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예비경선 탈락으로 정동영 완승, 김근태·개혁파 대반격 예고

우리당 전대, 정동영 웃었지만, 본선에선 "글쎄"
신기남 예비경선 탈락으로 정동영 완승, 김근태·개혁파 대반격 예고

‘정동영 웃고, 김근태 울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출마 후보를 선정키 위해 실시된 3월 10일 예비 경선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예비 경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물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문희상 의원이 1위를 차지한 반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민 것으로 전해지는 신기남 의원이 탈락한 데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4ㆍ2 전대를 앞두고 벌어진 예비 경선은 당권의 예선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2007년 대권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차기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의 대리전이 대표적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10명의 후보 중 예선을 통과한 문희상ㆍ염동연ㆍ송영길ㆍ김두관ㆍ장영달ㆍ김원웅ㆍ유시민ㆍ한명숙 후보 가운데 상위 1ㆍ2위를 차지한 문희상ㆍ염동연 의원이 상대적으로 정 장관과 가까운 반면, 5위를 차지한 장영달 의원과 예선 탈락한 신기남 의원은 김 장관의 지원을 받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 장관의 압승인 셈이다.

4·2 본선, 1인2표제 등 변수 많아
그러나 본선인 4ㆍ2 전대에서도 정 장관의 일방적 승리가 게속될 지는 미지수다. 후보 8인의 정ㆍ김 장관에 대한 이해 관계가 각각 다른 데다 1인2표제, 1만3,000여명에 이르는 대의원의 바닥 표심이 어떻게 분출될 지 가늠키 어려운 까닭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ㆍ김 장관은 세 차례 일합(一合)을 겨룬 바 있다. 작년 당의장 선출을 위한 1ㆍ11 전대에서는 정 장관이 부전승을 거둔 데 이어 5ㆍ11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천ㆍ신ㆍ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의 한 축인 천 의원이 김 장관의 지원을 받은 이해찬 총리를 물리쳐 정 장관의 승리로 귀결됐다. 작년 8월 신기남 전 당의장이 부친의 친일 시비로 물러난 뒤 이부영 전 당의장의 계승 여부를 놓고 정 장관의 당권파와 김 장관의 재야파가 맞붙었을 때는 김 장관의 뜻이 관철됐다.

3ㆍ10 당권 예선전은 그 어느 때 보다 두 장관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대권 예비전(대리전) 성격이 기존 세 차례 경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농후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경쟁 주자인 김혁규 의원이 중도 포기 하면서 정ㆍ김의 대립각은 더욱 첨예화했다.

1월 10일 께 노무현 대통령과 김혁규 의원의 독대 이후 김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서 물러나자 정 장관은 김 의원과의 연대에 대한 고민을 덜고 문 의원 쪽을 집중 지원했다. 당내 실용파의 대표격으로 자신과 노선이 맞는 데다 ‘대세론’의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도 한 몫 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은 문 의원의 비서실장을, 전병헌 의원은 대변인을 맡았다.

정 장관의 정치적 기반인 ‘바른정치모임’은 경선에서 중립을 선언, 모임 출신 후보인 신기남 후보에게 결과적으로 타격을 주었다. 더욱이 정 장관은 신 의원의 출마에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천ㆍ신ㆍ정 연대가 당권 예선 과정서 ‘천ㆍ신 대 정’이라는 갈등 구조로 바뀌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반면 김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지원 그룹인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이자 재야파 대표로 나선 장영달 의원을 지원했다. 아울러 2월 20일 께는 신기남 의원을 시내 모처에서 만나 ‘장영달 - 신기남’연대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2월 27일 성명서에서 문 의원의 대규모 선대위 구성을 강도 높게 비판, 우회적으로 정 장관에 일격을 가하면서 ‘정동영 - 문희상’ 대 ‘김근태 - 장영달ㆍ신기남’ 의 대립 구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정ㆍ김 장관의 접전도 계속됐지만 3ㆍ10 당권 예선 결과는 정 장관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예선전의 현장인 백범기념관에서 만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동영 장관의 힘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문희상ㆍ염동연 의원을 지지한 의원들 사이에 신기남 의원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말해 신 의원의 탈락 이변에 ‘정심(鄭心)’이 작용한 ‘배제 투표’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신 의원 탈락에 배제 투표가 작용했다면 4ㆍ2 본선에서 역공을 우려한 정 장관의 방어술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3ㆍ10 예선전은 후보 개개인의 역량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실용 대 개혁’이라는 노선 차이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예선을 통과한 8명의 후보 가운데 문희상ㆍ염동연ㆍ한명숙ㆍ송영길 후보가 ‘실용파’로, 장영달ㆍ김두관ㆍ김원웅ㆍ유시민 후보는 ‘개혁파’로 분류되고 있다. 개혁파인 신기남ㆍ임종인 후보는 탈락했다.

만일 신 의원이 예선을 통과했다면 본선의 전선은 개혁파의 화력이 우세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예선 과정에서 신ㆍ천 의원과 골이 패인 정 장관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신 의원 탈락의 이변은 문 의원을 지원한 ‘정심’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김근태 - 개혁파’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정 장관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문희상 대세론·장영달 역전 여부가 포인트
4ㆍ2 본선에서도 정ㆍ김의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희상 대세론’이 계속되느냐, 재야파인 장영달의 역전 여부, 개혁당 3인방(김두관ㆍ김원웅ㆍ유시민)의 돌풍 재연, 한명숙 변수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문희상 의원은 여전히 강적으로 꼽히고 있고, 호남권을 대표한 염동연 의원과 영남권에 기반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본선에서도 선전이 예상되지만 문 의원의 지원을 받아 예선 3위를 한 송영길 의원의 선전 여부가 주목된다. 개혁당 3인방은 1인 2표 방식에 의해 1명은 조직표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개혁파 좌장격인 장영달 의원은 개혁성향의 대의원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한명숙 의원은 여성 단독 후보로 당헌 당규상 ‘여성 할당제’에 따라 투표 결과에 관계 없이 상임중앙위원 당선이 확정적이지만 당 의장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다른 후보들의 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 의원은 노 대통령과 독대 후 출마를 포기한 김혁규 의원을 대신해 출마한 경우로 ‘노심(盧心)’이 실렸다는 소문과 함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한 의원이 부상할 경우 ‘문희상 대세론’은 타격을 입게 되고 전체 본선 판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 장관과 김 장관의 얼굴 표정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8명의 후보들 중 문희상ㆍ김두관ㆍ유시민 등도 잠룡을 꿈 꾸고 있어, 대권의 동상이몽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7:3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