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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빅3 "대권가도 내가 연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재보선 압승으로 레이스 가열



4·30 재보선을 앞두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나라당 소속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손학규 경기지사. 김동호 기자

4ㆍ30재보선 선거전으로 주춤했던 한나라당 대권 레이스가 압승을 계기로 점차 가열되고 있다. 먼저 속도를 낸 쪽은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인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5월3일 오찬 기자 간담회에서 ‘대권 3수(修) 불가론’을 설파하며 “대선을 두 번 실패했는데 세 번째 실패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 차기 정권 창출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박 대표는 또 “이번 재보선에서 지도부는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도부가 공천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당내 공천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해 향후 친정체제구축에 전력할 뜻도 내비쳤다.

박 대표 "대권 3수 없다" 자신감
박 대표가 차기 대선과 관련, 외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월 초 충북 제천에서 열린 당 연찬회 때만 해도 박 대표는 대선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심지어 개회 연설에서는 “대권 후보 ‘빅3’(박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못박기도 했다.

그런 박 대표가 태도를 돌변, 대권 레이스에 적극성을 나타낸 것은 4ㆍ30 재보선 압승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오차 범위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의 위협과 손학규 지사의 광폭 행보를 경계한 측면도 적지 않다.

박 대표측은 그동안 과거사 공세나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당내 갈등 과정에서 반박(反朴.반박근혜)세력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이 시장에게 바짝 추격당하거나 일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박근혜 한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손 지사가 충청ㆍ호남과 연대를 모색, 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박 대표측은 이번 재보선 압승을 발판으로 대권 경쟁력을 확대재생산해 나가는 한편 틈만나면 ‘박 대표 흔들기’에 나섰던 당내 반박 세력에 정면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측의 전여옥 대변인은 재보선 승리 후 “한나라당은 이제 망망대해에서 마침내 해양지도를 손에 잡은 것”이라면서 “이제 파도가 아무리 거칠어도 바닷속 질긴 해초가 감겨 들어도 대선승리를 향해 대 항해를 계속할 것”이라며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선 도전 목표를 밝혔다.

이 시장·손 지사, 박 대표 독주에 내심 긴장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측은 재보선을 계기로 박 대표의 입지가 상당 부분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박 대표의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측은 “선거에서 확인된 것은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일 뿐”이라며 박 대표의 대권 경쟁력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이 시장의 한 측근 인사는 “재보선 압승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당내 팽배해 있던 패배감을 떨쳐내는 데 상당 정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당내 대권 주자 모두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이 대외 강연 확대, 청계천사업 성공적 완수 등을 통해 지도력을 입증하고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면 박 대표의 인기를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 지사측은 박 대표가 재보선 승리로 입지가 강화된 반면 자칫 당 개혁과 변화에 소극적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손 지사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재보선)승리에 취해 개혁과 변화를 주저하고 지금의 상태를 연장한다면 2007년 대선은 필패”라면서 “개혁적 성향의 손 지사가 당 개혁과 변화를 추동해 내면 대선에서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측은 박 대표와 이 시장 등과의 ‘차별화’로 대권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손 지사가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 ‘반(反) 이명박’을 통해 충청권 등 중부권의 호감을 사는 한편 수도권 재야출신으로서‘개혁적 성향’의 장점을 활용, 보수적인 박 대표와 대비하는 전략은 그러한 맥락이다.

'박·이' 앞서가고 '손' 추격 양상
최근 빅3의 대권레이스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손 지사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 전문璲活?‘한국 리서치 앤 리서치(R&R)’가 4월13일 전국 성인남녀(제주도 제외) 800명을 대상으로 빅3에 대한 선호도 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 대표 29.5%, 이 시장 28.4% 응답률로 양자가 팽팽한 경쟁구도를 보인 가운데 손지사는 응답률 10.2%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박 대표는 20대ㆍPK 및 TK 거주자에서 특히 응답이 높게 나타난 반면, 이 시장은 남자ㆍ40대ㆍ서울 거주자ㆍ중산층 이상 등에서 평균보다 높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가 지난 3월29일 전국 성인남녀(제주도 제외) 700명을 대상으로 한 빅3 지지도에 대한 전화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표 33.4%, 이 시장 31.5%, 손 지사 15.0%로 나타났다. 박 대표가 20대 및 여성, PKㆍTK, 중졸 이하 등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인 반면, 이 시장은 30대 및 남성, 서울, 대학 재학 이상 등에서 박 대표를 앞섰다. 호남과 충청 지역 지지도에서 박 대표가 이 시장을 앞서는 것이 눈에 띈다. 손 지사는 20대, 인천ㆍ경기, 열린우리당 지지파 등에서만 경쟁자들에 근접한 지지도를 보였다.

김헌태 소장은 최근의 빅3에 대한 여론조사와 4ㆍ30 재보선 결과에 비춰 박 대표가 ‘양(量)’적으로는 가장 앞섰으나 ‘질(質)’적으로는 이 시장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 지지도가 한나라당 고정표에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 이 시장 지지도는 한나라당 고정표에 우리당 지지층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대선 본선 경쟁력은 이 시장이 박 대표보다 높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압승한 배경이 ‘박풍(朴風, 박근혜 대표의 힘)’ 때문이라기보다는 재보선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20~30대 유권자 불참에 따른 노년층 선거, 낮은 투표율, 중간 평가적 선거, 여권 전선의 분열 등, 재보선은 기본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4ㆍ30 재보선 결과를 대권 경쟁력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대선 경선의 ‘공정한 게임 룰’을 마련, 후보들의 경쟁력과 인지도(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친박·반박 勢싸움 본격화 전망
한나라당은 4ㆍ30 선거전 직전까지 7월 전당대회와 책임당원제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ㆍ소장파가 팽팽하게 맞섰다. 양측의 대립은 친박-반박 세력 간 알력으로 비쳐졌고 박 대표 대 이 시장ㆍ손 지사의 대리전 성격을 띠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5월3일 의원총회에서 책임당원제를 놓고 벌인 친박-반박 진영의 갈등은 그러한 대립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책임당원제에 대해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 세력이 “당헌ㆍ당규에 근거가 있는 만큼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반박 세력은 “책임당원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대거 진출할 경우 당이 박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대선 경선도 박 대표에게 유리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친박 세력이 재보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박 대표 체제를 강화하고 대선 경선 구조를 박 대표에게 유리하게 설정하려는데 대해 반박 세력은 이 시장이나 손 지사 등이 불리하지 않게 공정한 경선의 룰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빅3는 5월 내내 호남과 영남을 오가며 대선후보로서의 주가를 높이는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빅3 본인 뿐만 아니라 지원군까지 가세하면서 대권 레이스는 더욱 열기를 뿜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5-05-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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