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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사법부 정면충돌 '이렇게 궁합이 안맞아서야…'
우리당 잇따른 의원직 상실형으로 사법부에 적대감, 의도 의심
여권 "개혁에 걸림돌"인식, 4대 입법 놓고 극한 대립 예상




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개력입법과 관련된 심각한 표정으로 국회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고영권 기자



최근 사법부와 여권 사이에 심상치 않은 난기류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 위헌 판결로 극한 대립을 보인 양측이 최근 현역 의원들에 대해 불리한 판결이 잇달아 나오면서 악화일로에 있는 것.

이를 두고 사법부는 ‘원칙 재판’에 여권이 공연히 시비를 건다는 입장인데 반해 여권은 사법부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여권 안팎에선 “사법부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사법부가 정권 재창출의 최대 걸림돌이자 현 여권을 가장 비토하는 반대 세력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 사법부 성토장 된 우리당 의원 총회

11월 10일 비공개로 열린 열린우리당 의총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각 항소심에서 계류중이던 이상락(경기 성남 중원)ㆍ오시덕(충남 공주ㆍ연기) 의원과 신계륜(서울 성북을) 의원이 고등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연이어 선고 받자, 의원들 사이에 연내에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잖이 작용했던 것.

현재 열린우리당은 과반에서 1석이 넘는 151석으로 2석만 잃으면 과반 의석이 무너질 상황이다. 4ㆍ15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열린우리당 의원 29명 중 강성종(경기 의정부을), 김기석(경기 부천 원미갑), 이원영(경기 광명갑), 이철우(경기 포천ㆍ연천), 복기왕(충남 아산), 한병도(전북 익산갑), 김맹곤(경남 김해갑) 의원 등 7명이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음에 따라, 최근 선거 사범에 대한 사법부의 강성 기류에 비춰 봤을 때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내년 4월 재보선 지역이 줄잡아 20여 곳에 이르는 데다, 정치 지형이 여권에 유리하지 않아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의원 13명 중 단 2명만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은 것과 비교가 돼 지난 10일 의총에서 초선인 정성호ㆍ노웅래 의원이 “여당 우대가 아니라, 최소한 야당과 형평성은 맞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공격하기도 했던 터다.

지난 5일 이부영 의장과 김정길 전 의원에 대해 사실상 정치 활동이 어려운 중형이 내려지자 당사자는 물론 상당수 의원들이 충격을 받았고, ‘사법부가 현 여권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한 386 초선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청와대 내에서도 민주화 세력들이 정부의 주체를 이루고 국회 역시 올해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개혁 세력들로 물갈이가 됐는데 유일하게 사법부만큼은 민주, 개혁 세대로 교체되지 않아 사사건건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 사법부 반 정부적 시각, 뿌리깊은 갈등의 골

여권은 참여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호언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좌초, 치명타를 입은 데 이어 현재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이 사법부의 저항으로 굴절될 수 있다고 보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 대법정서 열린 국가보안법 7조 위헌관련 헌법소원 판결에서 이번 사건의 주심인 이상경 재판관이 국가보안법 위헌 청구에 대해 전원일치 합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사법부 인사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反) 정부적 시각을 교정하거나 이들과 화해를 하지 않는다면 노무현 ㅊ寬?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화해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힘으로라도 밀어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와 여권 사이의 갈등은 뿌리가 깊어 화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가에서는 헌재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이 사법부와 정부간의 누적된 불화와 무관하지 않은, ‘예고된 사건’ 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앞두고 벌어진 노 대통령 - 헌재ㆍ대법원의 국가보안법 시비는 상징적인 예로 꼽힌다.

헌재는 지난 8월 26일 국보법 7조 찬양ㆍ고무죄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헌재 결정 4일 뒤인 8월 30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례적으로 국보법 폐지를 정면 비판했다.

헌재와 대법원이 한목소리로 국보법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노 대통령은 9월 5일 MBC TV ‘시사매거진 2580’의 특별 대담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 주권 시대, 인권 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독재 시대의 낡은 유물(국보법 의미)은 폐기하고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보법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늬앙스였다.

노 대통령과 헌재ㆍ대법원의 갈등은 지난 10월 26일 노 대통령이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됐고 정치 지도자와 정치권 전체가 신뢰의 타격을 입었다”며 헌재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다음날인 27일 대법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라고 발언, 노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이원범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내는 등 일련의 난타전을 벌이면서 심화됐다.

- 공비처 신설이 갈등의 씨앗

정가와 법조계에서는 부패방지위 산하 고위 ‘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신설이 사법부와 여권이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라고 분석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도 “사법부가 여권에 반감을 갖는 이유 중에는 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출범시키려고 하는 공비처와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공비처가 목표로 삼는 것은 주로 판ㆍ검사 개인 비리 혐의로 이는 다분히 보복 사정 성격을 띄고 있어 현 여권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춘천 법조계 성접대 사건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데 공비처 신설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닌 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사법부와 여권의 갈등은 4대 개혁 입법 문제로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연내에 4대 입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일부 시민 단체는 4대 입법안 통과시 헌법 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더욱이 헌재는 8월 26일 국보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향후 입법부가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를 수렴, 입법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 사실상 국보법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건 바 있어 여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전히 개혁 페달을 밟고 있는 여권이 사법부라는 장벽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mail.net


입력시간 : 2004-11-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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