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내년 4월 재보선을 겨냥한 여권의 요청을 최 청장이 끝까지 물리칠 지 알 수 없는데다 여권 내부에선 “ 최 청장이 사지인 TK(대구ㆍ경북)에서 십자가를 질 경우, 행자부장관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11월 교체설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 47년생 3인방 거취가 최대 관심사

허준영 서울지방경찰청장

반면 최 청장의 ‘임기 완수’ 입장이 완고한데다 경찰 내부 사정이 복잡해 11월 경찰청장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예정대로 3월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 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 11월 인사 여부와 폭은 경찰내 ‘ 47년생 3인방’의 거취에 달려 있다”면서 “ 후임 경찰청장은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내 47년생 3인방은 이상업 경찰대학장, 김홍권 경찰청 차장, 하태신 경기경찰청장. 경찰청 관계자는 “ 47년생 3인이 (경찰에)남느냐, 떠나느냐에 따라 경찰 인사의 폭이 달라질 것”이라며 “ 내년 3월까지 최기문 청장 체제가 유지될 것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경찰청장 교체시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獵?가운데 후임 청장에 대한 관심은 경찰을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재 ‘ 차기’ 후보로는 , 이상업 경찰대학장,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김홍권 경찰청 차장, 하태신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허준영ㆍ이상업ㆍ이승재 3인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상업 학장은 경찰 수뇌부 중 연령상 최고참급(57세)으로 내년 초 임기가 끝나면 경찰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다 참여정부의 실세인 문희상 의원(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매제라는 사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김해 출신 등의 배경에 힘입어 차기 청장 1순위로 거론돼 왔다. 경남도민회, 가야회(김해 출신 전현직 관료 모임) 등 현 정권의 기반인 PK(부산ㆍ경남) 세력의 적극 지원도 ‘ 이상업 청장설’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학장이 차기 청장에 오르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한 고위 인사는 “ 이상업 학장의 출신 지역과 문희상 의원과의 관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경찰내 여론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이 차기 청장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것이다.

허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84년 경정으로 특채돼 경찰에 입문한 이색 경력자로 조직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

선친에 이은 2대 경찰로 정보, 수사, 경비, 외사, 방범, 교통 등 전 분야를 두루 거친 제너럴리스트로 서울경찰청장 직전에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허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 1순위인 서울경찰청장인데다 경찰 안팎에서 신임이 두터워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청장이 될 것이라는 게 경찰내의 중론이다.

최근에는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의 다크 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청장은 사법시험(24회)을 패스한 엘리트로 YS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됐을 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등 노 정부의 개혁 코드와도 일치하는 인사라는 평이다.

또 경찰의 양대 핵심 요직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자리를 모두 TK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경찰의 수장까지 영남이 차지할 경우,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한결 같은 지지를 보내준 호남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주장도 호남 출신(전남 광양)의 이 청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특히 광주일고 동문인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이 청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이 청장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영호남 주자 허준영·이승재 2파전 양상

그래서 경찰 주변에서는 차기 경찰청장 경쟁을 ‘허준영 대 이승재의 2파전’, 또는 ‘영ㆍ호남 대결’로 비유하기도 한다. 경남도민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이상업 학장을 지지해왔는데, 청와대 분위기는 다른 쪽(청와대 경호실장)에 무게를 두는 것같다”고 말해 그 같은 비유를 뒷받침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 PK 출신인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TK 맹주격인 이강철 전 대통령 특보가 영남 출신을 선호하는데 반해 정찬용 인사수석은 인사에서 호남 정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차기 경찰청장도 그러한 배경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허준영 - 이승재의 영ㆍ호남 격돌은 차기 경찰청장 밑그림의 그럴듯한 구도가 된다. 그러나 과연 허ㆍ이의 양자 대결이 현실로 이어질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1-04 11:4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