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세력 확대로 후반기 다지기

내년 초 이뤄질 개각의 시기와 폭, 대상을 두고 온갖 추측과 전망이 난무한다. 정치권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1월초 10개 안팎 부처의 장관을 바꾸는 중ㆍ대폭 개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우리당 의원들을 비롯한 장관 후보 리스트를 작성, 검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의원들의 마음도 한껏 들뜬 상태다.

개각시기, 연내-내년 초 등 '설'무성

청와대가 개각의 시기를 결정할 변수는 이번 정기국회 일정과 우리당의 내년 2ㆍ18 전당대회, 2월 25일 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5ㆍ31 지방선거 등이 꼽힌다.

구체적 개각 시기에 대해선 연내 단행 설과 내년 1월 설, 2월말 설 등이 나돌았다.

이해찬 총리가 얼마 전 중동 5개국 순방 길에서 “개각은 연초나 7월에 하는 게 참여정부의 기조로 잡혀 있으며,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연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연내 개각 설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뒤에나 장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 단행을 주장하는 측에선 이번에 임명되는 장관들은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대상이기 때문에 장관 지명부터 임명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만큼 개각 시기를 너무 늦춰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당에선 “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새 내각과 더불어 여권 진용을 정비하면서 집권 4년차의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하려면 늦어도 1월 중에 개각을 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또 2월18일로 예정된 우리당 의장 경선을 앞두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출마 준비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도 1월 개각설을 뒷받침한다.

반면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우리당의 지방선거 출마자와 입각 희망자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전격 개각은 2월 하순경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단계냐 2단계냐

얼마 전 여권에선 2단계 개각설이 힘을 받는 듯 했다. 2단계 순차 개각은 당으로 돌아 오는 김근태 장관과 정동영 장관의 후임에 대해 일단 1차 개각을 하고, 이어 2ㆍ18 전당대회를 마친 뒤 지방선거 출마 장관의 후임을 포함한 본격적 개각을 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전당대회 이후 입각 문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선호했었다. 또 2월말 개각이 전당대회 이후 당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말 “단계적으로 개각을 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1월 중 1단계 개각설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권 일부에선 1월초에 개각을 하더라도 일부 장관들이 5월 지방선거 후보로 차출될 경우 추가 땜질 개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누가 거론되나

개각 폭은 중폭 또는 대폭으로 이뤄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 지방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장관이 3~5명 선이고, 2년 안팎으로 재직한 장수 장관 중 일부를 바꿀 것으로 추산한다면 6~9개 부처의 장관이 교체 대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임이 확실시 되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지난 6월 최정방 총기난사 사고 때 청와대가 “정기국회 이후 거취 문제를 거론한다”고는 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유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광주시장 출마설이 나왔던 정동채 문광부 장관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 선거에 차출될 것으로 거론되는 장관은 김진표 교육부총리(경기지사)를 비롯해 이재용 환경부장관(대구시장),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부산시장), 추병직 건교부장관(경북도지사)과 오영교 행자부장관(충남도지사) 등이다.

재임 기간이 2년을 넘은 오명 과학기술 부총리와 이희범 산자부 장관도 교체 가능성이 있다.

당 복귀가 유력시 되는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의 후임에 대해선 진작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를 최종 해결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복심인 문희상 전 의장이나 당내 북한 통인 배기선 사무총장 같은 중진급 정치인이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 나온다.

추미애 전 의원의 이름도 적잖이 나온다. 당 밖에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이종석 사무차장도 거론된다.

복지부 장관으로는 당내 대표적 친노 직계이면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유시민 의원이 단수 후보로 거론된다.

유 의원이 이미 노 대통령의 언질을 받은 상태에서 이해찬 총리와 미리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이 총리의 중동 5개국 순방에 따라 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온다.

김근태 장관, 정동영 장관, 유시민 이원, 추미애 전 의원 (왼쪽부터)

당내에선 ‘갈등의 핵’ 격인 유 의원을 당의 평화를 위한 ‘밀어내기’ 차원에서라도 입각 시켜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있다.

유 의원측도 입각이 밑지지 않는 장사라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김근태 장관이 상대적으로 별로 ‘튀지’ 못한 만큼 유 의원이 대중적 스타 장관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다가 만에 하나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 카드가 대선 경선을 앞두고 무력해질 경우 ‘깜짝 카드’로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청와대가 유 의원 카드를 진지하게 만지작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세균 의장은 경제부총리 발탁설이 있다. 한때 산자부 장관 얘기도 나왔지만, 당 의장이 가기엔 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정 의장이 2ㆍ18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1월 중 개각이 단행될 경우 공중에 뜰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이후 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에 맞추어 아주 소폭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채정 의원에 대해서도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둘러싼 당내 조율 차원에서 내각 발탁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본인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행자부 장관 기용설이 솔솔 나온다. 이와 함께 이미경 의원의 문화부 장관설을 비롯해 홍창선 의원(과기부총리), 이목희 의원(노동부장관)의 이름도 꾸준히 오르내린다.

10ㆍ26 재보선에서 낙선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이상수 전 의원의 ‘논공행상’ 성 입각설도 힘을 받고 있다.

또 청와대가 교육부총리와 환경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김효석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을 호남 지지층 재결집 카드로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교육부총리나 과기부총리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40대 장관론 급부상

이번 개각과 관련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40대 장관 수혈론’이다. 젊고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여권의 미래 비전과 신선도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당내에선 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오영식, 김현미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김현미 의원은 초선이지만 40대인 동시에 여성 장관 안배 차원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 출신 중엔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 비서관과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천호선 의전비서관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40대 장관론은 차차기 대선에 대비해 여권의 미래 주자를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이 총리 유임 의사를 밝힌 것도 40대 정치인 장관들에 대한 관리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중 김영춘, 김부겸 의원은 2ㆍ18 전대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비치는 등 당권에 더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일부장관 설이 나오는 임종석 의원은 전대 출마 여부를 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개각 때 초선 의원들 중 일부가 깜짝 기용될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헌법기관이 정무직 차관으로 옮겨 가는 건 격이 맞지 않고, 행정을 지나치게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부닥쳐 있어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