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신당 창당 공식선언, 대선지형 바꿀 '캐스팅 보트' 가능

신당·민주당·고건 '3자 연대' 정치권 '태풍의 눈' 되나?
중부권 신당 창당 공식선언, 대선지형 바꿀 '캐스팅 보트' 가능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양축으로 전개돼 온 정치지형에 변화조짐이 일고 있다. 심대평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신당이 닻을 올린데 이어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신당과 고건 전 국무총리를 핵으로 한 정치세력과의 ‘3자 연대’ 를 본격 추진하면서다.

‘중부권 신당’을 추진해 온 심 지사측은 19일 ‘국민중심당(가칭)’의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신당측은 28일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다음달 24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 뒤 내년 1월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심 지사와 무소속 신국환 의원이, 기획위원장은 정진석 의원, 홍보위원장은 류근찬 의원이 맡아 창준위 핵심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심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느 당과도 국민을 위해 뜻을 모을 수 있다”고 밝혀 여타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창당 선언식에는 최근 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신중식 의원이 참석하고 바로 전날엔 심 지사와 한화갑 대표가 회동을 해 연대 가능성을 높여줬다.

한 대표는 지난 18일 심대평 충남지사와 만찬 회동을 가진데 이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중심당 출현이 한국 정치의 새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해 신당과의 연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고 전 총리측에게도 대표를 보내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함께 한국 정치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한 대표가 19일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 전 총리에 대해 민주당 입당을 촉구한 데 이어 나온 발언으로, ‘입당이 불가하다면 정당, 정파간 연대의 틀이라도 마련하자’는 메시지를 고 전 총리측에 공식적으로 전함으로써 3자 연대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각각 호남과 충청권에 뿌리를 내리고 연대까지 이루게 되면 2007년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1997년 대선때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같은 극적인 효과에는 못 미치더라도 대선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은 또 하나의 지역정당에 불과하지만 4ㆍ30 재보선때 열린우리당의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충청권과 호남에서의 패배는 불길한 징조”라면서 “신당이 성공하고 민주당과 연대할 경우 재집권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도 “4ㆍ30 재보선 결과를 비춰보거나, 지역성과 낮은 투표율이라는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역에 기반한 정당이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향후 정국은 물론 대선지형까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고건 전 총리 행보가 최대 변수

신당과 민주당의 움직임 외에 고건 전 총리의 행보도 관건이다. 고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자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야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 전 총리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 전 총리까지 합류해 ‘3자 연대’에서 후보가 나올 경우 대선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측은 3자 연대에 아직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후보론’을 내걸고 특정 정당이나 정파와의 연대에 대해선 일정 정도 선을 그어온 태도를 유지하는 상태다.

그러나 고 전 총리계 인사로 분류되는 신중식 의원은 20일 불교방송(BBS)에 출연해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도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존 정당의 조직력을 무시하긴 어렵다”며 ‘3자 연대’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고 전 총리의 경기고 후배이자 내무부 관료 후배로서 오랜 친분을 맺고 있는 강운태 전 농림수산부장관은 “모든 가능성은 고 전 총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서 “과거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적이 있듯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과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 전 총리가)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고 전 총리가) 현재의 지지율만 갖고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전 총리가 동참, ‘3자 연대’가 현실화되면 우리당-한나라당의 양강체제는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에서 호남-충청으로 이어지는 서부전선이 형성될 경우 우리당은 지지기반이 붕괴돼 재집권은 불투명하게 된다.

그러나 ‘3자 연대’의 힘이 발휘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당과 민주당의 연대에 장애물이 적지 않은데다 고 전 총리의 행보를 가늠키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의 생각이 민주당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당과의 합당이나 고건 신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앞으로 신당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대선에 즈음해 정국 지형이 달라질 수 있는데 섣불리 연대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우리당과의 합당파, 고 전 총리에서 희망을 찾는 고건 신당파의 이해가 엇갈려 심 지사측 신당이나 고 전 총리측과의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선에 즈음해 정계개편의 관성에 따라 연대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 전 총리의 불투명한 행보와 이른바 ‘고건 거품론’도 3자 연대의 힘을 빼고 있다. 고 전 총리는 9월12일 열린 심 지사의 신당 창당 발표 회견장에 전격 참석해 그 배경을 두고 갖가지 해석을 낳았다.

지난해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 행사’에 처음 참석하는 것이어서 ‘고건발’ 정계개편론도 뒤따랐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정치에 소극적인 행보로 일관, 지지율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추격해오면서 거품론도 제기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고 전 총리의 행보는 높은 지지율로 몸값을 올려 부자집에 보쌈되기를 바라는 조심스런 처녀같다”며 “이당 저당에 기웃기웃하다가는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심 지사측 신당과 자민련의 갈등도 3자 연대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양측이 통합문제를 놓고 절차와 방식 등을 둘러싼 견해차로 팽팽히 맞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 혈전을 벌일 경우 신당의 추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당-민주당-고건의 3자 연대가 성사돼 돌풍으로 이어질 지, 아니면 화제만 만발한 미풍에 그칠지 내년 5월 지방선거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10-26 14:0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