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에 추진됐던 '동방계획'가슴 뭉클했던 사막의 해후

아르빌로 간 대통령 - 감동의 2시간, 모두가 장했다
극비리에 추진됐던 '동방계획'
가슴 뭉클했던 사막의 해후


“이 비행기는 서울로 못 갑니다.” 일순 한국 공군 C-130 수송기가 흔들렸던 것은 난기류 때문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을 향해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을 뜬 직후였다.

서울로 못 간다니! ‘그럼, 평양으로?’ 요동하던 기체가 안정을 되찾자 노 대통령은 그 ‘폭탄선언’에 휘둥그래진 눈과 웅성거리는 입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쿠웨이트에 들러 아르빌로 가야겠습니다.” 자이툰 부대 배치가 모두 끝났고, 연말을 기해 먼 이국 땅에 나와있는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미 지난달부터 ‘007첩보 작전’을 무색케 하듯 극비리에 추진돼 온 그 일은 작전명 ‘동방계획’. 위성 전화는 일제히 끌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보안을 위해서.

쿠웨이트 무바라크 공군 기지서 공군기로 갈아 탄 노 대통령 일행은 3,700여 장병들이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에 오전 7시쯤 도착, 전국민의 가슴을 뭉클케 했던 ‘감동의 두 시간’을 시작했다. 사단장 황의돈 소장과 군 지휘관, 장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가운데 지프를 타고 지휘통제실로 이동한 노 대통령은 이라크 치안 상황과 부대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말 장하다”는 말로 거듭 격려했다. 이어 12여단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노 대통령은 장병들과 자율 배식해 식사를 한 뒤 즉설 연설에서 “여러분이 대한민국 외교력”, “반가움을 넘어 감사하다”며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찾은 곳은 장병들의 내무실과 부대내 병원. 그러나 여기서 ‘사고’가 터지고 만다. 노 대통령이 내부실 시찰을 마친 후 병원으로 가기 위해 지프에 오르는 찰라, 한 장병이 “한 번 안고 싶습니다”며 대열에서 뛰어 나와 노 대통령을 안고 한 바퀴 돈 것. 지프에 오른 노 대통령이 살짝 떨군 눈물은 군인들의 가슴속에 아로 새겨졌다.

결코 짧을 수 없었던 2시간. 대통령과 사사건건 일전을 불사하지 않을 태세로 연일 지면을 달구어 오던 몇몇 신문들마저도 기사와 사설에서 “잘 했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6:54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