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대 앞두고 계파간 세 불리기·합종연횡 본격화, 盧心이 최대 변수

우리당 '당권 대전' 불 붙었다
3월 전대 앞두고 계파간 세 불리기·합종연횡 본격화, 盧心이 최대 변수

열린우리당 중도개혁 모임 안개모 출범식

여야 대치 정국이 다소 진정된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3월 대전(大戰)’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내년 3월 차기 전당 대회를 앞 두고 당권을 향한 각 계파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의 계파는 1월 11일 전당 대회를 전후해 크게 당권파와 재야파, 친노(親盧) 그룹으로 3분돼 왔지만 정국 상황과 당내 역학 구도가 바뀌면서 내부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 노선 차이에 따른 세력간 이합집산은 열린우리당의 속사정을 더욱 복잡하게 해 3월 대전의 전망이 혼미스럽다.

- 당권 도전 놓고 천·신 갈등설

당권파는 1ㆍ11 전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당권을 잡은 뒤 천정배 의원이 5월 11일 경선에서 원내 대표에 오르고, 신기남 의원이 정동영 의장의 자리를 물려 받으면서 천ㆍ신ㆍ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 명실상부한 당권파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정 장관이 6월 28일 개각으로 입각하고, 신기남 전 의장마저 부친의 친일 행적 문제로 8월에 낙마하면서 당권파의 황금기는 사실상 막을 내렸고, 최근엔 천정배 원내 대표만이 당권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권파는 3월 전대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다른 계파의 영향력이 급격히 상승한데다 천ㆍ신ㆍ정 3인의 당권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당권파에서는 천정배 대표와 신기남 전 의장의 당권 도전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동영 장관 ‘차출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바른 정치 모임’을 4개월만에 재가동한 당권파는 천 대표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신 전 의장의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천 대표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최대 현안인 4대 개혁 입법 통과 건을 잘 해결할 경우, 당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 대표가 국보법 폐지 대안을 당론으로 확정짓는 과정에서 전례 없이 과단성을 보인 것이나 4대 개혁입법에 대한 이부영 의장의 ‘속도 조절론’에 대해 “오히려 속도를 더 내야한다”며 일축한 것은, 당권파라는 틀에서 벗어나 ‘선명 개혁’을 내세워 당내 기반을 넓히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희상 의원

당내에서는 천 대표가 4대 법안을 무난히 처리하고 내년 전대에서 당 의장에 오를 경우, 2007년 차기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 전 의장측은 정동영 장관이 각료 신분으로 전대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보고 명예 회복 차원에서라도 출마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천 원내 대표가 출마를 강행할 입장이어서 양측이 표 분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정동영·김근태, '불출마 대안' 모색 중

정동영 장관의 출마 여부는 3월 전대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책과 잠룡(潛龍)으로서 경륜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불출마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당의 과반수 명운이 걸린 내년 4월 재보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정 장관을 차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기 주자로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관보다 당 의장이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 장관 진영은 통일부 장관이라는 프리미엄을 누리庸?잠룡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차기 당권도 대권주자보다는 ‘관리형’ 이 가져가기를 바란다는 후문이다.

정 장관측이 영남권 대표 주자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나 친노그룹의 좌장격인 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러한 맥락으로 최근 정 장관이 문 의원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잠재적 경쟁자인 천 원내대표의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

최근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당내 논란에서 천 대표와 조배숙ㆍ정덕구ㆍ김명자ㆍ홍창선 이계안 의원 등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이 심한 갈등을 빚었던 것은 정 장관측의

재야파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재야파의 결사체인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 소속 의원이 주축이다. 재야파는 당 의장 선출을 위한 1ㆍ11 전대와 5ㆍ11 원내대표 경선에서 잇따라 당권파에 패했지만 신기남 전 의장 낙마 후 당권파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이부영 의장체제를 출범시켜 사실상의 주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재야파는 김근태 장관을 대신할 ‘간판 스타’가 없어 고심중인 가운데 국정연 소속 의원 수를 당내 과반인 76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야파에서는 국정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영달 의원(4선)이 “차기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인사가 돼야 한다”며 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태이고, 김 장관의 대리인으로 출마가 거론된 4선의 임채정 의원은 하반기 국회의장쪽으로 거취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파 일각에선 헌재의 ‘위헌’ 판결, 이해찬 총리 발언 파문, 10ㆍ30 재보선 패배 등으로 당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당을 정비하기 위해 ‘김 장관 차출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이 입각한 뒤 차기 주자로서의 지지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진 것도 차출설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 장관 진영은 고심 끝에 최근 불출마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한반도 재단’의 K이사는 “당권 때문에 장관을 그만두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차기 대선을 위해 오히려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말해 그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정동영 장관측과 마찬가지로 김혁규ㆍ한명숙 상임중앙위원, 과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친노그룹, 당권경쟁 행보 돌입

1ㆍ11 전대 이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은 친노 그룹이다. 청와대ㆍ정부 출신 의원, 386 측근 그룹, 개혁당 출신 의원 등이 중심이 된 친노 그룹은 당권의 주변부에 머물러왔지만 내년 3월 전대를 앞두고 현재 가장 많은 기간 당원을 확보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그룹에서는 다수 후보들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영남 그룹을 대변한 김혁규 중앙상임위원, 청와대ㆍ관료 출신인 문희상ㆍ한명숙 의원, 개혁당 출신이 주축인 ‘참여 정치 연구회’ 소속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열린우리당 386 소장파의원들로 구성된 "한국경제, 이렇게 살리자" 의정연구센터 창립총회

김혁규 위원은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는 영남 출신 당 의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지난 9월말에서 10월초 TK(대구ㆍ경북)의 대표격인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 본부장과 함께 영남 행보에 나서 이미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은 당ㆍ청간의 거리를 조율할 적임자로 평가 받고 있으며, 개혁입법 처리 실패 등 당의 정국 주도권과 결속력이 약해질 경우, 실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함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명숙 위원은 계파성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대권과 무관한 ‘관리형’의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개혁 당파에서는 한때 출마를 검토했던 유시민 의원이 뜻을 접은 가운데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출마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부영 의장은 당내 특별한 지지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의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재야 세력을 배경으로 당권에 도전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장이 이념 정국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각을 세우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 등에 앞장서다가 최근 중도ㆍ온건 그룹에 힘이 실리면서 개혁 속도 조절론을 내세운 것, 또 안개모와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은 그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 노심·기간당원 등 변수 많아

내년 3월 전대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노심(盧心)’의 향배다.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3기(1기:정동영, 2기:신기남, 3기:이부영) 의장 체제는 ‘노심’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정동영 의장 체제는 4ㆍ15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당시 노 대통령은 당선이 유력한 김혁규 위원을 불출마시키는 대신 총선을 위해 친노 그룹에게 정동영 후보를 밀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신기남 의장 체제는 정동영 의장 입각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고, 이부영 의장 체제가 출범 하기 전 당권파의 저항에 부딪혔을 때 친노 그룹이 일제히 이 의장을 밀어 당권파의 당 장악을 막기도 했다.

차기 전대에서도 ‘노심’이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정치 분석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관심사는 노심의 요체가 무언인가 하는 점이다. 내년은 노 대통령의 남은 절반의 임기가 시작되는 해로, 노 정부의 레임덕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분석가들은 차기 당권 주자는 노 대통령의 권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적은 ‘관리형’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최근 열린우리당내에서 중도ㆍ온건 그룹인 의정연구센터, 일토삼목회(一土三木會), 안개모 등이 부상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의정연구센터’는 이광재ㆍ서갑원ㆍ백원우 의원 등 지근거리에서 노 대통령을 보좌해 온 386 친노 직계 그룹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일토삼목회는 문희상ㆍ유인태ㆍ김진표ㆍ홍재형 의원 등 청와대 및 정부 관료 출신에다 이광재 의원 등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차기 당권과 관련, 과 김혁규ㆍ한명숙 위원이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새롭게 등장한 ‘기간 당원’ 변수는 계파간 합종연횡 양상을 바꿔놓고 있다. 기간 당원이 사실상 당의장 선출권을 가짐에 따라 각 계파간에 기간 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기간 당원 수는 10월말 현재 약 3만7,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개혁당 그룹이 이미 3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당권파와 재야파가 최근 ‘반(反) 개혁당’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계파간 몸집 불리기와 적과 우군의 경계가 모호한 합종연횡, 암수처럼 놓여 있는 변수가 뒤섞인 가운데 당권을 향한 열린우리당의 ‘3월 대전’은 점차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1-18 14:1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