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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 북·미 이번에 通하나
美, 북핵 해결 놓고 여론과 대외정책 원칙 사이서 줄타기
남·북·미 활발한 실무접촉, 불신 허물 '중요한 계기' 평가도




베이징에 모인 6자회담 대표들이 7월26일 공식개막식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프 힐 미국대표, 김계관 북한대표, 우다웨이 중국대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알렉셰예프 대표, 송민순 한국대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대표. <연합>



4차 6자회담이 지난 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최돼 북한과 미국이 본격적인 대화를 가졌다. 회담 이틀째인 지난 27일 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던 카드들을 일단 회담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북한과 미국은 예상대로 근본적인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 중 최대 쟁점은 역시 ‘북-미 관계 정상화’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 김정일 체제의 확실한 안전보장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이 첨예하게 갈등함에 따라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 백악관은 28일(미국시간) 스콧 매클렐렌 대변인을 통해 4차 6자회담 개막 이후 4차례나 실질적인 북-미 양자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코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갖지않고 있다”고 강변할 정도다. 즉 북핵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는 북-미 양자 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대외 전략, 즉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기조가 훼손되는 듯한 인상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의 말을 인용해 “1기 부시 행정부는 북미 양자대화란 말만 나와도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 동결 문제점을 지적하면 펄쩍 뛰었고, 켈리 전 차관보에게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지 말라는 엄격한 지침을 내릴 정도였다”면서 “이런 점에서 부시 2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평했다. 결론적으로 4차 6자회담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에 대한 대내적 여론압박과 대외정책 원칙 사이에서 줄타기 하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낮은 단계의 합의문 등 기대
매클렐렌 대변인은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할 일이 많고 미국과 관련국들은 진전을 보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힐 차관보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설명토록 해야겠다”고 밝혀 이번 회담의 가시적 성과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회담에 임하는 북-미 양측 실무진들의 진지성을 놓고 볼 때 이번 4차 회담에서 ‘낮은 단계’의 합의문이나 공동문건 도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4차 회담의 북-미 양측 기조연설에서 드러난 쟁점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롯해 핵 폐기의 범위(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와 고농축 우라늄 문제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 하면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북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연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이 지난해 3차 회담에서 제시한 ‘선(先) 핵포기’ 해결 방안을 분명하게 거절한 것이다.

7월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의 개막식. <연합>

반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프 힐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 폐기하면 다른 참가국들과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협력 조치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힐 수석대표는 참가국들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에 기초해 미사일과 인권 등 양자ㆍ다자적 이슈를 다룰 것을 추가 제안했다.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는 별개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북-미 관계 정상화는 미사일과 인권 이슈의 진전 상황을 봐 가며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미국이 미사일과 인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협상안을 내 塚?의미는 ?미 관계 정상화의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북-미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해석과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에도 근본적인 시각차를 확인했다.

북한은 ‘말 대 말’ 원칙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의 핵뿐 아니라 남한 내 모든 핵무기 폐기와, 한반도 내 핵무기의 이동과 반입 금지 등 핵우산을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지난해 3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평화적 핵 이용 계획’의 폐기도 포함시킨 것이다.

또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관해서도 북-미 양측이 여전히 팽행선을 그었다. 미국은 북한이 몰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전제로 핵 프로그램 폐기에 이 문제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플로토늄 재처리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선 ‘정말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북-미가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이렇게 민감한 이유는 먼저 미국의 입장에선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은 원자로와 같은 특정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제조 가능하다는 위험성 때문이다. 또 북한의 입장에선 만약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사찰이 허용될 경우 북한 전역이 사찰 대상이 되는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 고위 관계자는 27일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내는 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협의를 계속해보자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구체화 한다면 북-미 간의 건너기 힘든 강으로 거론되어 왔던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플로토늄과 분리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북-미 양측의 합의문이나 공동문건 도출 가능성을 높여준 것은 ‘9월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해 국제사찰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북핵 비핵화 일정을 결정하자’는 내용의 미국측 제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의 보도였다. 이는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메신저 한국, 조심스런 행보
한편 이번 4차 회담에서 적극적인 북-미 양측의 메신저 역할로 영향력을 높인 한국은 자칫 성과가 좋지 않을 때의 실망감을 대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계속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체조 선수들이 공중에서 두 바퀴, 세 바퀴 도는데 세 바퀴 돌다 떨어지면 두 바퀴 도는 것만 못하다”면서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그 수위를 높게 상정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당초 이번 4차 6자회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담한 결단과 미 행정부의 전략적 양보가 회담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이야기 됐다. 또한 일각에서는 반세기 이상 쌓인 북-미간의 불신 해소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진정한 대화를 위한 통과의례의 시간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4차 6자회담이 북-미 양측의 북핵 해결 결단을 위한 통과의례 회담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8-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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