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서울 경쟁력 강화는 대한민국 경쟁력 높이는 것… "강금실 전 장관과 난 달라"

오세훈 바람(吳風)이 거세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이틀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기록, 당내 경선은 물론 서울시장 전체 선거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오 전 의원은 11일 MBC 여론조사에서 39.0%의 지지를 얻어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36.4%)을 앞질렀고 같은 당 맹형규ㆍ홍준표 예비후보를 큰 격차로 제쳤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달릴 때에도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다. 그해 11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정치 대신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런 그가 5ㆍ31 지방선거를 한달 반 가량 앞두고, 더구나 당내 경선이 보름 정도로 임박한 상황에서 돌연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국민의 한 사람, 또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언제까지나 뒤로 물러설 수만은 없다는 책임감”에서라고 했다.

‘오세훈 바람’의 힘과 진로를 가늠키 위해 13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 전 의원을 만났다.

-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선두를 달렸을 때도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는데 뒤늦게 선회한 배경은.

2년 전 정치를 그만두면서 대신 각종 기구활동이나 집필, 시민사회 활동 등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1년 반 정도 ‘미래포럼’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연구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당내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지만 당시에는 다른 후보로도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강금실 전 장관의 출마선언 이후 상황이 급반전되자 많은 분들이 출마를 요청했다.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침체된 당내 경선구도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결심을 했다. 승패는 최선을 다한 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수도 서울의 경쟁력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비전과 구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자는 처음 다짐으로 되돌아갔다.

- 서울시장 후보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정책도 선보인게 없는데.

불출마 선언 이후 지난 2년 간 지방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전문가로부터 조언도 구하고 나름대로 공부도 했다.

서울의 경쟁력 강화는 이러한 국가경쟁력 강화의 한 방안에서 나온 것이지, 출마하기 위해 급조한 게 아니다.

앞으로 선거상황을 봐가면서 준비된 정책들을 시의적절 하게 발표할 것인데, 서울에 거주하고 계신 시민들이 그 정책들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

- 어떤 서울을 만들 생각인가.

서울 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대한민국 수도로서 서울의 모습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하고 당당한 그런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내 비전이다.

빠리 시민들이 ‘빠리지엥’이라고 하고 자부심을 갖고, 뉴욕 시민들이 ‘뉴요커’라고 하면서 뭔가 긍지를 갖고 품격을 높이는 것 같은 그런 서울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복지, 교육, 문화, 교통을 4축으로 한 ‘서울경쟁력강화’ 프로젝트가 체계적으로 구상돼 있다.

- 줄곧 '녹색'의 상징성을 강조하는데 서울에 대한 비전과 관련성은.

녹색은 환경을 상징하는 색이다. 환경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기 전부터 난 환경운동을 해 왔고, 의정활동을 할 때나 앞으로 서울시정을 맡게 될 때에도 그 중심에는 ‘환경’이 있다.

청계천 프로젝트도 결국 그 중심에는 환경이 있었고, 내 구상에서 제시된 4대 축도 결국 복지환경, 교육환경, 문화환경, 교통환경이다.

- 정책보다 '이미지'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오늘 인터뷰 이후 ‘이미지 정치’라는 말이 더 이상 안나왔으면 한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시정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책과 비전을 준비해왔고 차차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소위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진다. 또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나쁘고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내게서 찾은 이미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깨끗하다’는 것이 가장 높게 나온 여론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것 역시 내가 세상을 살면서, 그리고 정치를 하면서 깨끗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하루아침에 또는 몇몇 사건으로 쉽사리 만들어 진 것과는 다르다.

만일 내게 실체적 콘텐츠가 없고 오직 겉치레 같은 이미지만 있다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오랫동안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세훈 바람’에는 민심이 실려 있다.

- 높은 지지율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나. 일각에선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높은 지지율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라고 본다.

물론,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잘못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시기에 나의 정치개혁 의지를 높이 사 주신 것으로 판단한다.

소위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치자금법이 한 예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 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서 기대감도 실린 것 같다.

‘거품’이라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서울 시민, 국민의 정치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무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 당내 맹형규ㆍ홍준표 후보와 비교할 때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두 분 후보 모두 명 앵커로서, 모래시계 검사로서, 또 정치인으로 모범을 보여주시는 분들이다. 특별히 이 분들보다 내가 탁월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나의 젊은 생각과 의지가 참신하게 보여지는 것 같다.

- 맹ㆍ홍 두 후보는 오 후보가 당에 대한 기여도, 정책이 부족함에도 인기만으로 이미지 선거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당의 대여 투쟁력이나 대강금실 전략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한다.

당을 위한 기여법은 다양하다. 나는 내 방식으로 기여했다. 인기 좋다고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구상은 충분하다. ‘이미지 정치인’이란 비판은 옳지 않다.

- 강금실 전 장관과 비교해 본인의 경쟁력을 말한다면.

강 전장관과 나를 이미지 대 이미지 구도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의 이미지는 차이가 있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나는 녹색의 피에 녹색의 몸을 만들어 왔고, 강 전장관은 보랏빛 스카프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스카프도 이미지 만들기이고, 녹색을 정치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이미지라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이 둘은 다르다. 국민들이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 서울시장은 종합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변호사, 방송인, 국회의원 경력으론 서울시장이 되기엔 경험의 폭이 좁다는 지적이 있다.

많은 행정전문가들이 서울시를 이끌어 왔었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전무했던 현 이명박 시장이 역대 서울시장 중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이루지 않았는가.

손학규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4만여 서울시 공무원들의 행정역량은 탁월한 것으로 안다.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행정력이 아니라 추진력이고, 하드웨어의 기반을 움직일 소프트웨어 엔진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내가 서울시정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서울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이다.

-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불도저식 시정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 시장의 경우 CEO 출신이 어떻게 정치와 행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CEO 출신들이 관료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업무 추진력과 스타일로 그것을 극복했다고 본다.

이 시장은 정책을 시행하기까지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결정이 나면 강력하게 추진하는 스타일인데 그것이 불도저식으로 비쳐진 것같다.

- 맹형규ㆍ홍준표 후보에 비해 조직 기반이 취약하고 경선 일정도 촉박한데 대책은 있는가.

서울시민과 대의원들에게 나의 실제 모습, 서울시장으로서의 자격, 능력 등을 최대한 알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당내에선 대면접촉이 상당히 중요한데 최선을 다해 뛰겠지만 물리적 한계를 대의원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

- 서울시장 경선참여를 정치복귀로 해석해도 되나. 일각에선 경선에서 혹시 안 되더라도 당에 남아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소장파 대표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경선에 최선을 다하고 설령 지게 되더라도 본선에 올라가신 분을 위해서 최대한 돕는데까지는 결심을 하고 있다. 그 다음에 본업으로 돌아올지 어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방선거 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는 신빙성 없는 소설에 불과하다.

<약력>

1961년생. 고려대 법대ㆍ대학원(법학 박사), 제26회 사법시험 합격(84년),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숙명여대 법학과(민사소송법) 겸임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위원, 미국 Yale대 Law School 객원교수, 제16대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 공동대표, '정치개혁 및 당 쇄신을 위한 모임(쇄신모임)' 간사, 청년위원장,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환경재단 136포럼 운영위원, 사단법인 미래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중앙집행위원, 법무법인 지성 대표변호사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