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주춤, 이·손 약진…친박·반박 대립 속 지역전쟁 가열

한나라당 삼국지, 李孫同舟로 朴을 치고?…
박 주춤, 이·손 약진…친박·반박 대립 속 지역전쟁 가열

1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소개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나경원 의원과 의견을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권 삼국지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 박근혜 대표 2기 체제 출범(7ㆍ19 전대)을 계기로 본격 불붙은 ‘박근혜 ? 이명박 - 손학규’ 등 한나라당 잠룡들의 대권 예비전이 그것. 작년 하반기까지는 박 대표의 독주가 두드러졌지만 수도 이전 문제와 연말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 처리 과정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르면서 제동이 걸렸다. 반면 과 손학규 경기지사는 당외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 공방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당 안팎에서 박 대표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3인이 정립(鼎立)하는 구도가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3~4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는 박근혜 ? 이명박 - 손학규의 3파전이 직ㆍ간접으로 투영된 자리였다. 박 대표는 연찬회 모두 연설에서 “대선이 2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나를 포함해 이명박 시장, 손학규 지사 등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명 개정 등 국민과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재오ㆍ홍준표ㆍ김문수 의원 등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소속 의원과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등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은 박 대표의 지도력을 강도 높게 성토하며 당명 개정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 섰다. 이들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와 가까와 연찬회에서의 친박 - 반박 세력의 대립은 일견 3인의 ‘대리전’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당 혁신추진위원장 임명과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 위원장에 박 대표 대신 외부 인사 영입을 주장하고 3대 법안을 2월 임시국회 각 상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는 등 박 대표측과 대립, 대리전이 연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지역민심잡기 행보 본격화
지역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3인간의 지역 전쟁도 뜨겁다. 한나라당의 취약 지역인 호남과 충청 지역, 그리고 텃밭인 영남지역 쟁탈전이 그것.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박준영 전남지사와 '서울 - 전남 우호 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초등학생 홈 스테이 교류 등을 진행하는 등 ‘호남 끌어 안기’에 나섰고, 손 지사는 지난 1월 심대평 충남지사와 ‘충남·경기 지역 상생 발전 협약’을 맺은 데 이어 행정 수도 이전에 차별화 전략으로 충청권 끌어 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다음달 8일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고 뒤이어 호남 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당의 취약 지역인 호남과 충청 민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는 이 시장이 다음달 대구와 부산을 방문해 대학생 대상 특강을 하고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등 ‘이명박 알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손 지사는 지난 12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제정구 전 의원의 6주기 추모식에 참석했고 13일엔 부산을 방문해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 전 의원을 문병했다. 또 경남 진주를 찾아 한나라당 최구식, 김재경 의원 등과 만나는 등 영남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 대표는 대구와 지역구인 달성군의 민생 현장을 둘러본 뒤 곧바로 부산으로 가 부산대에서 특강을 하고 부산 시청, 부산 증권선물통합거래소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3인의 대리전
5월의 원내 대표 경선도 3인의 대리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상자 기사 참조).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김덕룡 강재섭 권철현 맹형규 김문수 의원 중에서 맹형규ㆍ권철현 의원은 박 대표와 가깝고, 경기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김문수 의원은 손 지사와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이재오ㆍ홍준표 의원 등과 가까우나 이들의 출마가 불투명하고 김덕룡 원내대표와는 전략적 연대가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인적 인프라는 이렇다. 박 대표는 1ㆍ11 당직 개편을 통해 유승민 비서실장, 김무성 사무총장, 박세일 정책위 의장 등의 친정 체제를 구축했고, 이 시장은 최근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 2명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여의도와 서초동의 캠프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지사 또한 경기 도청 및 산하 기관에 측근 인사를 전진 배치하고 정치권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여의도에 캠프를 개설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친박 단체들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당원 가입 등을 통해 정치 세력화에 나선 것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10만명 진성 당원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친박 단체들의 운동이 현실화할 경우,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대권 예선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 시장과 손 지사측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으로 삼국지의 뜨거운 쟁점이다.

5월 원내대표 경선 ‘물밑 경쟁’
김덕룡ㆍ강재섭ㆍ권철현ㆍ맹형규ㆍ김문수 5파전 양상

5월에 있을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 경선이 조기에 점화되는 양상이다.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 2기 원내를 이끌어 가고 2007년 대선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내년 지자체 선거를 책임지는 등 막중한 자리여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김덕룡(DR) 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5선의 강재섭 의원, PK(부산ㆍ경남) 중진인 3선의 권철현 의원, 당 기획위원장을 지낸 3선의 맹형규ㆍ김문수 의원 등이다.

김 원내대표는 현직인 상황에서 ‘차기’ 출마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측근 인사들은 재출마를 기대(종용)하는 입장이다. 측근인 한 당직자는 “당헌 당규에 제한 규정이 없는 이상 재출마도 무방하다”며 “때가 되면 재출마를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DR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훨씬 현실적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차기 대선까지 ‘힘’을 가지려면 현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김 대표가 현직에서 물러나 무관으로 남을 경우, 영원한 비주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재섭 의원은 대권을 향한 ‘뉴 강재섭 플랜’의 일환으로 원내대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의원은 원내 사령탑으로 지명도와 지도력을 높인 뒤 차기 도전에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권 의원은 본래 사무총장을 기대했으나 같은 PK 출신인 김무성 의원에게 밀린 뒤 지역적인 이유로 원내대표 도전을 접었던 내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의욕을 갖고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 의원이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2월3~4일)에서 당의 온정주의와 개혁 부족을 이유로 지도부를 공격한 것도 원내대표 출마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맹형규 의원은 2006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긍정ㆍ부정 효과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가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적격이지만 여야대치로 치명적인 흠을 입을 경우, 서울시장 출마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의원은 박근혜 대표측에서 김 의원의 개혁성을 활용하고 반박(反朴) 그룹을 약화시키는 다목적 차원에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또한 내년 경기지사 출마의 디딤돌로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2-22 15:0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