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었던 일정, 미국 의도 파악 위해 부랴부랴 성사
정동영·김정일 면담은 라이스의 힘? 예정에 없었던 일정, 미국 의도 파악 위해 부랴부랴 성사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 예정에도 없던 면담을 가진 내막을 들여다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이 ‘깜짝쇼’를 벌인 배경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대북 채널에 따르면 5월 17일 개성에서 11개월 만에 남북 차관급회담이 열리는 동안 평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 때문이었다는 것.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이 핵문제의 일괄 타결을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은 그러한 뜻을 중국에 전했고 리자오싱 외교부장이 5월 13일 라이스 장관과의 전화 회담 때 북한의 그 같은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란은 라이스 국무장관을 평양에 초청하려는 계획을 사전에 중국에 알린 내부 스파이를 색출하는 것이었다는 게 대북 채널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11개월 만에 열린 남북회담을 통해 라이스 초청 계획을 남측에 알리면 한국은 곧바로 그 같은 사실을 미국에 전달해 라이스의 평양 방문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라이스가 방북할 경우 영변의 핵시설과 주변에 배치한 화학탄, 세균탄 등을 직접 보게 해 지난해 워싱턴을 중심으로 확산된 ‘10월 충격설(October Surprise, 북한 공격)’이나 올해 초부터 불거진 ‘6월 폭격설’ 등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키려 했다는 게 대북 채널의 설명이다. 만일 미국이 영변을 폭격할 경우 10월 이전에는 바람이 서북 방향으로 불어 화학물질과 세균이 바람을 타고 중국 동북3성에 미쳐 최소 1,000만 명 이상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월 이후에 폭격할 경우에는 바람이 남쪽으로 불어 한국과 일본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해 사실상 폭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남→북으로 이어진 대북메시지 정동영 장관은 6월 16일 저녁,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의 실체를 전했고 이것은 곧바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됐다는 게 북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 사정에 정통한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압박카드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교체하는 수준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라이스가 6월 16일(워싱턴 현지 시각) 국무부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공은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의 대북 의도를 확인시켰다는 것.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을 통해 미국의 대북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려 했고 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정 장관을 만났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중론이다. 결국 김정일-정동영 면담은 미국의 대북 경고가 가져다 준 급조된 ‘선물’인 셈이다. 입력시간 : 2005-06-30 17:12
|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