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반도 통일 적극 지원"남북정상회담 러시아 개최 가능성 내비치기도

한·러 수교의 숨은 주역,
메드베제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교수

"러시아, 한반도 통일 적극 지원"
남북정상회담 러시아 개최 가능성 내비치기도


1990년 이루어진 한ㆍ러 수교는 이후 남북한교차승인과 남북한유엔동시가입, 북한핵사찰수용 등을 이끌어 낸 외교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한ㆍ러 관계의 출발에는 메드베제프(75ㆍVadim Medvedev)라는 막후 조역자가 있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구 소련) 대통령의 개혁(페레스트로이카)ㆍ개방(글라스노스트)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장본인으로 한ㆍ러 수교를 이끌어내는데 실질적인 조율자 역할을 했다.

6ㆍ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 때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러시아 대표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현재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교수로 러시아의 대외 및 경제 정책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드베제프는 출국(6월 16일)을 전후한 몇 차례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간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 4강의 관심사가 되어 온 북핵 문제에 대해 미ㆍ북 동시 책임론과 함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의 북핵 문제가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로 약속한 1994년의 제네바합의를 양국이 모두 이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2월 10일 ‘핵보유 및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북한이 실제 핵을 보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여부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핵보유는 핵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것이지만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북한 압박, 북핵해결에 도움 안돼
그는 북핵 문제 해결책으로 일단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뿐만 아니라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화적 합의를 제쳐두고 미국식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일괄 타결’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할린 지역 에너지를 북한에 공급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른바 ‘사할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가스관 설치 등 현실적인 이유 외에 북한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면서 그럴 바엔 제네바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안정과 남북통일 문제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변 4강 중 남북통일에 대해 중국은 자국에 미칠 영향 때문에, 미국은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이유로, 일본은 통일 한반도의 정치, 경제를 두려워해 소극적이지만, 러시아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불이익)가 적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반도가 통일되면 한ㆍ러 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적극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매우‘의미있는’ 일이라면서 남북 당국이 합의를 할 경우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 항간에서 제기되는 ‘남북정상회담 러시아(극동)개최설’에 힘을 실어줬다.

메드베제프는 수교 당시에 비해 한ㆍ러 경제교류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면서 경제를 통해 정치를 넘어서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 자원을 포함, 광범위한 러시아 경제에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7:0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