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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터지는 한나라 '내홍의 시대'
재보선 평가문서 유출·당 혁신안 등으로 친朴·반朴 대립 격화



여의도연구소의 대외비 문건 유출로 당 안팎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 앞서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사태해결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4ㆍ30 재보선 평가문서의 유출이 당 내부에 미친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여기에 당 변화는 물론 대권경쟁의 ‘게임의 룰’을 담당한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의 혁신안을 둘러싼 대권 예비후보들의 이해관계까지 겹쳐 친박(親朴)-반박(反朴) 대립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4ㆍ30재보선 승리에 힘입어 탄탄대로를 구축할 듯 하던 박근혜 체제에 본격적인 내홍의 시대가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비 문건 유출 사건을 박근혜 지도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박 대표의 최대 강점이던 대중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건은 “박근혜 대표에 대한 지지는 정치적으로 구체적이고 확고한 기반을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호기심과 동정 여론의 연결”이라고 지적하는 등 ‘박근혜 거품론’ 일색이다. 4ㆍ30 재보선에서 보여준 박풍(朴風)의 건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분석이자, 차기 대선과 관련한 ‘박근혜 필패론’의 골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 대표측은 문건 내용이 보도된 즉시 “박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반박 진영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려준 것이 틀림없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반박 진영은 “명색이 싱크탱크가 허술한 보고서를 만든 책임이 일차적인데, 누가 유출했는지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발상은 책임 돌리기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의도연구소 역할 놓고 갈등 심화
문건 논란은 여의도연구소의 진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대표는 “여의도연구소는 모든 것을 정책에만 집중토록 해야 한다”고 했고, 김무성 사무총장도 “여의도연구소와 당 정책위원회가 일체감을 갖도록 개편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박 진영은 이에 대해 “여의도연구소는 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독립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며 “당 정책위와의 연계시 박 대표 개인의 브레인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남경필 의원은 “여의도연구소는 당과 독립된 기구로 가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했고 홍준표 의원도 “독립성을 갖고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도 지도부는 여의도연구소가 인사와 재정, 사업계획을 짤 때 당 정책위와 공동으로 입안해 당의 승인을 받도록 당규를 개정하는 방안을 당 운영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여전히 여의도연구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정책위를 여의도연구소로 하라”고 쏘아붙이는 등, 반박진영은 좀처럼 수긍할 자세가 아니다.

6월2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나라당 혁신위 소속 의원들이 당혁신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종철 기자

한편 문건유출 사건으로 비롯된 여의도연구소 주도권 다툼이 없었더라도 친박-반박 간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당 혁신위가 4개월여의 작업끝에 내놓은 혁신안이 그 화약고다. 고진화 의원이 “혁신위 안은 당내 친박과 반박이 지자체 후보 공천권을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이라고 성격 규정했듯이, 혁신안의 ‘재창당 프로그램’은 뒷전으로 밀리고 ‘전당대회 시점’ 문제에 모든 시선이 쏠리는 기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지방선거전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혁신위측의 논리는 “지방선거 이전에 새로운 한나라당의 틀과 면모를 갖추고 신체제로 지방선거에 승리해 대선까지 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년 7월까지로 보장된 박 대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조기전당대회를 갖자는 주장으로, 지방선거 공천작업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1~2월이 적기로 거론된다. 혁신위측은 또 박 대표가 직?당 혁신을 주문한 만큼 결과를 깨끗이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소장파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도 혁신안을 지지하며 7~8월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상대로 혁신안에 대한 대대적 설득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트리오가 주축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도 조기전대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높다.

친박 진영은 그러나 혁신위측의 설명에는 복선이 숨어있다고 본다. 박 대표의 임기가 보장될 경우 지방선거 공천을 박 대표가 좌지우지해 선거 후 지방 기간단위까지 박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것이다. 친박 진영은 또 혁신위안은 박 대표를 지방선거 전에 끌어내려 선거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경쟁자들의 입지를 확대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7~8월 정면충돌 가능성
박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가 최근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꿈꾸는 소수 쿠데타군이 몰려오고 있다”며 “박근혜 님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어거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은 바로 홍준표 의원과 그 주변에 포진한 일당들”이라고 혁신위를 정면 겨냥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문건유출 파문에서 촉발돼 혁신안 갈등을 거치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친박-반박 진영간의 갈등은 하반기 체제정비기인 7~8월에 정면 격돌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더욱이 ‘친박 여전사’인 전여옥 대변인을 둘러싼 구설수, 곽성문 의원의 대구 맥주병 난투극 사건 등 돌발 악재가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에 안이하게 대처한 박 대표 리더십까지 공세의 포커스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도진영 일각에선 “집안싸움에 모처럼 잡은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공멸의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않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hifidelity@naver.com
사진=이종철 기자


입력시간 : 2005-07-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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