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바꾸지 않으면 대선승리 없다"정책, 이미지, 당헌·당규 등의 혁신으로 실질적 환골탈태 이뤄져야

[인터뷰] 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다 바꾸지 않으면 대선승리 없다"
정책, 이미지, 당헌·당규 등의 혁신으로 실질적 환골탈태 이뤄져야


한나라당이 2007년 집권을 위한 거당적인 조직으로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에 3선의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을 임명했다. 홍 위원장은 그 동안 박근혜 대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와 임명 배경을 놓고 해석이 구구했지만 비주류 중진으로 당내 ‘바른 말’로 통하는 만큼, 당 혁신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는데 적임자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홍 위원장은 줄곧 “당이 바뀌지 않으면 2007년 대선은 필패”라는 개혁론을 주창, 당 혁신을 주도해 갈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2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위원장을 만나 한나라당 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들어 봤다.

- 그 동안 박근혜 대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와 혁신위원장 임명이 의외라는 시각이 있다.박 대표의 선임 과정과 의미를 말한다면.

▲의원 연찬회(2월3~4일)가 끝난 뒤인 2월 중순 쯤에 박근혜 대표가 제의를 해 왔다. 수락 여부를 놓고 동료 의원들의 견해를 들은 뒤 당의 혁신과 2007년 집권을 위해 받아 들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에서 지고 바뀐 게 없어 2002년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그 이후에도 당이 달라진 게 없어 당의 혁신 없이는 2007년 대선도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주류측에서는 당 혁신을 하기에 한계에 부닥치니까 칼자루(혁신위원장)를 비주류에 쥐어준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표의 ‘비주류 끌어 안기’ 탕평책이란 분석도 있다.

▲탕평책일 수도 있지만 혁신위원장은 당직이 아니고 비정규직이자 비상 체제다. 비상 체제이기 때문에 당직 개념의 탕평책으로 봐선 곤란하다. 주류측에서 혁신을 하기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비주류가 나선 것이다.

- 당 혁신에서 중점을 둘 부분은.

▲당이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이 혁신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소위 가진 자의 당, 가진 자를 위한 당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이 혁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 이미지 혁신, 홍보 혁신이다. 한나라당은 그 동안 많은 일을 했음에도 수구ㆍ부패ㆍ무능ㆍ특권 정당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런 이미지를 혁신해야 한다. 세 번째는 당헌ㆍ당규 혁신이다. 지난 해에 만들어진 당헌ㆍ당규는 시류에 따라 인터넷 투표나 여론 조사 등 어설프고 맹점이 있는 내용들이 들어 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 또 지난 당헌ㆍ당규는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를 모시기 위한 일시 방편적인 측면이 큰데 이제 정상 체제로 돌아왔으니 당헌ㆍ당규는 국민 정당으로 뿌리 내리기 위한 방향으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당 혁신과 관련해 영국의 노동당을 벤치 마킹한다고 했는데.

▲그렇다. 영국 노동당은 18년간 보수당에 정권을 빼앗긴 뒤 혁신 과정을 통해 재집권했다. 그러기까지 노동당은 ‘뉴 레이버 파티(새로운 노동당)’라는 기치 아래 정책과 이미지를 바꾸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집권에 성공했다. ‘제 3의 길’을 제시하며 중진들의 지원 아래 토니 블레어, 정책통인 고든 브라운, 홍보 기획통인 피터 만델슨 등 젊은 사람들이 당을 과감히 바꾼 결과였다. 한나라당이 어떠한 이념적 목표, 정책적 목표, 실천적 대안을 갖고 국민 앞에 나서 집권의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에 영국 노동당의 변신 과정을 벤치 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혁신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하나.

▲혁신위 구성은 대표에게도 얘기했는데 각 공부 모임 별로 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을 추천 받아 국민생각, 수요모임, 발전연(국가발전전략연구회), 푸른정책, 자유포럼 등에서 2명씩, 당 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한 사람, 여의도연구소장, 외부 인사 등으로 해서 대략 15~16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 1999년 뉴밀레니엄위원회, 2000년 국가村탔㎰廢맛?실패를 반면 교사 삼아 행사 위주 인원 구성이 아닌 실무 위원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하고 대표의 자문 기관이 아닌 독립 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다. 이미 대표에게서 전권을 인정 받아 혁신위에서 안을 내면 가필이나 수정되는 일 없이 사안에 따라 바로 의총이나 운영위원회에 부의되도록 했다.

- 당 혁신의 구체적인 방안은 언제쯤 나오나.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혁신위가 한시적인 기구인 만큼 오래 끌 수 없기 때문에 4월 중순 쯤에 기본안이 나오고 6~7월까지는 방안을 마련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본다.

- 당 혁신에 관한 개인적인 방안은 있나.

▲위원장 입장에서 말하기 곤란하다. 위원들과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 당명 개정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혁신위에서 다루게 되나.

▲혁신위 차원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지난 의원연찬회에서 의원 대부분이 당명 개정에 반대한 것은 내용이 달라진 게 없는데 문패만 바꿔서 되겠느냐 하는 인식에서다. 혁신위를 통해 당이 바뀌게 되면 당명 개정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본다.

- 진성 당원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인데.

▲당연히 검토 대상이다. 그동안 상당한 검토가 돼 왔기 때문에 자료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진성 당원 문제는 모집할 경우에 금권에 좌우될 우려가 있어 지역별 안배, 세대별 안배가 필요한 사안이다.

- 혁신위원회가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할 때, 차기 주자들과의 관련성은.

▲현재 한나라당 차기 주자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강재섭 의원 등 ‘빅4’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 분들의 의견도 혁신위에 반영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룰이 만들어 지면 빅4를 원형 경기장에 몰아 넣고 국민과 한나라당원들은 경기장 밖에서 빅4의 전투를 지켜 보아, 한 사람의 승자가 나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당이 전체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따라서 혁신위는 공정한 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년은 늦기 때문에 이번 혁신위에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대선 주자로서 박근혜 대표 한계론을 주장했는데.

▲그것은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문제, 예컨대 지난 행정 수도 이전 문제에서 보인 결단력 부족과 같은 것으로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사항이다. 그러나 차기 한나라당 후보는 앞으로 박 대표를 포함해 빅4가 하기 나름에 달렸다.

- 당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안 못지않게 당내 다양한 이견들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데.

▲이견 조율은 걱정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는 울트라 레프트에서 라이트까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데, 지난해 이견을 조율해 국가보안법 조정안을 만든 경험이 있다. 또 각 계파별로 두 사람씩 혁신 위원을 추천 받았고 이들로부터 협조를 약속 받은 상태다.

- 2006년 서울시장 출마설이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면 고려해 보겠지만 지금은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 혁신위원장으로서 집권을 위한 당의 틀을 갖추는데 전력할 생각 뿐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03 11:4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