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한나라당 당내 역학변화 주도…리더십 시험대에 올라

각 계에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정치권에도 불 것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40대 국회의원이 당 전면에 나서거나 변화를 선도하면서 기존 정치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40대 주자들이 2월18일 전당대회 당의장 및 최고위원 경선에 대거 출사표를 던져 당 안팎에 40대 파워그룹의 존재를 알린 상태고 한나라당에서는 40대 소장파 의원들이 당 개혁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연초 개각 파문은 정치권에서 ‘40대의 힘’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유시민(47) 의원은 코드 인사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40대 장관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이에 반발해 여당 의원 18명의 ‘유감’ 성명을 주도하는 등 ‘유시민 파문’을 확산시킨 당사자 역시 40대의 김영춘(44) 의원이었다.

이처럼 정치권의 새 바람을 모색하는 두 당의 40대 ‘성장주’정치인들은 누구인지 살펴본다.

전체의원 31%가 40대

현재 40대 의원은 모두 93명(지역구 79명, 비례 14명)으로 전체 의원(299명)의 31%에 이른다. 이는 16대 국회 의원(271명) 중 40대가 40명(15%)이었던 것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우리당은 전체 의원 144명 중 55명(38.2%)이, 한나라당은 127명 가운데 34명(26.8%)이 40대다.

40대 의원 중에는 재야ㆍ운동권 출신이 37명(39.8%)으로 가장 많고 법조계가 23명(24.7%), 관료ㆍ지방의원ㆍ정무직 출신이 16명(17.2%)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당은 전체 의원 55명 가운데 50.9%인 29명이 과거 학생운동 경력이 있을 정도로 40대 내 운동권의 비중이 크다

40대 의원들은 16대 국회때 ‘젊은피 수혈’차원서 정치에 입문, 신선하지만 경륜이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현재는 각 당의 중추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당에서는 정동영(DY)ㆍ김근태(GT) 전 장관측의 독주를 견제하고 침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40대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2ㆍ18 전대에 출마하는 김부겸(48)ㆍ김영춘(44)ㆍ이종걸(49)ㆍ임종석(40) 의원 등 을 비롯한 정치적 역량을 갖춘 재선그룹이 ‘40대 바람’의 진원지다.

전대 출마자 4명 외에 송영길(43)ㆍ안영근(48)ㆍ오영식(41)ㆍ정장선(48) 의원 등 재선 11명은 지난해 12월초 ‘40대 재선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당권 도전에 나서기로 하는 등 ‘40대 기수론’ 의 주역을 자처했다.

김부겸ㆍ김영춘 의원은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 우리당에 합류한 이후 40대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김부겸 의원은 임채정ㆍ유인태 의원 등 중진과 함께 강성 개혁노선에 맞서는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고, 김영춘 의원은 연초 ‘신(新) 40대 기수론’의 깃발을 올린 장본인이다.

원내 수석부대표를 지낸 이종걸 의원은 연초 여당의 개각 반대 서명을 주도했고 당 대변인을 역임한 임종석 의원은 ‘범민주세력 통합론’을 앞세우고 있다.

정장선 의원은 제4정조위원장을 맡고 있고 안영근 의원은 당의 중보보수세력화를 주창하고 있다.

초선그룹에서는 ‘58년 개띠’인 민병두 기획위원장, 전병헌 대변인, 유기홍 비상집행위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 민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해 당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고 전 대변인은 전략적인 논평으로, 유 의원은 유시민 의원과 함께 친노(親盧) 성향의 개혁세력인‘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양대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김교흥(46) 의원과 김현미(44) 의원은 초선임에도 각각 인천시당위원장,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선출돼 40대의 힘을 과시했다.

왼외에서는 2ㆍ18 전대에 나서는 김두관 청와대 정무특보가 남해군수, 행자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에다 ‘참정연’의 핵심으로 40대 기수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2ㆍ18 전대에서 40대 주자 가운데 1~2명이 최고위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 의장을 포함한 5명의 지도부 가운데 정동영ㆍ김근태 전 장관, 여성몫의 조배숙 의원이 확정적이라고 할 때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40대의 김부겸ㆍ김영춘ㆍ이종걸ㆍ임종석 의원과 김혁규(67) 의원이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40대가 두 자리를 모두 차지할 경우 당안팎에서 40대의 파워는 한층 강화된다. 게다가 2ㆍ18 전대 후 단행될 당 조직개편에서 40대가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어서 ‘40대 기수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원희룡 의원, 남경필 의원, 김영선 의원, 오세훈 전 의원 (왼쪽부터)







한나라당의 ‘40대 역할론’은 ‘노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당내 세대 경쟁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박근혜 대표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물러나면 당내 역학 구도상 ‘60대 관리형 대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을 일신하기 위해 당 대표를 포함한 조직을 40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당내 소장파 ‘수요모임’과 ‘국가발전연구회(국발연)’ 등이 40대 역할론의 중심에 있으며 3선의 남경필(41)ㆍ권오을(49)ㆍ김영선(46), 재선인 원희룡(42)ㆍ정병국(48)ㆍ권영세(47)ㆍ심재철(48), 초선에선 박형준(46)ㆍ유기준(47) 의원 등이 핵심 멤버다.

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정병국 의원은 “대권주자들이 연륜, 경험을 갖춘 분들이기 때문에 당은 상대적으로 역동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40대 역할론에 무게를 뒀다.

현재 최고위원으로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이 내세운 ‘민주화 세대=당대표, 산업화세대=대선후보’론‘도 같은 맥락이다.

40대 의원들은 지난 1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근혜계인 김무성 의원 대신 이재오 의원을 지지해 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오는 7월 전당대회에 대거 출마해 작년 7월 전대에서 40대의 원희룡ㆍ김영선 의원이 박근혜 대표에 이어 2, 3위를 차지한 기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40대 의원 중 김영선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를 밝혔고 원희룡 의원은 차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의 오세훈(46) 전 의원도 주목받는 40대로 평가받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측근 참모인 유승민(48) 의원은 올 7월 박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할 때 ‘킹메이커’로서 활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중추로 자리매김

정가 안팎에서는 ‘40대 기수론’, 또는 ‘40대 역할론’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기대론자들은 “변화는 대세”라면서 “40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형준 의원은 “두번의 대선 패배를 통해 당이 변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도 필패라는 인식이 팽배해 변화의 동인은 충분하다”면서 “40대가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야 40대의 역량이 정동영ㆍ김근태 전 장관이나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등에 못미치고 노선과 정책이 불투명해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기존 정치권과 분명한 노선과 정책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단순히 젊다는 것 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도 “여당은 분위기 쇄신용, 한나라당은 박 대표 견제용으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는 것 같다”면서 40대 역할론이 정치 이벤트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각 당 전당대회, 5ㆍ31 지방선거, 내년 대통령선거 등을 앞두고 40대 정치인들은 이제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40대 기수론’ YSㆍDJ가 원조

정가에 ‘신(新)40대 기수론’이 화제다. 여야 40대 의원들이 앞다퉈 정치적 출사표를 던지면서 ‘40대 기수’를 표방한 까닭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왼쪽부터)

하지만 ‘40대 기수론’의 원조는 김영삼(YS)ㆍ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3선 개헌안 국민투표가 통과된 직후인 1969년 11월, 당시 야당인 신민당 원내총무이던 YS(당시 42)는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40대 기수론’을 정치권에 새 화두로 던졌다. 이를 시작으로 DJ(44)와 이철승(47)씨가 후보지명전에 뛰어들었다.

3인의 출마선언은 야당 원로와 중진들 사이에서 ‘찻잔 속의 태풍’에 비유됐지만 당 내외적으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안으로는 1971년 대선에서 신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유진오(63) 당수가 뇌일혈로 쓰러진데다 차기 실력자였던 유진산(64) 부총재는 8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진산 파동으로 내부 압박을 받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밖으로는 여당인 공화당의 박정희(52) 대통령 등 정권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40, 50대란 점도 자극이 됐다.

김영삼ㆍ김대중ㆍ이철승 3파전으로 치뤄진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지명전에서 에서 DJ가 승리, 이듬해 대선에서 DJ는 박정희 후보에게 불과 94만표 차로 패배, ‘40대 기수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후 ‘40대 기수론’은 90년대까지 ‘3김시대’에 눌려 사라졌다가 2000년 정동영(47)후보가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선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과연 올해 제대로 된 ‘40대 기수론’이 부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