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지지율 곤두박질… 천당과 지옥 오간 정치인 말말말

잘 나갈 때 '혀끝' 조심하셔야지
말 한마디에 지지율 곤두박질… 천당과 지옥 오간 정치인 말말말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졸 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홍역을 치뤘다. <연합>

여론조사기관인 R&R가 지난 13일 공개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17.4%. 전달에 비해 8.3%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여권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이미 지난번 당 워크숍에서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 여당 지지율인 22~23%마저도 각종 의혹 사건으로 깨질 수 있다. 그럴 경우엔 정말 위기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여당의 지지층은 20~30대 대졸 이상의 화이트 칼라층, 지역적으로는 호남, 충청, 수도권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핵심적인 지지 기반이 한꺼번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우리당은 지난 4ㆍ30 재보선 참패 이후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태다. 3~4월 독도분쟁 등과 관련 대일 강경발언을 쏟아낸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47.9%까지 치솟았던 것이 유일한 ‘반등’이었다.

이후 노 대통령 지지율은 5월 39.1%에서 6월엔 32.8%로 다시 떨어졌다. 유전개발·행담도 의혹, 부동산 정책 논란, 북핵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 최측근인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직 사퇴 등 여권 핵심부의 내홍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홍준표 의원이 발의해 지난달 발효된 새 국적법으로 든든한 점수를 땄다. 병역을 앞두거나 마친 “돈 없고 빽 없는” 대다수 남성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홍 의원의 ‘장외 홈런’, 박근혜 대표의 온건한 행보 등에 힘입으면서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당연히 표정 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여론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고, 대선까지는 수많은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론’을 거론하며 “이상한 날개짓의 바람이 일어나 토네이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중자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여옥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론’ 발언과 곽성문 의원의 술자리 추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국민 40%는 대통령도 못하냐?”
전 대변인은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지식수준이나 국민의 학력형태도 대졸자가 60%이기 때문에 대학 다닌 경험이 있는 대통령이 이 시대에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시중 여론을 일순 냉각시켰다.

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총인구 4,600만명 중 대학 졸업 이상 학력 인구는 15.8%, 약 730만명(2000년) 수준”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66년에는 대학졸업생이 전체 인구의 1.4%였다"며 “국민 60%가 대졸자라는 전 대변인의 주장은 날조"라며 맹비난했다.

코리아리서치 김창영 연구부장은 “한나라당을 지지해온 고졸출신의 유권자들에게 전 대변인의 발언은 일시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지지도나 앞으로의 여론 흐름에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부장은 선거기간 중반 이후 즉, 수습하기 힘든 시점에 터져 나오는 돌출발언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4년 4·15총선을 앞두고 노인 폄하발언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대한노인회를 방문, 사죄와 함께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뒤 단식에 들어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

“우리 420만 노인은 어떡하냐고?”
국회의원의 63%가 물갈이 된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당시 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노인들은 투표하는 것보다는 쉬시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 발언으로 특히 보수색이 짙은 대구 경북에서 형성됐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한나라당의 추월을 허용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창영 연구부장은 “50~60세 연령대에서 뚜렷한 표의 전환이 감지됐다”면서, “TK지역은 투표 당일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에 표의 쏠림이 예상됐지만, 그러한 경향을 훨씬 뛰어 넘는 더 많은 쏠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지역 일간지는 “'박근혜 (유세)효과'가 반영된 3월말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정당 지지도는 32% 안팎에서 비슷했으나, 정 의장 발언이 터지고 닷새 뒤인 4월6일 조사에선 한나라당 35% 대 우리당 28%로 7% 포인트 차로 벌어졌다”(영남일보 4월20일자)고 ‘노인 폄훼 발언’의 파장을 전했다.

R&R 김경돈 전임연구원은 “정치인의 발언은 유권자들이 생각하기에는 국회의원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정당의 생각과 행위라고 보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즉, 어떤 터닝 포인트가 없는 한 유권자들의 기억에 좋지 못한 것이 남아서 선거 때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주요한 갈등구조 언급은 자제해야”
그렇다면 이 발언 파장을 지지도나 표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정기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량화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역동적인 이익단체를 통해 여론이나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정 집단이나 지역, 계층과 관련된 발언은 지속적인 역풍이 예상되는 만큼 어느 정도 표 집결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즉, 빈부, 지역, 외모, 학벌 등 주요한 갈등 구조들을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언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권자들이 이심전심으로 공통된 반발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이 언제,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선거 기간 중인지 평상시인지, 또는 다른 큰 이슈들 때문에 희석되고 있는지, 새롭게 불씨가 살아나도록 하는 사건이 터지는지 등 변수들이 있다. 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전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론 주장은 앞으로도 기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입력시간 : 2005-06-23 13:58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