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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정치토론 활성화, 뜨거워지는 '안방정치'
공중매체 통한 대중정치 '미디어크라시' 시대 도래
얼굴 알리기 최고 수단 자리잡아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대국민 직접 정치와 TV 토론을 활용한 대중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미디어크라시’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미디어크라시’즉, 미디어와 데모크라시(민주주의)가 결합한 대의민주주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TV처럼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한 정책 홍보나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 심기는 다른 것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각 정당에서는 KBS, MBC, SBS 등 공중파 3개 방송이 편성하고 있는 TV 토론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치권이 중요 현안에 대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에 TV 토론은 국민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각 방송사들도 정치ㆍ사회 의제에 대해 대부분 여야 국회의원들을 토론의 자리에 불러 모으고 있다. ‘KBS-TV 생방송 심야 토론’(2003.11.8.∼2004.11.6.)은 총 47회 중 41회를, ‘MBC-TV 100분 토론’(2003.11.6∼2004.11.4.)은 총 43회 중 34회를, ‘SBS-TV 수요토론 이것이 여론이다’(2004.3.12∼2004.11.10.)는 총 29회 가운데 20회를 여야 정치인들의 현안 토론에 할애했다.

TV 토론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의 ‘정치 과잉’을 이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전체 299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이 무대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더구나 17대 국회는 초선 의원이 무려 187명이나 되는 등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짐으로써, 선거는 끝났지만 국감 등을 통한 홍보전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 보좌관은 “TV 토론을 통한 ‘인물 알리기’가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당직을 잡지 못한 데다가 방송사에서도 좀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TV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주 TV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는 ‘단골’들이 토론 패널 자리를 꿰차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전문적인 주제나 주요 당직자간 논쟁이 요구되지 않는 한, 원만한 토론 진행을 위해 방송·신문 등 언론인 출신이나 법조인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 입 대표선수들 맹활약

TV 토론에 자주 나오는 정치인들로는 우리당 유시민 송영길 김한길 장영달 의원, 한나라당 이한구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의원 등이 각각 토론 분야 ‘대표 선수’로 부상했다. 민주노동당은 노회찬 심상정 의원, 민주당은 손봉숙 의원이 단연 두드러진다.

특히 노회찬 유시민 의원은 지난 1년간 세 방송사의 TV 토론 프로그램(총 95회)에서 각각 14회와 12회씩 패널로 출연, 가장 많이 TV 토론에 등장한 여야 정치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 친노 성향의 네티즌들과 맞장 토론까지 벌인 전여옥(2회) 의원은 한나라당 안에서도 톱10에 끼지 못해 ‘명성’을 무색케 했다.

이들 단골 정치인들은 전문 토론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역할 분담’까지 하는 양상이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송영길 의원은 전반적인 정치 개혁 주제나 이념 논쟁에서 활약이 두드러지고, 김한길 의원은 행정수도특위위원장 당직에 걸맞게 수도이전 관련 주제의 토론에 자주 등장해 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의원이 주로 현안 문제에 ‘입심’을 발휘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초선인데도 주요 패널로 호감을 샀다. 이한구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주로 수도 이전 문제와 경제 현안 등과 관련해 우리당의 정세균ㆍ김한길 의원 등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만큼 손색없는 토론자로 인정받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은 노동 문제의 조승수(4회), 농촌 문제의 강기갑(2회) 의원 등이 대표성을 인정 받아 TV 토론에 출연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3개 공중파 TV 방송의 최대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국회의원欲?정당별, 방송사별 집계(표 참조)에 따르면, 우선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총 90회와 총 89회씩 자당 소속의 정치인들을 출연시켰다. 지난 4ㆍ15 총선에서 제 3당으로 도약한 민주노동당은 총 30회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과 자민련은 똑같이 7회씩에 그쳤다.

현재 총 151명의 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입각한 이해찬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41명이 TV 토론에 명패를 올렸다. 한나라당은 재적 의원 121명 가운데 37명이 방송국 스튜디오에 발을 밟았다. 민주노동당은 10명 중 최순영, 현애자 의원을 제외한 8명이 골고루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서 ‘토론 정당’이란 칭호가 어울릴 정도다.

각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총 3회 제작된다. 이 때문에 각 정당도 TV 토론에 능한 정치인들을 눈 여겨 보면서, 정국의 고비 때마다 미디어전(戰)에서 승부를 띄운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각 정당들이 대표급 토론 의원들 위주로 TV 토론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 ‘MBC 100분 토론’에서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관련된 우리당의 토론 패널이 박병석 의원에서 유시민 의원으로 전격 교체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과 해당 방송사 관계자는 “토론 주제가 갑자기 바뀐 데다가 의원들간 일정이 맞는 사람이 나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TV 토론을 잘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기대치가 큰 나머지 ‘수성(守城)’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JㆍCㆍH 의원 등은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말꼬리 잡기나 토론 도중에 지나치게 흥분해서 독설과 험악한 표정을 곧잘 연출해 지지자들로부터 “더 이상 TV에서 안 봤으면…” 하는 지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의원은 일단 TV 토론에 나가면 기선을 제압하거나 강한 이미지를 주는 등 선전(?)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다. 또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TV 토론에 나가 종종 ‘돌출’ 발언을 하는 바람에, 보수파 의원들의 원성을 듣는 일도 있다.

- 조작된 이미지로 대중현혹 위험성도

이처럼 TV 토론을 둘러 싸고 여야가 당 안팎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체계적인 진단도 시도되고 있다. 우리당의 경우 당 홍보실 미디어국에서 운영하는 TV 토론 모니터링단은 토론에 출연한 의원들의 말투나, 논리력, 표정 등을 종합해 다음 토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TV 토론과 같이 조작된 이미지가 대중을 현혹하는 등 미디어크라시에 내재된 부작용도 만만찮다. 조작된 이미지가 대중을 현혹하기도 한다. 현재의 이미지 정치는 여야의 선거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감성’, ‘향수(鄕愁)’심리를 자극하며 연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변화된 정서나 세태를 감안할 때 ‘이미지’전략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겠지만, 내용의 변화가 없는 껍데기의 변신만 전개된다면 효용성이 없는 실패한 컨셉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입력시간 : 2004-11-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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