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대 앞두고 기싸움 본격화, 합종연횡·기간당원수 등 변수 많아당권파·재야파 결속력 다지기 분주, 정동영·김근태 움직임에 촉각

우리당 당권 누가 접수하나
4월 전대 앞두고 기싸움 본격화, 합종연횡·기간당원수 등 변수 많아
당권파·재야파 결속력 다지기 분주, 정동영·김근태 움직임에 촉각


우리당 의원들이 4대개혁입법 관련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당지도부의 설명을 듣고 있다.

4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소위 ‘4대 개혁입법’은 물론 기금관리기본법을 비롯한 투자 3법도 처리하지 못했지만 ‘그들만의 리그’는 이미 시작됐다. 역설적으로 그 계기는 올해로 미뤄진 국보법 처리 방침을 둘러싼 계파간 입장차를 노골화한 당내 논란이었다.

재야파ㆍ개혁당파 손잡나
당장은 ‘국보법 연내 폐지’를 주장하며 240시간 농성을 통해 대야 강경론을 펼친 그룹이 우위를 점한 듯하다. 경위와 어찌 됐든 당권파의 한 축인 천정배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협의해온 ‘대체입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외견상 개혁의 명분과 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킨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강경파의 핵심 인물이 대부분 재야파와 개혁당파라는 점은 4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장영달 김태홍 정봉주 선병렬 이기우 의원 등은 재야파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의 주요 멤버이고, 유시민 김형주 유기홍 이광철 의원 등은 개혁당파를 주축으로 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 회원이다.

재야파의 경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권파의 또 다른 핵심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1월 창당 때 ‘정동영 의장 만들기’의 1등 공신이었던 개혁당파가 당권파의 ‘실용주의 노선’을 적극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재야파와 제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던 와중에 국보법 처리 문제를 두고 구체적인 연대가 이루어지는 형국이다.

주목 받는 친노 직계그룹의 분화
물론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연대설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국정연 핵심 실무자는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지키며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뿐”이라고 말했고, 개혁당 출신 김원웅 의원도 “독자 후보를 낼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당권파와 재야파, 개혁당파, 친노직계그룹,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등 어느 계파도 독자적으로 당권을 잡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양측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고 ‘1인 2표제’라는 점 때문에 합종연횡을 위한 ‘경우의 수’는 상당하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원외 친노세력이 중심이 된 ‘국정참여연대’(국참연대)의 등장은 이 같은 분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정청래 의원과 명계남씨, 노사모 회장 출신인 이상호(필명 미키루크)씨 등이 주축이 된 국참연대는 발족 제안서를 통해 “세 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사이비 개혁파들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당을 접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곧바로 당권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개혁당파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져 친노그룹의 분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또 박영선 전병헌 김현미 의원 등 정동영 장관의 핵심 측근 의원들의 참여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참연대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졌다. 개혁당 출신의 한 의원은 “조잡한 실용주의 노선에 매몰된 정 장관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재야파의 한 중진의원도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 장관이 노사모를 끌어당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부영 의장이 윤광웅 국방장관, 유재건 국회국방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자이툰부대 현황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 / 고영권 기자

당권파는 와해 직전, 재야파는 인물난
전당대회를 석달 여 앞둔 현재 당내 최대 계파로 불리는 당권파와 재야파의 시급한 화두는 조직 정비다. 저마다 ‘당내 최대 규모’라며 호언하지만 내부 결속력이 약한데다 마땅한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천ㆍ신ㆍ정’(천정배 원내대표, 신기남 전 의장, 정동영 장관)그룹으로 불리우는 당권파의 경우 이들 3인이 이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원내대표실 관계자조차 “단지 언론이 여전히 ‘천신정’을 하나로 묶어 당권파로 칭할 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4대 개혁입법의 처리 과정에서 정치력과 협상력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전당대회 출마나 원내대표 연임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신기남 전 의장의 경우 당권 도전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당권파 의원들의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에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정동영 장관이 국참연대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바른정치모임의 한 핵심의원은 “문희상 한명숙 등 당내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천신정 이후를 대표할 수 있는 차기 주자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재야파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연 멤버가 준회원까지 포함할 경우 84명이나 돼 당내 과반을 넘지만 내부 결속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문학진 사무총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재야파는 유력한 당권 후보였던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이 17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영달 의원이 적극성을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상임중앙위원은 무난하겠지만 당 의장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많다.

한 386 의원은 “임 위원장에게 젊은 의원들이 거의 읍소 하다시피 의장출마를 권했지만 마음을 굳힌 것 같다”며 “장 의원 외의 다른 한 표의 향방에 대해서는 문희상 의원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희상 출마하면 대세 될 듯
이처럼 당내 최대 계파들이 결속력 부족과 인물난에 시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문희상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모든 계파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데다 ‘노통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만큼, 극심한 당정간 혼선 없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 많다. 문 의원측은 ‘만만디’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고민할 때가 되면 고민할 것”이라는 얘기만 나올 뿐이다.

한편 ‘문희상 의장 카드’가 급부상하면서 오히려 전당대회보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이다.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정세균 예결위원장과 배기선 남북관계특위 위원장, 원혜영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물론 또 하나의 큰 변수는 기간당원 모집 결과다. 4월 전당대회 결과가 2007년 대선 판세를 좌우한다고 판단한 각 계파들이 232개 시ㆍ군ㆍ구 당원협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지역별로 기간당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최종결과가 내달 초에 나오기 때문이다. 기간당원 수에 따라 전당대회 대의원의 판세가 결정되는 만큼 내달 초가 되면 각 계파간에 예상치 못한 합종연횡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정대 기자


입력시간 : 2005-01-04 18:43


양정대 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