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과 눈높이 맞추며 홈피정치에 주력, 균형감각 잃지 말아야

여야 잠룡, 인터넷 여론몰이 가열
네티즌과 눈높이 맞추며 홈피정치에 주력, 균형감각 잃지 말아야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여야 주자들의 인터넷 ‘올인’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6일 모친 장례를 치른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모곡’을 올리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부곡’으로 맞받아쳤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글을 올린 손학규 경기지사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뒤질세라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은 입양아 문제를 다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예 모친의 초상화를 올리고 심금을 울렸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효’ 관련 콘텐츠가 앞다퉈 올라온 것이다.

최근에는 여야 대권 주자 대부분이 적극적인 관리와 소통이 요구되는 ‘미니 홈피’로 둥지를 옮겼다.

방문자수 270만명을 넘어선 한나라당 박 대표의 미니 홈피는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생 지만씨 내외의 근황 등 감성적인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데 업데이트가 신속히 이뤄지는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고인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등 추억어린 가족사를 반추하는 박 대표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는 폭발력이 대단하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의정활동 소식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소개하는 등 인터넷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홈페이지가 없는 이 서울시장은 미니 홈피에서 여론 몰이를 해가고 있다. 이 시장은 정치활동, 개인 이력 등 일반적인 홈페이지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들을 모두 미니 홈피에서 수용하고 있다. 특히 다른 후보들이 제공하지 않는 개인 잡지 발행을 통해 서울시정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지난달 문을 연 미니 홈피에 자신의 정책 비전이나 추진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등 전형적인 홍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젊은층 정서에 부응, 오프라인 '사랑방' 역할
야권의 대권 후보군이 ‘미니 홈피’에 주력하는 데 비해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들은 기존 홈페이지 관리에 치중하고 있어 대비된다.

온라인 ‘서신정치’로 주가를 올린 복지부 김 장관과 ‘정동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정사모)까지 운영하는 통일부 정 장관 모두 미니 홈피보다는 홈페이지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또 최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 장관과 정 장관의 미니 홈피에도 네티즌들이 서서히 몰리고 있어 곧 적극적인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야의 잠룡들이 미니 홈피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정보 위주의 구성이 젊은 유권자들의 욕구 또는 정서에 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오프라인의 ‘사랑방’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 이사장은 “과거 경직된 한국 정치의 대결구도는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거리를 멀게 했는데, ‘홈피 정치’를 통해 해소되는 점이 있다. 그러나 너무 감성적으로 치우치는 '쏠림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대권 예비 주자의 홈페이지 관계자는 “네티즌 문화에 쉽게 동화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다. 그러나 네티즌들과 부단히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직 태동기에 있는 미니 홈피는 당연히 ‘거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응甄?

열린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현재 야당 정치인들의 홈페이지가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치적 비전이나 콘텐츠 때문이 아니라 일회성 인기나 단순한 지명도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여권은 과거 ‘노무현’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을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주도권을 가졌지만, 이후 친여 성향의 네티즌들이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분열된 뒤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시민 의원의 측근은 “정치인의 상품성이 관건이다. 응집력은 상품성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생성되는 것이 인터넷 환경”이라면서 낙관했다.

콘텐츠 경쟁력 확장, 냉철한 평가 해야
지난해 ‘대통령 탄핵’등 정치 현안을 둘러싼 핵심 이슈의 경우 네티즌들의 친여·개혁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 패러디물이나 동영상 등 비주얼 콘텐츠의 수준은 여전히 앞서고 있고, 논객 등 인터넷 여론 지도층도 집권당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도 우세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인터넷 승부수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박 대표를 필두로 야권 정치인들의 콘텐츠가 경쟁력을 계속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미니 홈피에 연결된 ‘1촌’은 과거 ‘노사모’의 멤버십과는 다른 유연한 네트워크로 그 확장성이 대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단 시간 가장 높은 클릭 수를 기록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미니 홈피’는 젊은 유권자 층을 겨냥, 첫 주제를 아예 ‘청춘’으로 잡았다. 여론조사 1위를 온라인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경배 이사장은 “정치인은 스스로 정책, 비전 등 구체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치 콘텐츠를 이용자 정서에 맞게 내어 놓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감성 콘텐츠에 치중된 정치인 미니 홈피의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인 네티즌들도 일반인이 아니고 공인인 정치인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정책 견해를 묻는 등 적극적인 정치소통을 이끌어내는 공적 행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재점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즉, 사이버 상의 인간적 친밀도에만 의존하는 ‘홈피 정치’에 휩쓸려 맹목적인 투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니 홈피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방문자, 댓글 수 등 수치나 이미지로 나타난 것들은 정치인의 실제 리더십이나 일반적 여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인 미니 홈피 또는 홈페이지 주소 개설일

정치인 미니 홈피 또는 홈페이지 주소 개설일 방문자수(명)
고건 www.cyworld.com/letsgo 2005.4.28. 33,162
김근태 www.cyworld.com/gtcamp
www.gt21.or.kr/
2004.3.29.
2001.9.17.
68,106
-
박근혜 www.cyworld.com/ghism
www.parkgeunhye.or.kr/
2004.2.26.
2003.12.
2,709,016
-
손학규 www.cyworld.com/hksohn
www.gg.go.kr/sohn
200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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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
이명박 www.cyworld.com/mbtious
2004.5.1. 449,528
정동영 www.cyworld.com/cdy21
www.cdy21.net
20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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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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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미니 홈피’란 ‘블로그’와 유사한 형태로 직접 꾸미고 서로를 초대하면서 인맥을 만들어가는 1인 미디어.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입력시간 : 2005-05-19 17:29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