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은 지금 당권 전쟁 중계파간 합종연횡 물밑 탐색전, 당권파·재야파 힘겨루기 노골화

우리당, "당권 찍고 대권으로" 야망의 계절
우리당은 지금 당권 전쟁 중
계파간 합종연횡 물밑 탐색전, 당권파·재야파 힘겨루기 노골화


우리당이 내년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전쟁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중동(靜中動).’

열린우리당이 내년 4월 2일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 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듯 하지만 물밑으로는 이미 각 계파별로 당권을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각 계파는 안으로는 내부 결속 다지기와 후보로 내세울 인물 탐색에 골몰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당권 쟁탈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기간당원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계파별 합종연횡 가능성 타진에도 여념이 없다. 임기 2년인 내년 당권이 차기 대권과도 무관치 않은 게 현실이어서 이 같은 양상은 국회 일정이 마무리 될 이달 말부터는 수면 위로 상승, 노골화할 것이 분명하다.


계파별 잰 걸음, 인물 모색
각 계파의 움직임은 부산하면서도 복잡 다단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당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천(천정배)ㆍ신(신기남)ㆍ정(정동영) 당권파’와 ‘재야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각각 차기 대권 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양 계파의 움직임이 당권 향배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권파 모임의 핵심 축인 ‘바른 정치 의원 모임’은 11월 들어 3차례나 연이어 모임을 가지며 당권 경쟁을 대비한 내부 추스리기에 들어갔다. 그 동안 외부 시선을 의식, 별다른 모임을 갖지 않던 이들이 결속력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모임 핵심 의원들은 “아직 전당 대회 얘기를 하기엔 이르다”며 연막을 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당권 주자 모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권 재창출을 해 내야 하는 이들로선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야 하는데 선뜻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선친의 일제 헌병 복무 파문으로 낙마했던 신기남 전 의장이 출마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그의 핵심 측근은 “명예 회복 차원에서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숨기지 않았다. 신 의장 본인도 최근 외부 강연에서 정치적 발언을 시작하는 등 복귀 행보를 밟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 장관과 천정배 원내대표측 뿐 아니라 모임 소속 의원들도 부정적이다. 모임 한 핵심 의원은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김혁규, 한명숙 카드가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계파를 직접 대표할 독자 후보를 내기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리전’을 검토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중립적인 관리형 의장’으로서는 적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당권파의 입지를 유지하자는 취지다.

재야파 의원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역시 당권을 향한 행보를 가속화 하는 가운데 후보 물색에 여념이 없다. 현재로선 장영달 의원의 출마가 가장 유력시 된다. 장 의원은 최근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등 적극적이다. 한편에선 김근태 장관의 당 복귀설 역시 심심찮게 제기 되고 있다.

이는 “당이 구심점을 찾을 수 있고, 김 장관 본인에게도 불리하지 않다”는 논리에서지만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당권파와 비슷한 이유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의 연대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양대 계파의 대결 속에서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파 의원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이들은 타 계파와의 연대론을 일축하고, “단일 후보를 내겠다”며 일찌감치 천명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으며, 김원웅 유시민 의원의 후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 중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를 지낸 염동연 의원은 이미 경선 참여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계파를 대표할 독자 후보를 내기보다 타 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밖에 유재건, 안영근 등 중도 보수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도 최근 회동에서 “독자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우리 노선에 부합하는 후보?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현재로선 이들이 누구를 밀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당권파가 연대를 모색중인 김혁규 또는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간당원을 잡아라
이 같은 상층부에서의 복잡한 계산 속에 최근 등장한 평당원 중심 모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당권을 잡기 위해선 기간 당원 확보가 관건인데 이들 평당원 모임이 ‘태풍의 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기간 당원은 일정 기간동안 당비를 낸 진성당원을 의미하는 바, 이들이 중심이 돼 전국 232개 시ㆍ군ㆍ구별로 구성하게 되는 ‘지역당원협의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역당원협의회는 전당 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을 기간당원 중에서 선출할 뿐 아니라 각종 선거의 후보자 경선 관리 권한 등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각 계파들은 기간 당원 모집과 함께 지역당원협의회 장악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열성 당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평당원 모임 등 당 외곽조직을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기간 당원 중심 당 건설’을 줄곧 주창해 온 개혁 당파가 기간 당원 모집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기간 당원 수의 30%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돼, 밑바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권파의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 기간 당원이 최근 한달만에 8,000명 가까이 늘었고, 재야파 역시 김근태 장관 싱크 탱크인 ‘한반도재단’의 지역 조직이 중심이 돼 모집한 기간 당원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만만치 않은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계파별로 이미 지역 당원 협의회장 후보자의 성향까지 분석하면서 기간 당원 모집 등에 대해 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해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태풍의 눈’ 친노세력의 분화
이 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중에 주목되는 것이 바로 평당원 모임 등 당 외곽 조직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친노 세력들이 만든 ‘국민참여연대’(국참연)다.

명계남씨와 정청래 의원 등 ‘노사모’ 및 ‘국민의 힘’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국참연은 11월 22일 발기문을 발표하면서 “10만 개혁 네티즌들이여, 열린우리당을 접수하라”는 자극적 기치를 내걸었다. 동시에 친노 세력의 또 다른 축인 ‘개혁당파’를 정면 겨냥, “사이비 개혁파”라고 비난했다. 개혁당파가 기간 당원 수의 우위를 확보하며 당권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듯하자 본격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국참연은 천ㆍ신ㆍ정 당권파와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거의 정설이다. 당권파인‘바른정치모임’의 김현미 전병헌 박영선 의원 등이 국참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논거다. 당권파의 한 핵심 의원도 “국참연은 우리와 연대할 것”이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국참연과 대척점에 선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전국 당원 연대’(중개련)도 중요한 변수다. 개혁 당파 의원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와 별도로 열성 평당원들이 결성한 중개련은 개혁당파의 일선 전위 조직이라 볼 수 있다.

박무(필명)씨 등 개혁당 출신 평당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달 27일 공식 창립 대회를 가진 중개련은 결집력을 보이며 개혁당파의 당권 장악 시도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며, 당권파와의 대결에도 선봉으로 나설 전망이다. 올 1월 개혁 당파가 정동영 장관을 지지했던 것에 비하면 1년이 안돼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셈이다.

유시민 의원이 국참연을 염두에 두고 “진짜 친노는 참여정치연구회뿐이다”, “연대 해 봤더니 별 소득이 없더라”는 등의 발언은 모두 이런 맥락이다. 개혁당파가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독자 당권 장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재야파와 연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이 국민정치연구회 소속인 이해찬 총리와 절친하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내년 우리당의 당권 경쟁은 크게 ‘당권파(정동영계) - 국참연’과 ‘재야파(김근태계) - 개혁당파’의 구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워낙 복잡 다단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 당권 향배가 어디로 튈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 계파들이 어떤 형태로 ‘헤쳐 모여’를 시도 할지, 대표 주자들은 누가 될지 당 안팎의 촉각이 바짝 곤두세워지며 과반 집권 여당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정녹용기자


입력시간 : 2004-12-08 23:18


정녹용기자 ltre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