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창당 움직임 급물살, 대권 경쟁도 본궤도에 오를 듯

[2005정국기상도-한나라당] 용의 전쟁 속 환골탈태 시동
제2창당 움직임 급물살, 대권 경쟁도 본궤도에 오를 듯

2005년 한나라당의 항로는 소위 ‘대권 3룡’으로 불리우는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간에 전개될 경쟁과 타협의 지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면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내 계파간 갈등은 물론이고, 당명 개정 등 ‘제 2의 창당’ 프로그램의 부침도 이들 3인방의 ‘대권 경쟁’을 중심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 진로는 당분간 박근혜 대표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이후 좌턴, 우턴을 반복해 오는 과정에서 박 대표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소장파에서 보수파까지 당내 모든 세력의 희비를 결정지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박 대표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한 ‘4대 입법 전쟁’을 효과적으로 매듭지을 경우, 그 동안 제기됐던 ‘리더십 부재’ 논란도 급속히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중도행보 예상
박 대표 주변 인사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박 대표의 우편향은 국보법 논쟁까지”라는 것이다. 취임 초기 소원한 관계를 보였던 보수파를 ‘4대 입법’ 논쟁을 거치며 우군화시킨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중도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게 이들 사이의 정설이다.

이들은 박 대표가 최근 국보법의 이름을 바꾸고 정부 참칭 등 핵심 조항을 전향적으로 개정키로 한 당론을 부드럽게 도출한 데 후한 평가를 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초 선보이게 될 ‘제2 창당’ 작업의 윤곽이 극좌와 극우를 배제한 중도우파노선으로 정리돼 가고 있는 점도 박 대표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4대 입법’이라는 난제를 박 대표가 비교적 무난하게 돌파, 리더십 공고화를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하면서, 경쟁자인 이명박 시장, 손학규 지사의 움직임이 분주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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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진', 손 '주도세력 교체론'
이 시장은 최근 1:1 개별 만남 식으로 의원들과의 접촉을 일상화하는 한편, 학계의 전문가 그룹과의 접촉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권 경쟁을 겨냥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가 호남을 겨냥한 ‘서진(西進) 정책’을 뒤로 미루고 있는 사이, 지난해 12월 21일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이 시장의 전략적 행보는 그 첫 손에 꼽힌다.

또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이명박계’로 불리우는 당내 의원들과의 가시적 접촉을 피힘으로써 불필요한 오挽?줄이는 대신, 계보를 초월한 광범위한 만남을 통해 당내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8월께 그의 숙원 사업인 청계천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상해, 검증된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본격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갈 길이 급한 손 지사는 최근 소장파 모임인 ‘새 정치 수요 모임’과 ‘국가 발전 연구회’ 소속 의원들과의 접촉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와 이 시장을 염두에 둔 듯, 공개 강연에서 “한나라당은 근대화 - 산업화 세력의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민주화 세력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집권할 수 없다”(12월 1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고 한 대목이 심粲?않다. 산업화 시대 이미지가 강한 박 대표, 이 시장과 분명한 선을 그은 동시에 ‘주도세력 교체론’을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강재섭, 강연정치로 목소리 내기
이 같은 3강 구도 속에 최근에는 5선 중진 강재섭 의원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강 의원은 최근 ‘강연 정치’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여의도 국회 앞에 개인 사무실을 내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당내 최대 모임(36명)인 ‘국민 생각’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당내 기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TK(대구경북) 출신으로 박 대표와 지역적 기반이 겹치는 점, 5선임에도 이렇다 할 지도력을 검증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 등이 핸디캡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강 의원이 내년 5월께 예상되는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2006년 중반까지 당권을 장악, 대권으로 가는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계파간 경쟁이 만만치 않아, 이 또한 내년 한나라당의 진로를 결정 지울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당권’ 접수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동을 건 쪽은 영남 보수파 의원들이다. 이미 김용갑 ,안택수, 이방호 의원 등은 보수파 모임인 ‘자유포럼’을 중심으로 세확대에 돌입했고, 부산의 권철현 의원 등이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또 박 대표와 비타협적 노선을 걸어 온 ‘국가 발전 전략 연구회’도 원내 대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선 3인방’인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사이의 ‘교통 정리’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중 2명은 차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나머지 1명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소장파에선 그 동안 원내수석 부대표로서 활동 반경을 넓혀온 남경필 의원이, 수도권의 맹형규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당권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덕룡, 킹메이커로 영향력 확대 노릴듯
한편 원내대표 임기가 끝난 뒤의 김덕룡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직접 대권 경쟁에 직접 뛰어 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신 무난하게 남은 임기를 소화해 낼 경우, 원내대표 활동을 통해 검증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권 - 당권 경쟁 속에 ‘차차기’를 향한 ‘소룡(小龍)’들의 경쟁도 관심사다. 2006년 6월 지자체 선거의 꽃인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를 놓고 원희룡 남경필 의원, 원외의 오세훈 전 의원 등 소장파와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3선그룹 사이의 경쟁 관계도 내년 한나라당 내부의 정치 지형을 뜨겁게 달굴 요인으로 꼽힌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입력시간 : 2004-12-30 10:18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