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후보 당내 경선 본격화 땐 전혀 다른 양상 펼쳐질 것""빅3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일 뿐"…정책정당 탈바꿈에 보람
[인터뷰] 취임 100일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대권후보 당내 경선 본격화 땐 전혀 다른 양상 펼쳐질 것" "빅3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일 뿐"…정책정당 탈바꿈에 보람
무대에 서보지 못한 채 대사만 외워온 한 배우가 있었다. 그는 무대 위를 빛내기 위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객석에서 괜히 소리를 내질러 조명 받는 염치 없는 짓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대사를 외우며 무대 위에 설 날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 위에 섰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는 누구보다 훌륭하게 주연배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역시 강재섭”이란 말이 나온다. 봉숭아 학당처럼 시끄럽던 당을 추슬렀고, 회기 중에도 여당을 압도하며 이슈를 선점했다. 4ㆍ30재보선 승리 뒤의 한나라당엔 차분히 박근혜 대표를 ‘내조’해온 강 대표가 있었다. 그는 한나라당의 계속된 변화를 채찍질 하며 더 큰 무대를 꿈꾸고 있다. 1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강 대표를 만났다.
정책 생산하는 용광로 정당 만드는 게 꿈
-사안에 대한 순발력 있는 대처로 이슈를 선점해왔다는 호평이 많다. 원내대표 준비를 꽤 오래 한 모양이다.
-100일 동안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이 대목에서 강 대표의 외아들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선천적 척추분리증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에게 누가 되기 싫다며 해군 육군 등에 자원했다가 거절당했다. 결국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고 8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아들이 희생한 것인가.
-최근 당이 시끄럽다. 맥주병 투척 사건으로 곽성문 홍보위원장이 사퇴했고 전여옥 대변인도 대졸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당 혁신위원회의 안이 거의 확정됐다. 실질적 집단지도체제 도입, 당권ㆍ대권 분리 등 혁신안 일부 내용이 당내 분란을 일으키지 않겠나. “혁신위도 좋고 수투위도 좋고 소장파도 좋고 노장보수우익강경파도 좋다. 한나라당 안에서 시끄럽게 얘기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 관심을 끌 것 아닌가. 아무리 ‘애모’라는 노래가 듣기 좋아도 계속 그 노래만 들으면 싫증 나는 것이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자꾸 시끄러운 얘기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은 조용조용히 하자고 해서 공룡 같?몸을 운동신경도 없이 끌고 다니다 대선에서 진 것이다. 지도체제는 어떤 체제가 되든 공감대 형성해 만들면 된다. 임기 보장된 사람을 억지로 끌어 내려 체제 바꾸자고 할 필요가 없다. 당시에도 혁신하자고 만든 체제 아닌가. 재보선서 이긴 체제를 뒤흔들어 임기도 못 채우게 하고 다시 뽑을 필요 없다. 너무 나가면 권력 투쟁 한단 오해 받을 수 있어 그럴 필요 없다. 혁신위가 뭘 내놓으면 ‘흔들기’라고 무조건 반대한다든지, 혁신위도 흔들려고만 들면 안 된다. 모든 것 열어 놔야 한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건데 꽉 막혀서 할 필요 없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대권 얘기를 꺼내 살짝 시비를 걸었다.)
-당내서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를 빅3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하는 근거라도 있나.
-현란한 비유를 구사하던데. 비유는 즉석에서 생각하나, 준비를 좀 하나.
-최근 당내 한 인사가 강 대표를 포스코 주식에 비유했더라. 결국 강 대표가 대중성이 약하다는 얘긴데.
-장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상황이 달라지나.
-같은 TK출신인 박근혜 대표 때문에 결국 손해가 많지 않나. (그는 야구와 관련된 비유를 즐겨 쓴다. 원내대표에 나오면서 구원투수론을 내세웠다. 운동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보러도 많이 가고 운동도 좋아한다. 운동신경이 좀 있다. 당구 볼링 골프 테니스 등등 한번 하면 뿌리를 뽑았다. 중학교 때 배구선수도 했다. 정치도 운동신경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운동신경이 없어 순발력 있게 대처 못하고 이슈를 선점 못해 대선ㆍ총선에서 진 것이다. 한나라당을 가볍게, 그러나 촐랑 대거나 경솔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많이 변했다고 하고 강 대표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그 차이점은 뭐냐. 입력시간 : 2005-06-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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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이동훈기자 d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