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박성범 의원 관련 공천 거래 핵심 인물로 떠오른 K씨, 구청장 후보 로비 창구 의혹… 검찰도 K씨 역할에 주목

▲ 지방선거 공천관련으로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김덕룡 의원(왼쪽). 박성범 의원이 각기 신상발언 도중 잠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대근 기자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천을 받기 위한 뒷거래, 흑색선전, 암투 등이 난무해 일부에선 선거판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급기야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자당 중진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공천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덕룡(5선ㆍ서울 서초을)ㆍ 박성범(재선ㆍ서울 중구) 의원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김 의원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 의원은 “중상모략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고발한 당 지도부는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불만을 쏟아낸 뒤 탈당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자신이 공천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김 의원의 경우 서울 서초구청장 후보 공천을 희망했던 한모씨의 부인이 김 의원의 부인에게 올해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4억4,000만원을 갖다 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3월 27일 공천자 결정 때까지 돈 받은 것도 몰랐고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 측은 “한씨가 금품 제공을 미끼로 공천 번복을 요구하다 김 의원이 거부하자 나중에는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지만 그것도 거절했다”면서 “돈을 가져가라고 연락을 취했는데 이리저리 피하며 애를 먹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씨는 “돈을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의원의 측근이 나중에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2번을 제의해 왔다”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문제의 공천헌금 4억4,000만원은 김 의원의 부인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인 부인 김씨가 거액을 받고 남편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는지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 외 검찰 주변에서는 김 의원이 서울 모 지역 구청장 공천과 관련한 금전거래설에 연루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3월 말 이 지역 구청장 후보로 김 의원계 사람으로 알려진 A씨를 전략공천한 바 있다. 소문에 따르면 김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범 의원이 A씨 공천에 깊이 관여했고 그 과정에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K씨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친(親)박근혜계를 대표해 당권에 도전하는 김 의원이 서울지역에 자파 세력을 심기 위해 박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약속했고 박 의원과 알고 지낸 K씨가 김 의원과 연결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성범 의원은 현직 서울 중구청장이던 성낙합(3월10일 사망)씨 부인의 인척인 환전상 장모씨가 건넨 미화 21만 달러(약 2억 원)를 받았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박 의원이 중구청장 공천과정에서 미화 21만 달러와 고급 양주 ‘루이13세’, 밍크코트, 고급 핸드백 등 2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장씨가 1월 초 밤중에 자동차에 올라타는데 쇼핑백을 떼밀면서 줘 집에 와서 보니 상자 안에 돈이 있는 걸 알았고 다음날 장씨에게 돌려보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연말선물로 받은 재킷과 양주 등은 공천심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당 클린센터에 보관시켰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허태열 사무총장이 당내 지방선거 공천 관련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대근 기자
▲ 한나라당 허태열 사무총장이 당내 지방선거 공천 관련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대근 기자

하지만 장씨는 박 의원이 ‘돈은 돈대로 먹고 공천은 돈을 더 준 다른 사람한테 줘서’결국 성 전 구청장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분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녹취록을 한나라당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성씨가 숨진 후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금품 제공 사실을 제보하고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박 의원이 ‘돈이 부족하다’고 해 3억원을 더 준비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원은 “장씨 측의 음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애초부터 성씨를 공천할 생각이 없어 김모 전 구청장 영입까지 추진했다”며 “공천을 주지도 않을 사람 쪽의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박 의원과 관련해서는 그밖에 2가지 소문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는 중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K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Y씨와의 ‘1억원 거래설’이다. Y씨가 공천을 위해 박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으나 박 의원이 다른 후보자로부터 훨씬 많은 공천헌금을 받고 1억원을 Y씨에게 되돌려주려 했으나 Y씨가 받지 않고 박 의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터무니 없는 낭설일 뿐”이라며 “Y씨가 악소문을 내고 다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서울 모 지역 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B씨와의 ‘거액 거래설’이다. 이 지역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에 뿌리를 두어 온 B씨가 우리 지역 후보가 된 것은 그가 박 의원에게 막대한 자금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앞서 김덕룡 의원의 A씨 구청장 공천설에 등장하는 K씨가 B씨 공천거래설에 주요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B씨가 K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19일 전화통화에서 “K씨는 지난 총선에서 나를 도와줘 잘 알고 있다”면서 “그가 B씨 공천에 개입해 돈을 건넸다는 것은 음해에 지나지 ?莩쨈蔑굅?반박했다.

B씨가 당적을 변경해 공천을 받은 데 대해 박 의원은 “B씨 공천은 나 혼자만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B씨가 후보로 나서면 기존 한나라당 표에다 B씨 지지표까지 보탤 수 있어 승산이 높다는 판단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소환하면 부인과 당당히 출두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한나라당이 고발한 김덕룡ㆍ박성범 의원의 공천비리 의혹에 브로커로 알려진 K씨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두 의원의 운명이 K씨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K씨와 관련된 소문의 실체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씨는 출국 금지된 상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