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주춤, 이·손 약진…친박·반박 대립 속 지역전쟁 가열
한나라당 삼국지, 李孫同舟로 朴을 치고?… 박 주춤, 이·손 약진…친박·반박 대립 속 지역전쟁 가열
한나라당의 대권 삼국지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 박근혜 대표 2기 체제 출범(7ㆍ19 전대)을 계기로 본격 불붙은 ‘박근혜 ? 이명박 - 손학규’ 등 한나라당 잠룡들의 대권 예비전이 그것. 작년 하반기까지는 박 대표의 독주가 두드러졌지만 수도 이전 문제와 연말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 처리 과정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르면서 제동이 걸렸다. 반면 과 손학규 경기지사는 당외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 공방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당 안팎에서 박 대표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3인이 정립(鼎立)하는 구도가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3~4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는 박근혜 ? 이명박 - 손학규의 3파전이 직ㆍ간접으로 투영된 자리였다. 박 대표는 연찬회 모두 연설에서 “대선이 2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나를 포함해 이명박 시장, 손학규 지사 등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명 개정 등 국민과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재오ㆍ홍준표ㆍ김문수 의원 등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소속 의원과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등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은 박 대표의 지도력을 강도 높게 성토하며 당명 개정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 섰다. 이들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와 가까와 연찬회에서의 친박 - 반박 세력의 대립은 일견 3인의 ‘대리전’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당 혁신추진위원장 임명과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 위원장에 박 대표 대신 외부 인사 영입을 주장하고 3대 법안을 2월 임시국회 각 상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는 등 박 대표측과 대립, 대리전이 연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민심잡기 행보 본격화 지역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3인간의 지역 전쟁도 뜨겁다. 한나라당의 취약 지역인 호남과 충청 지역, 그리고 텃밭인 영남지역 쟁탈전이 그것.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박준영 전남지사와 '서울 - 전남 우호 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초등학생 홈 스테이 교류 등을 진행하는 등 ‘호남 끌어 안기’에 나섰고, 손 지사는 지난 1월 심대평 충남지사와 ‘충남·경기 지역 상생 발전 협약’을 맺은 데 이어 행정 수도 이전에 차별화 전략으로 충청권 끌어 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다음달 8일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고 뒤이어 호남 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당의 취약 지역인 호남과 충청 민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는 이 시장이 다음달 대구와 부산을 방문해 대학생 대상 특강을 하고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등 ‘이명박 알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손 지사는 지난 12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제정구 전 의원의 6주기 추모식에 참석했고 13일엔 부산을 방문해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 전 의원을 문병했다. 또 경남 진주를 찾아 한나라당 최구식, 김재경 의원 등과 만나는 등 영남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 대표는 대구와 지역구인 달성군의 민생 현장을 둘러본 뒤 곧바로 부산으로 가 부산대에서 특강을 하고 부산 시청, 부산 증권선물통합거래소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3인의 대리전 한편 인적 인프라는 이렇다. 박 대표는 1ㆍ11 당직 개편을 통해 유승민 비서실장, 김무성 사무총장, 박세일 정책위 의장 등의 친정 체제를 구축했고, 이 시장은 최근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 2명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여의도와 서초동의 캠프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지사 또한 경기 도청 및 산하 기관에 측근 인사를 전진 배치하고 정치권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여의도에 캠프를 개설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친박 단체들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당원 가입 등을 통해 정치 세력화에 나선 것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10만명 진성 당원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친박 단체들의 운동이 현실화할 경우,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대권 예선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 시장과 손 지사측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으로 삼국지의 뜨거운 쟁점이다.
5월 원내대표 경선 ‘물밑 경쟁’ 5월에 있을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 경선이 조기에 점화되는 양상이다.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 2기 원내를 이끌어 가고 2007년 대선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내년 지자체 선거를 책임지는 등 막중한 자리여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김덕룡(DR) 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5선의 강재섭 의원, PK(부산ㆍ경남) 중진인 3선의 권철현 의원, 당 기획위원장을 지낸 3선의 맹형규ㆍ김문수 의원 등이다. 김 원내대표는 현직인 상황에서 ‘차기’ 출마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측근 인사들은 재출마를 기대(종용)하는 입장이다. 측근인 한 당직자는 “당헌 당규에 제한 규정이 없는 이상 재출마도 무방하다”며 “때가 되면 재출마를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DR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훨씬 현실적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차기 대선까지 ‘힘’을 가지려면 현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김 대표가 현직에서 물러나 무관으로 남을 경우, 영원한 비주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재섭 의원은 대권을 향한 ‘뉴 강재섭 플랜’의 일환으로 원내대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의원은 원내 사령탑으로 지명도와 지도력을 높인 뒤 차기 도전에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권 의원은 본래 사무총장을 기대했으나 같은 PK 출신인 김무성 의원에게 밀린 뒤 지역적인 이유로 원내대표 도전을 접었던 내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의욕을 갖고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 의원이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2월3~4일)에서 당의 온정주의와 개혁 부족을 이유로 지도부를 공격한 것도 원내대표 출마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맹형규 의원은 2006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긍정ㆍ부정 효과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가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적격이지만 여야대치로 치명적인 흠을 입을 경우, 서울시장 출마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의원은 박근혜 대표측에서 김 의원의 개혁성을 활용하고 반박(反朴) 그룹을 약화시키는 다목적 차원에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또한 내년 경기지사 출마의 디딤돌로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입력시간 : 2005-02-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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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