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겨냥, 전국 정당 표방하는 신당 창당재보선이 시험대, 지역 정당 굴레 벗지 못하면 침몰할 수도

沈風, 정계개편 회오리 되나?
2007년 대선 겨냥, 전국 정당 표방하는 신당 창당
재보선이 시험대, 지역 정당 굴레 벗지 못하면 침몰할 수도


자민련 탈당을 공식 선언한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8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침내 심대평 충남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심 충남지사는 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매진하기 위해 자민련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올인’을 탈당의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각은 심 지사와 생각과 다르다. 즉 ‘중부권 신당’을 향해 사실상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본다. ‘신당을 향한 신호탄’, ‘충청발 정계개편’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은 심 지사 주변의 여건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심 지사의 정치적 거점인 충청권이 1997년ㆍ2002년 대선에 이어 2007년 대선에서도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고, 이를 겨냥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탓이다.

심 지사는 17대 총선 직전 김종필(JP) 전 총재 한계론이 제기되면서 자민련내 쇄신그룹으로부터 JP를 대신할 당 간판으로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JP의 벽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또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단 4석만으로 와해 위기에 몰리자 다시 심 지사에게 구원투수 요청을 했지만 김학원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상유지파가 득세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신행정수도 문제로 충청권의 주인이 자민련에서 열린우리당 등 여권으로 바뀌면서 자민련에 희망을 버린 인사들이 대거 심 지사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신당론’을 띄웠다. 충청권의 맹주 자리를 되찾아 활로를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심 지사측로서도 도지사 3선연임이 다 채운 상태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정치권 중앙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쉽게 속내를 내비칠 수는 없는 일. 그는 상당기간 신당론 인사들과 냉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4인 결의' 무산, 탈당 구체화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말부터. 심 지사 주변에서 신당을 띄워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대비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심 지사의 행보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일부 자민련의 전ㆍ현직 의원은 4ㆍ30 재보궐 선거 전에 신당을 창당하고 심 지사가 공주ㆍ연기 재보선에 출마해 중부권 신당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심 지사는 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보선에서 1석을 얻는 것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한 신당 창당이었다.

그래서 심 지사는 2월28일 자민련 김학원 대표를 비롯해 현역인 이인제ㆍ류근찬ㆍ김낙성 의원과 만나 ‘자민련 공동해체’및 신당 창당을 추진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고민할 시간’을 요청해 결의가 미뤄졌다. 다음날 3ㆍ1절 행사를 마친 네 사람은 서울의 P호텔에서 다시 만나 앞서의 결의를 재확인했지만 이번에도 김 대표가 선뜻 동의하지 않고 ‘시간’을 또다시 요구해 심 지사측과 김 대표측간에 갈등의 조짐이 일었다.

이튿날 충청권의 최대 관심사인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김 대표가 충청권의 4ㆍ30 재보선 지역에 특정인을 공천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소위 ‘4인의 결의’는 무산됐고 심 지사의 탈당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자민련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충청권의 맹주가 되겠다는 구상이었다.

심 지사는 아직까지 ‘신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수도 건설에 전념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일 뿐 신당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측근 인사는 신당에 대해 “지역(충청) 정당은 만들지 않고 전국정당을 지향할 것”이라며 “이념과 노선은 개혁적(합리적) 보수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 ‘선진ㆍ생활ㆍ상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심 지사의 자민련 탈당은 곧바로 수면하에서 움직이던 ‘중부권 신당론’에 탄력을 주면서 ‘정치적 중원’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심 지사 중심의 신당 태동이 현 정치권은 물론, 지방선거 및 대선 지형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정치세력별로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빅뱅''찻잔 속 태풍' 엇갈린 평가
중부권 신당은 충청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권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중부권의 영향력은 크게 높아진다. 무엇보다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계개편의 최대 현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부권 신당의 향후 좌표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다. 정치권의 ‘빅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결국 신당에 참여하는 중량급 정치인이 누구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진다.

3월14일 현재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 인사는 이인제ㆍ류근찬ㆍ김낙성 의원,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 정우택ㆍ정진석ㆍ원철희 전 의원, 박동윤 충남도의장 등이다. 대부분이 자민련 출신으로 일각에서는 ‘자민련 2중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당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자민련 출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검증 절차를 거쳐 걸러내 신진 인사들을 대거 발탁할 계획이고 ‘전국 정당’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영남과 호남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신당의 노선과 이념이 유사한 뉴라이트 운동측과 교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당에 합류하기로 한 조부영 전 부의장은 “직접 나서기보다는 후배들이 신당에 들어와 일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2007년 대선 때는 신당의 독자후보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중부권 신당은 아직 실체가 없지만 지방선거와 대선이라는 2대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은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자민련은 소속 의원과 시도 관계자 대부분이 신당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공중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학원 대표가 한나라당을 향해 ‘보수 연대’를 제의한 것도 당의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심 지사측의 신당을 ‘사라질 정당’으로 과소평가하지만 ‘텃밭’인 충청권이 균열되면 2007년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정세균 원내대표, 김한길 의원 등 당 중진들이 충청지역 4ㆍ30 재보선에 경선을 통한 후보 대신 전략공천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반한나라당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염홍철 대전시장의 탈당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한 시도 지자체장과 시도 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당을 추진중인 핵심 관계자들은 차기 대선 전까지 세력을 불려간 뒤 독자 대선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신당이 행정수도를 내세운 ‘친여 정당’과 손을 잡든지, 아니면 ‘반노 보수정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신당의 선택에 따라 여야의 대선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대평 발(發) 신당의 항로에 정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8:3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