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후보 공천 과정서 잡은 들끓어, 맹형규 · 박계동 · 홍준표 · 김덕룡 '감정싸움'

맹형규ㆍ박계동ㆍ홍준표, 그리고 김덕룡. 맹ㆍ박ㆍ홍 세 사람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이고 김덕룡(DR) 의원은 오는 7월 전당대회서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에 송파구발(發)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서울시장 경선은 물론 7월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조짐들이 서울 송파구에서 불거진 까닭이다. 불씨는 한나라당 송파구청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지펴졌다.

송파구는 9명의 구청장 후보가 몰려 조기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후보의 공천헌금 제공설, 현직 구청장의 탈당 등으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3월 중순 이유택 현 송파구청장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한 데 이어 22일엔 전략공천을 반대한 후보측과 박계동 의원 간에 멱살을 잡는 사태가 벌어졌다.

얼마 뒤 중앙당에서 27일 송파구청장 후보로 김영순(57) 전 정무 2 장관실 차관을 전략공천하자 ‘송파구청장 후보 전략공천반대 범당원 투쟁위원회(이하 범투위·위원장 김용필)’와 당원 등 70여 명은 이날 오후 염창동 당사로 몰려가 전략공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박계동 의원과 맹형규 전 의원 간에는 험악한 전선이 형성됐다. 박 의원은 송파구청장 후보 전략공천 잡음과 관련, “맹형규 전 의원 측의 해당 행위가 있었다”며 맹 전 의원의 공개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파구청장 전략공천은 맹 전 의원의 공천자금 수수설의 장본인 A씨가 송파구청장 후보 공천에 공모함에 따라, 맹 전 의원을 공천헌금 의혹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방법이었다”면서 ‘공천헌금 제공설’을 제기해 맹 전 의원측을 자극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전략공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맹 전 의원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지역협의회 사무국장 등 자신의 측근들을 동원해 전략공천 반대 (자작)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맹 전 의원측은 “허위사실일 뿐이며 일고의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면서 “박 의원에게 가장 격렬하게 항의했다는 A씨의 친형은 박 의원 지역구(송파 을)의 구 의원 공천 탈락자로 맹 전 의원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은 “15대 국회의원(송파구)일 때 A씨가 지역구 부위원장이어서 알고 지냈는데 올 초 송파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부당하게 접근해와 단호하게 물리쳤다”며 “(A씨가) 다른 지역구에까지 신경을 쓸 정도였으면 송파구에는 상당한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말해 A씨와 맹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무게를 두었다.

한편 박 의원과 범투위측은 김영순 후보를 전략공천한 데 김덕룡 의원과 맹형규 전 의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한다.

범투위측은 지난달 27일 항의 시위에서 김영순 후보 공천은 맹 전 의원을 통한 김 의원의 ‘자기사람 심기’라고 규정한 뒤 “김영순을 다시 서초로 보내라”며 맹비난했다.

맹 전 위원과 박계동, 김덕룡 의원이 A씨, 나진구, 김영순 후보를 각각 송파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하려고 했지만 결국 맹 전 의원이 김 의원의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김영순 후보가 공천됐다는 게 범투위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측은 “김 후보가 민주계 인사로서 김 의원과 친분이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음해성 역공’”이라고 반박했다.

송파구청장 후보의 전략공천은 박계동 의원, 맹형규ㆍ이원창 전 의원 3인이 합의해 결정한 것으로 김 의원이 김 후보의 공천을 부탁했다 하더라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장에 나서는 맹 전 의원과 7월 전대서 당 대표를 노리는 김덕룡 의원 간의 ‘윈(win)-윈(win)’ 전략이 맞아떨어져 김영순 후보가 공천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맹 전 의원을 밀고, 맹 전 의원은 7월 전대서 당 대표로 나서는 김 의원을 지원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에서는 김 의원이 DR계 인사를 앞세워 맹 전 의원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한나라당 48개 원내ㆍ외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 중 이성헌(서대문갑) 강인섭(은평갑) 김도현(강동을) 백영기(도봉을) 김철수(관악을) 협의회장은 대표적인 DR계로 꼽힌다. 전체 협의회장의 약 10%로 서울시장 경선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다.

송파구발 한나라당 당내 세력의 합종연횡은 물밑에서 깊숙이 진행된 상황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