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적 양극화 해소 시급"여권내 대표적 미국통, CEO형 정치인으로 경제살리기에 주력

[인터뷰] 김혁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경제·사회적 양극화 해소 시급"
여권내 대표적 미국통, CEO형 정치인으로 경제살리기에 주력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실시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정치권은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민생과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17대 첫 국회부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 것에 대한 매서운 채찍이다. 특히 집권 여당과 참여정부는 정치를 주도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책임’의 대부분을 떠안았다. 그래서 상생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에 대한 고민은 여권에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그러한 ‘고민’을 행동으로, 정책으로 실천해 온 몇 안 되는 중진 의원이다. 의정 활동의 대부분을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 온 그는 여권내 대표적 미국통이자 민선 지사 3선을 역임한 CEO 정치인으로, 초선 의원임에도 다양한 경륜과 식견에 바탕한 활동으로 당내외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혁규 의원을 만나 17대 첫 국회 활동에 대한 소회와 함께 주요 국정 현안, 앞으로의 정치적 포부 등에 들어 봤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중점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막을 내렸는데 이에대한 평가와 소회를 말한다면.

△17대 국회는 상생의 정치, 희망의 정치를 통해 민생을 생각하고, 경제 발전에 힘쓰며, 왜곡된 사회 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앞세워 ‘일하는 국회’로 출발했다. 초선 당선자,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여서 예년의 국회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개혁특위 국회개혁특위 규제개혁특위 일자리창출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미래특위 등 6개 특위를 구성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신행정 수도 이전 관련 법을 두고 여야간 의견이 엇갈린 것을 시작으로 현안마다 여야가 대립, 상생의 정치가 실종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눈이 있는 만큼 6개 특위를 중심으로 ‘일하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께서도 애정을 갖고 (17대 국회를)봐 주실 거라고 본다.

- 17대 국회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나.

△17대 국회에 들어 와 국회에 등록하는 연구 단체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포럼’을 만든 데 이어, 국회 6개 특위 중 ‘규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경제가 잘 풀려야 국민들의 삶이 편안하고, 국민들의 삶이 편안해야 나라가 안정이 된다는 원칙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현대 사회에 있어 국가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서 출발하고, 좋은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부강한 나라라는 점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분야인 만큼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올해 참여정부의 전반기가 마무리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운 개혁 어젠다(agenda) 중 평가 받을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꼽는다면.

△우리 선거의 가장 큰 병폐였던 돈 안드는 선거 정착과 정경 유착을 단절시킨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이것은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높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정권이 스스로 권력을 지향하지 않았다는 점과 힘에 의한 권력, 사람에 의한 권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한 점은 높게 평가받아도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분권을 통한 수평적 네트워크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하여 북핵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점과 ‘기업이 곧 국가’라며 기업을 중시하는 말씀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열심히 하는 점은 평가 받아도 된다고 본다.

반면, 신용불량자 문제와 환율 하락, 고유가 등의 문제로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장 충격 요법으로 경기 부양책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우리의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아
- 그럼에도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으나, 지지율에 의지해 정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진정한 리더십은 눈앞의 지지율에 급급한 리더십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해야 하는 데 있다. 대통령께서 신행정수도 이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방 분권과 정부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 2만불 시대로 가겠다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원래 국가 정책이라는 것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 엮여 있는데,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한 축이 무너지면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 12월 초 여야 공동으로 구성된 의원방미외교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의원 외교를 펼쳤는데, 한미 동맹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에서 한미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동맹 관계가 예전과 다름없이 굳건하다고 말하는데 반해 그곳 연구단체 사이에선 동맹 관계에 갭(gap)이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미 정부 당국자의 얘기를 100%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한미 동맹 관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북핵 문제의 경우 북한을 너무 코너로 몰아 붙여 나중에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북한운 중국과 밀착하는 등 비상 수단을 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설득과 화해로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인 반면, 미국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한이 핵을 더 갖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지므로 조속히 (북핵 문제를)처리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미국측에 북한이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 주고 그래서 북한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와 통일 비용을 감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미국의 대북 라인과 한국의 북한 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된 것을 어떻게 보나.

△주미 대사가 교체된 배경을 잘 알지 못 해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홍 회장이 미국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과 교분이 두터워 한국이나 참여정부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개선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또 홍 회장은 남북 관계 발전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아는데 이 점도 발탁 배경에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용주의적 정체성 필요한 때
- 내년 초 예상되는 개각과 열린우리당의 4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참여정부 2기가 시작되는데 2기 참여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 통합과 지역 화합을 통한 경제 발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열악한 환경에 놓인 중소 기업간의, 세계와 경쟁에서 이긴 수출 산업과 국내 시장에 기반을 둔 내수 산업간의,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계층간에 갈라진 마음을 모아 국민 통합을 이루고,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지역을 없애 지역 화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국민의 마음이 한데 모아질 때, 경제도 발전하고 민생 문제도 풀리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의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은.

△아직 내년 예산도 확정 짓지 못하고, 각종 민생 법안과 당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때에 당 지도부 입장에서 내년 전당 대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내년 4월 전당 대회 때는 원내와 당이 조화를 잘 이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소신을 갖고 당을 이끌어 가는 의장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당 의장 출마 여부는 내년 1월에 가서 여러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할 생각이다.

- 최근 이철우 의원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 이념논쟁이 뜨겁다. 열린우리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데 당이 어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나.

△사회가 다양한 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회나 당이 넓?스펙트럼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당이 시스템으로 수렴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이제는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좌냐, 우냐의 문제에 집착해서는 국가 발전이 없다. 우리 정치는 이런 이념 논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하고, 이념 논쟁을 유도하거나 부추겨서도 안 된다. 지금 이 시대에 국민들이 잘 살고, 나라가 안정되는 것보다 더 절실한 이념은 없다. 굳이 당의 정체성을 말한다면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의정활동 계획이나 포부를 말한다면.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 인사말에서 17대 국회에 들어와 규제 개혁 하나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어떤 의정 활동 보다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는 기업이 생산의 주체이고, 기업의 경쟁력이 성장 동력이다. 경제 발전과 민생 안정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참여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국제적으로 업적을 낳을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뒷받침하는 것과 남북 관계가 평화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다 할 생각이다.

김혁규는 누구인가.
탁월한 경제마인드, 유력한 당의장 후보

김혁규 의원은 경남 합천군청 9급 서기보로 시작해 내무부에서 근무하던 중 단돈 2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떠나 ‘혁 트레이딩’이란 가방 무역회사를 창업, 미국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이력을 갖고 있다. 뉴욕에서 한인경제인협회장, 한인회 이사장으로 있던 중 미국을 방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귀국, 정치에 입문한 뒤 1993년 경남도지가 되면서 행정에 기업 마인드를 적용, CEO 지자체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2004년 초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대통령 경제특별보좌역을 맡으면서 중앙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노 대통령은 김 의원을 ‘경제 마인드를 갖춘 CEO 지도자’로 평가, 4ㆍ15 총선 전후 혹은 개각이 단행될 때마다 총리 및 중용설을 몰고 다녔다. 김 의원은 내년 4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당 의장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ㆍ경남)의 대표상을 띤 데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참여정부 2기의 실용주의 기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김 의원 특유의 경륜이 최대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나아가 ‘경쟁력’ 면에서 여권내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2007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김 의원의 행보와 선택에 정치권이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약력> 39년생(경남 합천), 부산대 행정학과 졸업, 뉴욕 한인 경제인 협회장, 대통령 민정 비서관, 경상남도 지사(제27대 관선, 제29ㆍ30ㆍ31대 민선3선), 대통령 경제 특별 보좌관, 열린우리당 상임 중앙 위원, 제17대 국회의원, 국회 ‘규제 개혁 특별 위원회’ 위원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포럼’ 대표.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22 17:3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