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실용파 vs 범 개혁파 대결구도, 유시민이 변수

우리당 전대, 문희상-김두관 2파전으로 압축
범 실용파 vs 범 개혁파 대결구도, 유시민이 변수

열린우리당 당권주자 8명, 왼쪽부터 김두관, 염동연, 문희상, 김원웅, 장영달, 송영길, 유시민, 한명숙 후보

“유시민 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

열린우리당 당권 레이스를 뒤흔든 유시민 후보의 ‘반(反) 정동영, 친(親) 김근태’발언에 대한 김두관 후보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승부수’에 대해 “기회와 위기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유시민 다운 결행”이라고 평가했다.

유 후보가 예비 경선(3월 10일)의 상위권 성적을 토대로 당권을 거머쥐거나 최소한 개혁 세력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는‘기회’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비 체납 문제에 따른 ‘위기’와 당내 ‘왕따’분위기를 동시에 돌파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 놨다.

유 후보가 폭탄 발언을 한 배경이야 어떻든 우리당을 거대 해일로 덮친 유시민발(發) 쓰나미는 당권 경쟁 막바지까지 강한 여진을 남기고 있다. 4월 2일 전대의 전선은 한층 뚜렸해졌고 후보간 합종연횡의 구도도 단순화 됐다. 문희상 – 염동연 - 송영길 후보의 ‘범실용파’대 장영달 – 유시민 – 김두관 – 김원웅 후보의 ‘범개혁파’의 대결로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김두관·유시민 대약진, 문 대세론 위협
그러나 유 후보가 던진 승부수의 득실이 불투명하고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은데다 합종연횡의 고리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4ㆍ2 전대의 결과는 아직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다.

예비경선 전인 3월 4~5일 여론 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우리당 국회의원(52명), 상무위원(233명), 중앙위원(28명) 등 313명을 대상으로 당권 후보에 대한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희상 후보가 17.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유시민(10.5%) - 김두관(8.3%) - 염동연(7.3%) - 송영길(6.1%) - 장영달(5.4%) - 김원웅(5.1%) - 한명숙(3.8%) - 신기남(2.9%) - 임종인(0.0%)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무응답 32.9%). 국회의원과 상무위원은 문희상 후보를, 중앙위원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 같은 여론 조사 결과는 놀랍게도 실제 예비 경선에 그대로 적중, 신기남ㆍ임종인 후보가 탈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차이가 있다면 문희상 후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염동연, 송영길 후보가 김두관, 유시민 후보를 제치고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러나 예비 경선 이후 당권 기상도는 크게 달라졌다. 문희상 후보의 1위 흐름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이른바 ‘문희상 대세론’은 김두관ㆍ유시민 후보의 대약진으로 크게 위협 받고 있다. 각 후보 캠프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예외 없이’ 김ㆍ유 두 후보가 2~3위권을 차지하며 문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길 후보측에서 16~17일 이틀간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희상(38%) - 김두관(28%) - 유시민(27%)의 순을 나타냈고, 장영달 후보측 조사(14~15일)에서도 문희상(17.1%) - 김두관(14.8%) - 유시민(13.2%) 순을 기록했다. 문 후보측 조사(15~16일)에서는 문희상(18%) - 김두관(11%) - 유시민(11%) 순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문 후보측은 “여론 조사에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실제로 투표에 들어 가면 ‘숨어 있던’ 표심이 ‘문희상 대세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기간당원제 도입 등으로 달라진 당의 체질 변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김ㆍ유 두 후보의 약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전대 당일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두 후보가 전대 막판에 ‘단일화’ 할 경우 당권의 향배는 더욱 불투명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 정동영 - 친 김근태" 발언으로 당권경쟁에 변수로 등장한 유시민 후보.

유 후보의 ‘정동영 적대, 김근태 연대’발언으로 당권 경쟁?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권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종래 문희상 – 김두관 - 유시민 후보 간 당권 3파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정동영 - 문희상’을 축으로 하는 범실용파가 일제히 유 후보 공격에 나서고 당 안팎에 ‘안티 유시민’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대가‘문희상 대 김두관’의 2파전 구도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임종석ㆍ우상호 의원 등 386 개혁 세력이 유 후보를 ‘분열주의자’로 비판하고 노사모가 중심이 된‘국민참여연대(국참연)’도 유 후보를 공격해 유 후보가 수세에 몰리면서 유 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 이상으로 반유시민 세력이 확산되고, 유시민ㆍ김두관 후보가 속한 개혁당파 내에서 전략적으로 김 후보를 밀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ㆍ김 후보가 속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한 초선 의원은 “두 후보의 단일화가 안 될 경우 당권에 보다 접근한 후보를 지지하자는 게 참정연 멤버들의 인식인데 유시민 후보에 대한 당 안팎의 역풍이 너무 거세 고민이다”고 말해 김두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유ㆍ김 후보 중 한 후보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장영달 후보측의 한 의원은 “김 후보가 영남권에서 확실한 득표기반을 구축한 반면 유 후보에 대해선 일각에서 ‘거품’ 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고 유 후보와의 연대가 당내 안티세력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김 후보와의 연대에 무게를 두었다.

신기남·김두관 연대설에 주목
개혁을 화두로 실용파의 좌장격인 문희상 후보에 맞섰다가 뜻밖에 예비 경선에서 탈락한 신기남 의원과 김두관 후보 연대설도 주목되는 부분. 비록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당내 영향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신 의원은 예비 경선 이후 직접 “개혁 성향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문희상 대세론을 꺾을 대항마로 김두관 후보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신 의원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신 의원이)‘개혁 성향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1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해 신ㆍ김 연대설을 뒷받침했다.

전대를 눈앞에 둔 현재 판도는 3월27일 끝난 전국 16개 시도 당 대회에서 나타났듯 정동영계의 약진 속에 문 후보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ㆍ김 개혁파의 퇴조, 재야파가 분전하는 형국이다. 유시민 역풍으로 정동영계 당권파와 김근태계 재야파가 결집하는 양상을 띠면서 개혁파 흐름이 김두관 후보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4ㆍ2 전대는 문희상-김두관 2파전에 재야파를 대변하는 장영달 후보의 맹추격으로 집약된다는 분석이다.

전대 막판 최대 변수는 유시민 - 김두관 후보의 단일화 여부. 우리당에서는 양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 비춰 단일 후보가 당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관건은 단일화 성사 여부와 누구를 단일 후보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단일 후보는 유 후보의 폭탄발언 후 상대적으로 김 후보쪽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지만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단일화를 통해 ‘문희상 대세론’을 꺾고 당 의장직을 쟁취하자는 ‘양자택일론’이 있지만 김ㆍ유 두 후보가 동시에 지도부에 포진하는 모양새가 당 개혁과 2007년 대선을 준비하는 데 바람직하다는 ‘각개 약진론’도 만만찮다.

만일 극적으로 김두관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전대는 ‘문희상 대세론’과 ‘김두관 돌풍’ 이 맞붙는 볼거리와 함께 향후 정국 지형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29 19:1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