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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봄은 靜中動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한 주권국가론' 대응에 관심
후진타오 방북·러시아 승전기념 행사 이후 결론 날듯




중국을 방문중인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왼쪽)가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핵 이슈가 2ㆍ10 북한 외무성 핵보유 성명 이후 한 달여 만에 상황 조절 국면으로 일단 들어섰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에 이은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6자 회담 관련국들의 입장 표명이 1차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동북아 순방에서 ‘북한은 주권 국가’, ‘6자 회담 시한은 무한정하지 않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라는 북한 관련 3가지 핵심 발언을 했다. 또 라이스 장관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국방장관이 아닌 국무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방문국의 미군 군사 시설(당시 한 - 미 연례 연합 훈련인 ‘워 게임(War Game)’를 실시하던 지하 벙커)부터 방문해, 미국의 대북 붕괴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강ㆍ온의 메시지를 섞어서 던진 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라이스의 발언과 행보 중 6자 회담 복귀 시한론이나 유엔안보리 회부를 암시하는 듯한 언급 등은 북한의 회담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원론적인 표명하는 반면, 처음으로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 것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올 수 있는 명분과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미국이 할 수 있는 ‘성의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우선 라이스 장관의 순방 키워드로 평가 받는 ‘북한 주권 국가론’ 발언은 평양 당국이 그의 순방을 앞 둔 시점에 북한을 ‘폭정의 전초 기지’ 라고 한 발언을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한 ‘비켜 가기 응답’ 성격이 짙다. 라이스 장관의 입장에선 ‘폭정의 전초 기지’ 발언은 부시 2기 정부가 천명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세계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취소할 수 없는 정권의 보편 논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스 장관 자신도 ‘주권 국가’라는 표현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발표한 내용임을 밝혔듯, 여기에는 신중한 함의가 들어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과연 라이스 장관이 말한 ‘주권 국가’는 무엇이고, 평양 당국은 어떻게 해석할까?

6자회담 상대국으로의 주권국가 해석
이라크전에서 WMD(대량 살상 무기)를 찾는 데 실패한 부시 정부가 세계 전략 명분을 ‘자유의 확산’으로 확대 전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시 2기 정부는 세계 전략 초점을 WMD 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인권으로 옮겨 갔다는 얘기다. 결국 ‘폭정의 전초 기지’와 ‘자유의 확산’ 개념이 겨냥하는 것은 WMD를 가진 테러리스트 지원국뿐 아니라 ‘보편적 인권’ 보장에 구조적 결함을 가진 모든 국가가 된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핵을 포기하더라도 논리상 인권 문제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폭정의 전초 기지’로 자유의 확산 대상국이 된다.

근래 네오콘 이론가들의 논리가 근대적 의미의 주권국가론을 폐기하고 국가 주권과 인권을 분리해 보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평양 당국이 ‘폭정의 전초 기지’ 발언에 집착하며, 미국이 이를 거두는 것을 6자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주요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라이스 장관이 말한 ‘북한 주권 국가론’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생존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언급했듯 “6자 회담의 상대로서 북한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선에서 주권국의 의미를 그었다. 북한이 우려하는 인권 차원의 내정 간섭은 별개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발언의 함의가 북한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북한 주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미국의 태도는 6자 회담 테이블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양보로 평가할 만 하다.

중국을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逑記?주권 국가로 인정함으로써 국제적인 존재로 공식화하고, 동등한 협상 대상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미국의 제스처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보인 태도이다. 더욱이 지난 23일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일본 내 대북 강경론자들이 6월을 데드라인(3차 6자 회담 경과 1년째)으로 정하고, ‘6월 위기설’을 흘리는 데 대하여 일축하며, “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며 북핵 문제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그렇다”며 시한론을 적극 부인한 것 또한 긍정적인 대목이다.

북한은 7ㆍ1 경제 관리 개선 조치 이후 북한식 개혁ㆍ개방을 실험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소식통들은 개혁ㆍ개방 과정에 극심한 인플레 등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북한 경제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욱이 지난 22일 중국을 방문중인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는 중국의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북 - 중 간 처음으로 ‘투자 장려ㆍ보호 협정’도 맺었다. 즉 북한이 중국식 개혁ㆍ개방 정책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평가된다.

북핵 이슈, 공은 평양으로
북한이 우려하는 인권 문제는 원칙적으로 개혁ㆍ개방 정책과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북한 정권이 개방의 길을 선택한다면, 어차피 겪어야 할 피할 수 없는 사회주의 성장통 중의 하나이며, 스스로 감당해 낼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라는 판단이 상식적이다. 다만 평양 당국의 결단을 통한 시기와 수위 조절이 변수일 뿐이다. 이번 박봉주 내각총리의 상하이, 선양 방문도 중국의 경제 개혁을 벤치마킹 해 개혁의 청사진 작성에 참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또한 평양과 베이징 당국은 무역 협정을 맺기까지 6자 회담을 둘러싼 상호 입장 교환은 물론, 중국은 북한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며 적절한 시기에 일단 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박봉주 내각총리도 “북한은 6자 회담을 반대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계속 이 목표를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도 역시 지난 23일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했고 중국도 자기 선택을 했으며 다른 나라들도 그들의 선택을 했다”고 밝히고 이제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만 남았음을 강조했다.

결국 북핵 이슈의 공은 다시 평양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미국이 표명한 일련의 발언을 변함없이 북한 붕괴를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수순과 레토릭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서로 체면을 세우면서 한 자리에 앉을 내용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몫이 됐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방러에 앞서, 5월 초 평양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중 간 두번째 정상회담은 6자 회담에 대한 마지막 조율은 물론, 향후 북한의 행보에 큰 그림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평양 당국은 4월엔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가진 뒤, 5월 초 북-중 정상회담과 5월 8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행사’ 이후 6자 회담 복귀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3-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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