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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장관 오버하는거 아냐?"
대북행보 등 '일방통행'에 노무현 대통령과 냉기류 형성 소문



“대통령과 장관의 역할은 헌법상 엄연히 구분돼 있지 않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헌법보다 위에 있나. 너무 오버(over)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 A씨는 정동영 통일부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의 행보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장관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온 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경우에 어긋난 행동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노 대통령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하자 그는 “개인 감정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A씨는 정 장관의 ‘경우에 어긋난’행동의 일례로 지난달 말 정 장관의 미국 방문과 대북 비료 지원 과정을 꼽았다.

'정치적 입지 고려한 무리수' 지적
정 장관은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등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과 우리측의 ‘중대 제안’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정 장관의 방미를 두고 청와대 일각에서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있는데 왜 정 장관이 나서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장에 외교부 북미국장 대신 정 장관의 고교(전주고) 후배이자 지역구를 물려받은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을 배석시킨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대북 비료 지원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남북관계 사안임에도 사전에 대통령에게 충분한 보고 없이 나중에 통보하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후 공식ㆍ비공식적으로 공개한 사항 중에는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과 공개하더라도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미숙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숙하거나 과도하게 공표된 부분은 고스란히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 소식통은 정 장관이 북핵 카드로 제시한 한국판 마샬플랜으로 불리는 ‘중대 제안’이란 것에 대해 대통령과 충분한 협의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한미 관계에 밝은 워싱턴의 한 채널은 “정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후 부시 정부 내에서는 ‘정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만 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북, 대미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문제에 대한 정 장관의 ‘정치적’ 행보가 한미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정 장관의 대북 행보에 대한 청와대 일각의 따가운 시각은 최근 노 대통령이 정 장관을 견제하는 듯한 정치적 포석을 두면서 ‘갈등설’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낸 ‘당원 편지’와 다음날 천정배 의원을 새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4ㆍ30 재보선 참패 후 당 안팎에서는 문희상 의장 책임론과 함께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기 복귀론이 힘을 얻어 갔다.

정 장관 지지그룹에서는 통일부 장관으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장관급회담을 통해 통일ㆍ외교ㆍ안보라는 주요 국정능력이 검증 받은 만큼 당으로 복귀해 차기 대권 주자의 위치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10월 재보선에 출마해 의원직을 회복하고 당을 장악한 다음,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명실상부한 대권 후보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여권내 호남세력의 좌장격인 염동연 의원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상임중앙위원직을 물러난 것을 두고 정 장관의 복귀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당원 편지’를 통해 문희상 의장의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의 당 복귀에 제동을 걸면서 ‘노심(盧心)’이 무엇이냐에 대해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4ㆍ2 전당대회에서 정동영계가 문희상 후보를 지원한 것과 관련, 노 대통령예?의장을 지원한 것은 결국 정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노 대통령이 정 장관의 조기 복귀에 반대하면서 “(정 장관의)지돈쩜?당을 살리기 보다는 몇 달 못 가서 상처만 입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원 편지’에 담긴 노심은 정 장관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 재고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이 당 지도부의 생각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리중심의 당정일체를 강화해나갈 것을 지시해 문 의장에게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문 의장 체제를 가장 크게 흔들었던 염동연 의원에 대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정 장관 복귀론에 쐐기를 박은 것은 청와대 386 측근의 해석처럼, 정 장관이 당의 중심에 설 경우 당이 정 장관 체제로 고착화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측면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에게 임명자으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최종옥 기자

천정배 장관 임명은 정 장관 견제 포석
노 대통령이 여권 개혁그룹을 대변했던 ‘천신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의 한 축인 천정배 의원을 새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일부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한 인선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노 대통령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검찰개혁과 함께 차기 대권 주자를 다변화해 레임덕을 방지하는 한편, 대권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단수라는 것이다.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천 장관이 현재는 인지도가 낮지만 검찰개혁을 잘 하면 지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당 정체성에도 맞고 도덕성 면에서도 강해 노 대통령의 개혁성향을 대변해 줄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염동연 의원 사퇴 사건으로 정 장관과 거리가 생긴 문 의장이 노 대통령과 한 목소리로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며 ‘강한 여당론’ ‘당정일체론' 등을 주문하는 것도 정동영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 장관은 신북풍에 힘입어 모처럼 호기를 맞고 있지만 주변에 훈풍만 부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과도한 행보를 경계하는 맞바람도 만만치 않다. 바람과 바람이 충돌하면서 노 대통령과 정 장관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정가 주변을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사진 = 최종욱 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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