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인도와 동맹축 구축, 중국 영향력 약화 노린 포위 전략후진타오 내달 방미… '6자회담 재개 성사' 선물 줄 지 주목

▲ 3월 2일 인도를 방문한 부시 미국대통령이 싱 인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반자’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 행정부의 시선이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을 겨냥한 ‘선제 전략’의 모습도 하나 둘 노골화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핵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새 국제질서를 위한 ‘전략적 동맹’임을 선언했다.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도 않았음에도 미국은 핵기술과 핵물질을 제공하고, 인도는 민간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핵 이중잣대’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인도를 ‘대항마’로 끌어들이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는 리처드 닉슨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공화ㆍ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30년 이상 지켜온 인도에 대한 핵 정책을 일거에 뒤집은 것이다.

또 8일 미국 국무부는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북한, 이란, 미얀마, 쿠바, 짐바브웨, 벨로루시 등과 함께 ‘가장 조직적인 인권 침해국’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이는 인도와 핵협약으로는 군사적 봉쇄를, 인권보고서를 통해서는 정치적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대중(對中) 양면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해 2월 미-일 안보체제 강화를 통해 대만 문제를 공동의 전략적 목표로 삼아 중국을 한껏 자극한 데 이어, 올해는 한-미 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한 뒤 사상 처음 워싱턴에서 양국 외교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졌다.

1년 만에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을 에워싸는 미-인도, 미-일, 한-미 간의 전략적 동맹 축을 급속히 구축한 셈이다.

중국의 대 아시아 장악 능력 소멸 노림수

그렇다면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중(對中) ‘동반자 관계’를 철회하고, ‘중국 봉쇄’에 나서게 된 전략적 판단의 배경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 지난해 초 미국의 지식인 사회를 대변하는 두 전략가가 벌인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전략 논쟁은 최근 미 행정부의 움직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외교문제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의 2005년 1ㆍ2월 호는 ‘미-중 간 충돌(Clash of the Titans)’이라는 제목 아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고문과 ‘강대국 정치의 비극(2001년 출간)’이란 책을 통해 국제정치학계에 이름을 알린 시카고대학의 존 J. 미어셰이머 정치학 교수 간의 논쟁적 대담을 실었다.

이 대담에서 브레진스키는 중국 지도부는 경제발전을 통해 강대국으로 인정받는 데 집중하고 있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으므로 미-중 간 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 반면, 미어셰이머는 중국이 앞으로 몇 십 년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계속한다면 중국과 미국은 전쟁까지도 갈 수 있는 첨예한 헤게모니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중 미어셰이머의 견해는 최근 부시 행정부의 행보와 향후 움직임을 분석ㆍ전망하는데 유효한 밑그림을 제공한다.

그는 “계속해서 힘이 커지는 중국은 미국이 서반구에서 유럽 열강을 몰아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봉쇄해 궁극적으로 아시아를 장악할 능력이 없어질 때까지 약화시키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이웃 국가인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 러시아, 베트남 등도 중국의 패권을 봉쇄하려는 미국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안보담당 부보좌관인 아론 프리드버그도 미어셰이머의 견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2000년 네오콘의 기관지 격인 ‘코멘터리’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은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고 “미국은 중국이 정권교체 등으로 정치적으로 개방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어서는 안되고, 동맹을 강화해 중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어셰이머는 특히 미국의 대(對) 중국 선제전략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기 위한 개입을 들고 있다. 에너지 공급선을 차단하고 대항 경제국(인도) 지원을 통해 중국의 성장률 조정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과 유사하다.

미국은 소련이 주요 산유국임을 겨냥 저유가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경제적 타격을 주고, 또 군사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전력 손실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최근 고유가 현상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고의적 방관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후진타오 주석 방미 전 6자회담 가닥 잡힐 듯

▲ 2005년 11월 20일 중국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2005년 11월 20일 중국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우선 지난해 중국은 대양해군 전력 확보를 포함해 국방예산을 12.6%나 늘리는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점증하는 미-중 갈등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전략적 대화’를 요청했다.

특히 후 주석은 4월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완화할 ‘선물용 카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그 카드에 북핵 6자회담 재개 여부가 담길지 특히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 방미 전까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그때까지 6자회담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게 되고 이는 중국으로서 달갑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른 시일 내 6자회담 재개 시기의 가닥을 잡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에 과시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욱이 7일 위조지폐문제 관련 북-미 뉴욕 접촉에서 북한은 지금까지의 태도와 달리 한껏 몸을 낮춰, 4월 후 주석 방미 전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북한은 위폐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비상설 협의체와 미국 내 북한계좌 개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OA)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 해재 등을 제안, 미국이 이중 일부를 기술적으로 수용할 경우 위폐 문제를 북핵과 분리해 접근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여하튼 4월 중에 6자회담 재개 여부에 대한 가시적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미-중 전략대화의 종속 변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