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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대사면 앞둔 정치권, 여론 눈치보며 주판알 튕긴다
부채청산 의식 속 노 대통령 친인척 등 '끼워넣기' 땐 반발 거셀 듯



이상수 전 열린우리당 의원(가운데)은 사면될 경우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원유현 기자>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8ㆍ15 대사면과 관련, 불법 정치자금 연루 정치인들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여론의 뭇매에 음주운전자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물타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와 노 대통령이 한때 관여했던 (주)장수천 전대표 선봉술 씨까지 사면 검토대상에 포함시켜 또 다른 비난까지 자초했다.

“친인척-측근 끼워넣기냐”는 비판이 뻔해 노건평 선봉술 씨 등이 최종 사면대상에 포함될지는 지켜봐야겠으나, 정대철 이상수 이재정 전 의원과 안희정 씨의 사면은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여권은 이들의 사면 시기를 저울질해왔고 지난 3ㆍ1절 특별사면, 석가탄신일 특별사면 당시에도 줄기차게 애드벌룬을 띄워왔다. 또한 안희정 씨를 제외한 대부분이 형집행 정지 등으로 가석방 될 때부터 사면 수순 밟기라는 관측이 공공연했다.

하기야 “광복 60주년을 기념한 국민 화합”이라는 명분까지 덧씌울 수 있는 8ㆍ15 광복절은 ‘적기 중의 적기’가 아닐 수 없다. 사면 태스크포스에 관여하고 있는 당 관계자는 “올해 8ㆍ15를 놓치면 아마도 참여정부 임기 내에 이들을 사면시킬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대철·이상수 전 의원 재기의 기회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선 불법자금으로 구속됐던 사람들은 우리를 대신해 옥살이를 했다”는 여당 내의 ‘부채의식’과 함께 사면 대상자들의 거센 원성이 작용했다. 정대철 전의원의 경우 수감기간 동안에도 측근을 통해 고통과 울분을 토로해왔고, 이상수 전의원도 올해 초 노 대통령을 독대해 사면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개인비리혐의로 구속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연합>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정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도 상당부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당의 중심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수록 이들의 빈자리가 더욱 허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노 대통령이 정대철 이상수 전의원 같은 분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상태에선 풀려났으나 사면이 되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는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사면 이후를 대비해 조심스럽게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들도 있다. 이상수 이재정 전의원은 모두 열린우리당 고문으로 위촉된 상태다. 이재정 전의원은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이상수 전의원은 지난 4월 “당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맡아서 열심히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이 피선거권을 회복할 경우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벌써부터 이상수 전의원은 김기석 의원의 낙마가 확실시되는 부천 원미갑 재보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쪽에서 사면대상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서청원 김영일 신경식 최돈웅 전의원과 서정우 변호사(한나라당), 한화갑 대표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민주당), 김종필 전총재(薇管? 등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역시 이들의 명예회복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내심 반기는 기색이 다분하다. 다만 대사면 추진 주체인 여권에 대한 대응 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난다.

표면적으로 한나라당은 8ㆍ15 대사면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도 “당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사면 반대 입揚?밝혔다. ‘가슴 아픈 일’이란 대선 불법정치자금 연루 혐의로 처벌받은 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는 사면에 포함된 것이 확실시된다.

이회창계에 대한 박 대표의 ‘냉대’라는 시각이 없지 않으나, 그 보다는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사면 반대’를 외쳐도 잃을 게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정치인 대사면이 결정된다면 여야 형평성 차원에서 한나라당 인사들이 빠질 리 없고, 사면 결정도 최종적으로 노 대통령이 하는 만큼 비난의 화살도 여권에 집중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활동 재개보다는 명예회복
민주당은 8ㆍ15 사면과 관련한 대변인 논평조차 없을 정도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중인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와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은근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사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인사들은 사면이 되더라도 정치활동을 재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서청원 김영일 최돈웅 전의원 등 ‘차떼기 정당 이미지’가 강하게 묻어있는 이들을 각종 선거에 공천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비서실장, 김종필 전총재 등도 ‘명예회복’ 차원의 의미가 강하다.

8ㆍ15 사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속내가 이러하기에 야당이 앞다퉈 내놓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률안도 정치적 공세용에 불과하다는 자조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사면법 개정안은 5개로 한나라당 이성권, 심재철, 이해봉, 민주노동당 노회찬, 민주당 이낙연 등 모두 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자다. 당초 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사면법 개정을 처리해 8ㆍ15 사면을 막겠다”고 기세 등등하게 밝혔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가 빨라야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에나 처리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8ㆍ15 대사면에서 다 건져내고 사면법을 개정한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밖에 더 되겠느냐”고 정치권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5-07-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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