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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당신의 립 서비스가 필요해"
북핵해법 한·미 접점 찾기
체니 미 부통령 태도변화가 북 6자회담 복귀의 최대 변수로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북핵 위기에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두개의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의 핵 개발 여부는 미국의 정책에 달려있다는 시각과,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결국은 핵을 가지려 할 것이란 시각이다.

전자는 대체로 한국과 중국 정부의 생각인 듯하고 후자는 분명 미국이다. 특히 미국의 이러한 판단의 중심에는 ‘네오콘의 정치적 수장’이자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있다는 것이 워싱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 동안 체니 부통령이 보여준 평양 정권에 대한 태도는 일관된다. 그가 보기엔 평양 정권은 근본적으로 협상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곧 체니 부통령을 이해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부터 7월 3일까지 닷새 간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체니 부통령,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좌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및 15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북핵 관련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중대제안’에 대한 설명과 대미 설득이 정 장관 방미의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제안’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변국들에 의한 집단적 북한 체제보장과 경제회생에 필요한 에너지 지원 방안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체니 만남이 분수령
그러나 이번 정 장관 방미에서 무엇보다 핵심적인 일정은 체니 부통령과의 만남이다. 한국 정부관계자는 “최근 6자 회담 복귀를 위한 북한의 긍정적인 신호로 1년 만에 회담 재개가 임박한 분위기”라며 “북한을 달래는 체니 부통령의 말 한 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과 라이스 국무장관의 ‘긍정적 분위기 조성’ 등의 발언이 있었지만 체니 부통령의 한 마디가 북한의 결정을 끌어내는 데 더 결정적이란 상황 판단이다. 평양 당국은 체니 부통령의 태도 변화를 확인한다면 6자 회담에 나올 충분한 명분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니 부통령에게 일단 북한도 협상 상대라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요청하겠지만, 평양 정권에 대한 그의 근본적인 회의를 쉽게 바꾸기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6월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는 5월 30일(현지 시각) ‘레리 킹 라이브’ TV 프로그램에서 “김정일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지도자”라며 “그는 분명히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면서 핵보유 국가가 추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북한의 폭정의 전초기지 사과 발언 요구를 일축한 것과 동시에 한국의 6자 회담 공들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체니 부통령은 “중국은 한반도 주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한미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하며 북한을 존중하는 듯한 성의를 보였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 역시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이후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우리측 요구에 “유념하겠다. 미국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한국의 노력을 지켜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 부시 행정부의 실제적인 대북 행보는 부시 대통령이나 라이스 국무의 외교적 수사보다는 체니 부통령의 노골적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인상이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29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기업 3곳과 함께, 북한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국적의 기업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한 동결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북한과 거래한 기업과 외국 은행까지 제재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기존의 대북 봉쇄조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상업적 거래가 활발한 한국과 중국, 러시아도 이 조치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장 실질적인 노림수보다는 상징성이 큰 조치이지만 북한으로선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는 제재로 평가된다.

한·중·일 순방에 나선 라이스 행보 관심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는 30일자 보도에서 이번 달 10일 쯤 한ㆍ중ㆍ일 순방에 나설 라이스 국무장관이 베이징 방문 때 북핵과 관련해 중국에 새로운 압박을 취할 것으로 예고했다. 새로운 압박이란 그동안 중국에 대해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박을 가하라는 것 대신, 중국이 어떤 추가적인 대북 압박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평양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오찬에서 건배하는 모습. 오른쪽 끝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결과적으로 미 행정부의 행보를 살펴보면 체니 부통령의 5월 30일 TV 발언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속내를 알려면 체니 부통령의 입을 읽으면 된다는 논리가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다. 최근 흘려 나온 ‘넬슨 리포트’(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유료 정보지 중 하나)의 ‘주미 한국대사관을 위한 특별보고서’에 담긴 내용인 ‘한반도 정책은 체니 부통령이 쥐고 흔든다’는 정보 분석은 크게 틀리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 소위 ‘북핵 진압파’가 부시 행정부 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체니 부통령의 대북정책 영향력에 연유한다. ‘북핵 진압파’가 최근 남북간의 긍정적인 상황 전개에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도 ‘북한은 결코 협상을 통하여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다’는 전제를 대북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는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외교적인 수사로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종용하는 듯한 분위기지만 정작 미국 내 한반도 담당 책임자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전에는 거래는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 의사를 여기 저기 흘리는 것도 부시 행정부 내 ‘북핵 진압파’의 강경 분위기를 확인하고 위기 의식이 고조된 탓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결국 북한의 움직임이 ‘벼랑 끝 전술’의 한계에 부딪쳐 파국의 위기를 면하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인지, 대담한 결단으로 6자 회담에서 미국과 마주앉을지는 여름이 가지 전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7-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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