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월, 유전계약 상황 이광재측에 보고했다"페트로사 유전은 경제성 충분, 해외에너지 자원 확보 계기 됐으면

[인터뷰]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
"전대월, 유전계약 상황 이광재측에 보고했다"
페트로사 유전은 경제성 충분, 해외에너지 자원 확보 계기 됐으면


쿡 에너지 권광진(52) 대표는 1976년 대학(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후 외환은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홍콩지사를 거쳐 92년부터 러시아 석유 비즈니스와 인연을 맺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오일 무역을 중계했고 10년 넘게 러시아 전역을 오가며 석유 전문가로 성장, 쿡 에너지를 설립하고 2003년 페트로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중국과 SK를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페트로사 인수 사업을 누구보다 잘 알 고 있는 권 대표는 이른바 ‘오일게이트’에 묶여 현재 발이 느려지고 입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4월14일 권 대표를 만나 오일게이트의 실체와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언젠가 나머지 닫힌 입을 열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 채.

- 이른바 ‘오일게이트’ 파문은 권 대표와 하이앤드 전대월 사장이 만나면서 불거졌다고 볼 수 있는데 두 사람이 알게 된 계기는.
작년 6월경 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내는 사람을 통해 전대월씨를 소개받았다. 나는 유전사업 비즈니스 차원에서 페트로사 프로젝트를 제시했고, 전씨는 자금을 마련키로 하면서 가까와졌다.

- 페트로사 프로젝트는 전대월씨를 통해 이광재 의원에게 전해지고 이 의원을 통해 허문석씨가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대월씨에게 페트로사 프로젝트를 알려주자 전씨는 몇차례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전씨가 설명을 제대로 못하자 이 의원이 허 박사를 전씨에게 소개한 것이다.

- 허문석씨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 ‘오일게이트’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전대월씨를 통해 허 박사에 대한 얘기는 들었으나 처음 만난 것은 작년 9월15일 코리아크루드오일(KCO) 회사 주식 양도ㆍ양수를 위한 예비 모임 자리에서다. 그 이후에도 허 박사와는 여러번 만나 러시아 유전 개발과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에너지 분야 권위자인데다 10년 넘게 유전 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 분만큼 순수하고 맑은 분도 없다.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한 분을 무슨 게이트에 연루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허 박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유전 개발 사업은 전대월씨 자금으로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을 설립하고 허문석씨가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전씨의 설립자금 출처와 관계자들의 지분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KCO 설립자금은 본래 10억원이 아닌 20억원이 필요했다. 전대월씨에게 “유전개발 사업을 위한 회사라면 최소한 20억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의하자 전씨는 허문석 박사한테 200만 달러를 요청했다. 그러나 허 박사는 “당장 200만 달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 10억원으로 KCO를 설립하게 됐다. 설립 당시(2004년 8월17일) 허 박사의 지분 5%는 우연히 주어진 것이다.(전대월 42%, 철도교통진흥재단(철도재단) 35%, 권광진 18%) 그런데 허 박사의 지분은 한달 뒤인 9월16일 5%에서 0.001%로 줄어들고 KCO 대표도 전대월씨에서 허 박사로 바뀌었다.

- 전대월씨가 KCO 설립자금을 허문석씨에게 요청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허씨에게 5%의 지분이 우연히 주어졌다는 것이나 철도재단이 35%의 지분을 가진 점, 그리고 전대월씨 지분이 42%나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설립자금 10억원은 어디에서 마련됐다고 보나. 이광재 의원이 관련이 있나.
전대월씨가 자금 마련과 관련해 이광재 의원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제 이 의원이 관련됐는 지는 알 지 못한다. 전씨는 법인 등록 다음날 10억원을 빼가 KCO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다. 나는 지금도 10억원이 전씨 돈 인지 누구 돈 인지 알지 못한다. 허 박사 지분은 KCO 설립 때 5%이던 것이 한달만에 0.001%로 줄었는데 허 박사는 그러한 내용도 알지 못했고 자신이 대표이사가 된 줄도 몰랐다. 철도재단이 한 푼도 내지 않았음에도 35%의 지분을 가진 것이나 허 박사에게 대표직을 제안한 것은 이번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전대월씨는 자신의 지분 42% 중 14%는 다른 사람 몫이라고 했는데.
누구 몫인 지 짐작이 간다는 정도만 해두자.

- 철도재단이 전대월씨와 권 대표의 주식을 120억원에 인수한 것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인수가 아니라 속임수고 강탈이다. 나는 주식을 건넬 의사가 없었는데 철도재단이 작년 9월16일 주식을 인도하지 않으면 러시아 알파 그룹으로 송금을 할 수 없다고 해 프로젝트가 무산될까 봐 건넨 것이다. 그러나 철도재단은 당시 송금도 하지 않고 나를 속였다. 120억은 전대월씨하고 철도재단하고 미리 협의를 해서 정한 것이다. 철도재단은 전대월씨 지분과 내 지분을 묶어 120억원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내가 반대해 두 사람 계약서를 각각 체결했다.

- 전대월씨는 작년 KCO 설립 직전에 러시아 사할린을 다녀왔고 다음날인 8월18일 권 대표 등과 모스크바로 가 9월3일 알파에코사와 유전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전씨가 유전 개발 사업에 전방위로 나서고 바쁘게 움직인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전대월씨가 모스크바에 가기 직전 사할린에 간 것은 러시아 유전 현장을 다녀왔다는 징표, 다시 말해 비전문가인 사업가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있다. 전씨가 바쁘게 서두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 때문이다. 전씨는 노 대통령의 방러 스케줄에 맞춰 계약 발표를 하려고 했고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대통령의 방러에 맞춰 알파에코사에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우리가 알파에코측과 계약조건 등과 관련해 보름 가량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전씨는 노 대통령의 방러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계약체결을 재촉했다. 그리고 한국의 이광재 의원쪽 관계자에게 전화로 협의 진행상황을 알리곤 했다.

- 전화 통화 내용은 무엇인가
주로 유전 계약 진행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 야당은 이번 사건에 이광재 의원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이 의원이 ‘사필귀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 유전 개발 사업 대상인 사할린 6광구의 사업성(경제성)을 놓고 논란이 있다. 철도공사는 석유공사가 사업성이 없다고 해 계약을 파기했다고 하는데.
사할린 6광구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평가기관인 미국의 슈럼버거(Schlumberger)를 비롯해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평가가 내려진 상태다. 석유공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 못할 사정이 있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오일게이트에 대한 견해는.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비리 의혹에 집착하는 것은 국가 경제를 감안하면 대단히 사소한 문제다. 국제적인 에너지 전쟁시대에 지금 이 문제가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로 세우고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4-21 17:5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