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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386] 당과 역주행, 노선투쟁 격화 예고
합리적 보수로 여권 386과 차별화한 소장파, 당내 보수파와 격돌



한나라당 386소장파의 소신행보가 당증진·보수파 의원과 번번히 충돌하면서 노선투쟁이 격화 되고 있다./홍인기 기자



“소신 행보냐, 트러블 메이커냐.” 한나라당 386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이다.

16대 국회에서 남경필 오세훈 의원과 함께 당내 개혁 블록을 형성했던 원희룡 의원은 17대에 들어 한층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도 당내 386 그룹의 선두 주자로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원내 수석 부대표를 맞은 남경필 의원이 당직에 묶여 ‘튀는’ 발언을 가급적 삼가고 있는 사이, 17대 국회의 한나라당 개혁 블록에는 초선의 고진화 의원이 급부상했다.

소위 ‘원 - 고 투 톱’으로 불리우는 이들은 사사건건 당론과 배치되는 행보로 보수파의 눈총을 사고 있다. 최근 원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때 이해찬 국무총리를 무시하기로 한 당의 방침에도 끝내 총리를 단상에 불러내 논란이 됐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들 역시 여권의 386에 못지 않은 학창시절 운동권 경력을 자랑한다. 원 의원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학생 운동으로 유기 정학 처분을 받은 뒤, 구로공단에서는 야학 활동, 인천의 한 금속공장에서는 현장 활동을 했던 장본인. 고진화 의원은 84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5년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의 배후 인물로 유명한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이후 전국민족민주연합 정책기획위원, 민주연합청년회 회장 등을 지내는 등 정치권 입문 전까지 청년 운동과 시민 운동을 했다. 남경필 의원과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이들의 든든한 우군으로 꼽힌다.

원희룡·고진화 의원이 선봉



하지만 이들에게는 운동권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386이라는 수식어 보다는 오래전부터 ‘소장파’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붙게 됐다. 스스로 ‘실사구시’와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내세운 것부터 여권의 386과 확연히 차별되는 행보를 보여 왔고, 당내 보수파와의 대칭축으로 규정된 요인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트러블 메이커’로 보는 시각은 바로 보수파와의 빈번한 마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16대부터 한나라당의 크고 작은 갈등 구조는 보수파 중심의 당 운영과 소장파들의 거센 도전이 골격이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폭적인 물갈이가 수반된 4.15 총선 직후만 해도 당 개혁을 일성으로 내건 이들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김용갑, 정형근 의원 등 대표적인 강경 보수파로부터 “차라리 당을 떠나라”는 최후통첩까지 받은 상황이 됐다.

상황 역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급격한 우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원 의원은 “개혁과 변화의 약속은 모두 퇴색하고, 그 자리를 색깔론과 대여 대결론이 차지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지금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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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월에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의 그래프가 꺾였는데, 이 시기는 박 대표가 ‘국가 정체성’ 논쟁을 붙인 때다. 이는 사실상 색깔론에 다름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고 의원도 “지도부가 강경 보수들의 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반공 민주주의로 선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지 꽤 오래 됐다”면서 “우리가 박근혜 - 김덕룡을 뽑은 것은 전향적인 행보를 기대해서인데, 지도부는 완전히 방향을 헛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도부의 우향우를 강제한 요인으로 “극우의 준동 내지는 결집”을 꼽는다. 원 의원은 “보수 인사들의 10만 집회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서 당 안팎의 보수강경층이 급속히 결집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조기에 가열되고 있는 당내 ‘잠룡’들 사이의 대권 경쟁도 얽혀있다. 당 안팎의 보수파가 이명박 서울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박 대표가 당 내부 통제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는 게 고 의원의 분석이다.

원 의원도 “생각보다 너무 일찍 표면화된 대권 경쟁이 우경화의 자락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 - 고 의원은 “지도부가 지금대로 가면 어느 시기엔가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할 상황에 몰려 있을 수 있다. 이제 노선 투쟁을 본격화 해야 할 시기”라고 당내 보수파와의 격돌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노선 투쟁’에서 승자로 남을 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소장파의 노선투쟁을 순수한 구당적 차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2006년 광역단체장 선거,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와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3선 중진 사이의 ‘소룡(小龍) 경쟁’의 측면에서 갈등 구도를 해석하는 시각이 공공연하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법안’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이들의 튀는 행보를 극구 경계하는 지도부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당 지도부가 지난 18일 “당론 결정을 요하는 주요 입법안은 상임운영위와 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의원 총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개인 플레이’ 식의 법안 발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정문화 의원이 북한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한 남북관계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지만, 초미의 현안인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에서 소장파들의 ‘튀는 행보’를 막아보자는 취지가 더욱 강해 보인다. 당 안팎에서 보수의 득세는 결국 ‘소장파’를 여전히 ‘소수파’로 내모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11-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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