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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시위
美에 맞불·미사일 연료 시험 '초강수'
군부서 강공 밀어붙여… 미·일 대응카드 마련 부심



“미사일 쏜다고 했잖소. 북한(특히 군부)을 모르면서 (한국에서)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북한전문가는 5일 기자와의 아침 통화에서 잠이 덜 깬듯 다소 짜증섞인 소리로 말했다.

그는 6월 5일 일본 언론이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 준비를 언급한 이후 우리 정부 내에서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북한)군부를 설득할 ‘대가’가 없으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또한 “키(key)는 북한(군부)이 쥐고 있어요. 미국 입장(압박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타깃으로 했다면 압박전술이 통할지 모르지만 군부는 달라요. ‘우리식대로 한다’는 것을 보여 줄 것(발사)입니다”라고 전망했다. (주간한국 2129호. 7월4일자 발행)

그의 예상처럼 북한은 5일 새벽(미국 시간 4일 오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를 비롯해 노동, 스커드 등 중ㆍ단거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 등의 압박에 굴복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리 정부의 희망을 정면으로 뒤집은 데다 미국과 일본, 남한을 모두 겨냥해 무더기로 발사했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의 의도는 미국의 다자간 협상방식인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북미 양자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수, 또는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응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그것도 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시점에 맞춰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은 그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미사일 발사는 북미 양자담판을 유도하기 위한 ‘올인’이다”고 규정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는 데다 올들어 전방위 압박이 강화되자 미국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6자회담이나 이달 15일부터 러시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북한 인권, 핵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되는 것을 우려해 국면 전환용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대로 또 벼랑 끝 승부수

일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자체에 무게를 두기도 하지만 대포동 2호 발사를 위장하기 위한 전술이라거나 미국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예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북한전문가는 미사일 발사의 본질이 198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꾸준히 증강시켜온 미사일 전력 자체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를 주도한 북한 군부에게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나 6자회담 회피 등은 어디까지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행정부의 몫이라는 것. 만일 군부가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했다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거나 중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6월을 전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행정부와 북한 군부 간에 미사일 발사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측은 다각적인 채널을 동원해 미국의 양보(대화)나 대가(경제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면서 군부를 설득했으나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자 할 수 없이 군부의 강공책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6ㆍ1 담화’를 통해 미국측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다시 촉구한 것이나 한성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 시험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 것은 김 위원장측의 입장을 대변한 예라는 것.

그러나 미국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군부가 나서 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2ㆍ10 핵보유 선언이나 올해 경의선ㆍ동해선 시범운행 중지, 미사일 발사 등은 모두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운 군부의 강경드라이브에 따른 작품이라는 것.

그는 “북한(군부)이 미사일 발사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연료’라면서 이번 시험에서 북한은 얻을 것은 다 얻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1988년 유채꽃 기름과 송진이 혼합된 액체연료를 사용해 사정거리 2,200km의 대포동 1호를 발사해 세계를 놀라게 한 뒤 고체연료 개발에 주력했다고 한다. 액체 연료는 사정거리가 먼 대신 정확도가 떨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이번 미사일 시험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포동 2호가 발사 40여 초 만에 바다에 추락한 것에 대해 “발사 실패인지, 아니면 미국의 강경대응을 계산한 의도된 추락인지 알 수 없다”면서 “발사 실패라면 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시험발사를 할 것이고, 의도된 추락이라면 미국의 태도를 봐가며 추가적으로 장거리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개량 연료나 추진체 분리 등의 제한적인 목적의 실험을 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북한전문가는 노동1호, 스커드C 등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한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하는 것과 달리 미사일 성능을 다발적으로 시험, 미국ㆍ일본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동국가 등에 미사일 수출을 위한 성능 과시 측면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하루 만인 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성공적이며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한 것을 ‘변명’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고립 등 부메랑 효과도 만만치 않을 듯

물론 북한 미사일 발사의 득실과 관련해서는 ‘부메랑 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하는 분석이 많다. 미국에게 대북제재의 명분을 주었을 뿐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사일 발사 직후 북한 만경봉호의 입항을 봉쇄하는 등 발빠른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을 현재 이상으로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유엔안보리 등에서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해 국제제재의 실질적인 부메랑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조여오는 외부 압박에 맞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무기(부품 포함) 수출 등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판단, 핵과 미사일 정책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더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북한 무기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북한 대포동 2호의 핵탄두 무게가 1톤 미만이지만 생화학 무기를 장착할 경우 미국 MD(미사일방어체제)의 명중률이 50% 미만인 데다 설령 요격하더라도 미국 영공에서 폭파되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미국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금은 큰소리치지만 결국은 꼬리를 내릴 것(외교적 해법 모색)”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협상론이 제기되고 부시정부 일각에서 외교적 해법을 시도하는 것은 북한 미사일의 그런‘위험성’과 무관하지 않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일 외교적 해결을 언급하며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나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긴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다.

결국 북한 미사일을 둘러싼 진통은 북한(군부)과 미국의 수싸움과 배짱에 따라 수습되거나 악화되는 갈림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 2006/07/10 15:48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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